칸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관련 사진.

칸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관련 사진. ⓒ Cannes Film Festival


지난해 칸 영화제 기간 초청작이 없음에도 해당 지역을 찾은 홍상수 감독. 그의 목적은 바로 이 영화였다. 배우 김민희가 본격적으로 홍상수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하게끔 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두 사람이 당당히 교제 사실을 밝힌 이후라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는 그만큼 뜨거웠다.

21일 오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브뉘엘 극장에서 기자 시사가 열렸다. 약 400석 규모의 극장이었는데 일찌감치 취재진이 몰렸고, 대부분 좌석이 가득 찼다.

영화사 직원으로 일하는 만희(김민희)는 칸영화제 출장 도중 대표 양혜(장미희)로부터 해고당한다. "순수해 보이지만 정직하진 않다"라는 게 이유였는데 영문을 몰라 감정에 복받치던 만희는 해고할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바로 영화감독 완수(정진영)와 술김에 갖게 된 우발적인 잠자리를 대표가 알아챘기 때문.

남성을 둘러싼 두 여성의 치정극 냄새가 나지만 이 사건과 각 인물 중간엔 외부인 클레어(이자벨 위페르)가 끼어 있다. 자신을 파리 출신 교사라고 소개한 클레어는 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만희를 만나고, 대표를 만나며 완수와 대화한다.

우연성을 잇는 예술성

 칸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관련 사진.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주역들. 21일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한 클레어 데니스 감독, 홍상수 감독, 이자벨 위페르, 김민희, 정진영(왼쪽 부터). ⓒ Cannes Film Festival


이 모든 게 우연한 만남이다. 축제를 찾는 이 외지인들의 조합에서 유일하게 관찰자 입장을 취하는 클레어는 카메라를 들고 있다. "사진에 찍힌 당신은 지금의 당신과는 다르다"라는 말과 "천천히 내 눈을 보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아요?" 등의 말로 클레어는 자신이 타인의 사진을 찍는 이유를 밝힌다. 이를 현실적 환경으로 끌어내 보면 비난을 일삼는 일부 대중과 언론에 대한 홍상수의 호소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즉, 급하게 단정 지으려 하지 말고 천천히 지긋이 바라본다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그를 둘러싼 배경과 주변 상황을 아는 국내 관객에게 국한할 이야기다. 영화적으로 그의 전작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감독이나 작가 등 예술 행위의 주체가 이야기의 중심에 선 게 아닌 이 작품에선 영화사 직원, 교사 등 거기서 한 발 비껴간 이들이 중심에 섰다. 예컨대 클레어의 사진을 본 만희가 "예술가 같아요!"라며 감탄하거나 만희와 대화하던 클레어가 "당신에겐 예술성이 있다"라고 말하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 세계가 여전히 '예술과 예술가의 정체성'이라는 테제에 천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카메라 워크나 주변 소음까지 모두 장면에 담는 촬영 기법은 여전하다. 관객으로 하여금 그 현장에 들어가 이들의 대화를 무심코 듣게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 소소한 유머도 여전하다. 기자 시사 땐 이자벨 위페르의 등장과 정진영의 취한 모습에 관객들이 크게 웃기도 했다.

이야기 자체가 단선적이고 구성 역시 단순해 전작들 보단 쉽게 해석될 수 있지만 그게 동시에 약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소동극으로 인해 어떤 환기 효과를 기대했을까. 조금 더 영화적 밀도가 높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평점 : ★★★(3/5)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김민희 정진영 이자벨 위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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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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