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레스터시티와 원정 경기에서 시즌 20, 21번째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팀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이는 차범근의 시즌 최다골(19골)과 박지성의 한국인 역대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골(27골) 기록을 동시에 넘어선 것이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레스터시티와 원정 경기에서 시즌 20, 21번째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팀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이는 차범근의 시즌 최다골(19골)과 박지성의 한국인 역대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골(27골) 기록을 동시에 넘어선 것이다. ⓒ EPA/ 연합뉴스


'흥날두' 손흥민이 거침없이 달려온 2016-17시즌의 성공적인 피날레를 마쳤다. 토트넘은 2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요크셔주 킹스턴 어폰 헐에 위치한 KCOM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헐 시티와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케인의 맹활약에 힘입어 7-1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출전하여 델레 알리의 세 번째 골을 도우며 1개의 어시스트를 추가하여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로써 손흥민의 올시즌 최종성적은 각종 대회에서 총 21골 7도움을 기록하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리그로만 한정하면 14골 6도움으로 정확히 공격포인트 20개를 채웠다. FA컵에서는 6골,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골을 각각 추가했다. 이는 손흥민 개인의 한 시즌 최다 득점이자 역대 한국인 선수 유럽무대 시즌 최다골 신기록이기도 하다.

또한 손흥민은 차범근이 1985-86시즌 레버쿠젠에서 기록한 종전 한국인 빅리거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2골이나 경신했다. 동시에 박지성이 맨유에서 수립한 역대 아시아 프리미어리거 통산 최다골(27골) 기록도 2골이나 경신하며 명실상부하게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그(EPL)에서 유럽 무대 한국인 시즌 최다골 기록을 작성한 손흥민(토트넘)이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그(EPL)에서 유럽 무대 한국인 시즌 최다골 기록을 작성한 손흥민(토트넘)이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의 올시즌을 요약하자면 다사다난한 시련을 딛고 끝내 '월드클래스급' 선수로 자리매김한 시즌이었다고 총평할 수 있다. 사실 올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의 입지와 향후 전망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에릭 라멜라 등 포지션 경쟁자들에게 밀려 벤치멤버에 머물러야 했고 올시즌 초반까지도 재이적설과 독일 분데스리가 복귀설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비시즌에는 올림픽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으나 아쉽게 8강에 머물며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도 본인에게는 아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다소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출발한 시즌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위기를 기회로 멋지게 바꾸는데 성공했다. 올림픽 차출로 시즌 4라운드 스토크 시티전에서야 첫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손흥민은 첫 경기부터 2골 1도움의 맹활약으로 팀의 대승을 이끌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 초반 해리 케인과 에릭 라멜라의 부상 공백, 새 경쟁자였던 이적생 빈센트 얀센의 골침묵 등을 틈타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여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며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손흥민에게는 호재였다.

손흥민은 9월에만 5골을 터뜨리며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EPL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업적을 이뤘다. 손흥민이 확실한 팀내 입지를 구축하며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고비도 몇 차례나 있었다. 10월들어 연이은 A매치 차출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골침묵이 겹치면서 무려 두 달 가까이 주춤한게 첫 번째 고비였다. 해리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하고 알리와 에릭센도 절정의 활약을 이어가면서 손흥민이 한동안 주전에서 밀렸다. 올시즌 유독 전술변화가 잦았던 토트넘이 스리백과 포백을 넘나들었던 것도 손흥민에게는 변수가 됐다. 손흥민은 스리백 전술을 구사하는 경기에서는 케인-알리-에릭센에 밀려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잦 았다.

손흥민은 12월부터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적은 출전시간속에서도 후반 조커나 로테이션 멤버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FA컵을 통하여 멀티골을 터뜨리는 등 존재감을 잃지않으며 스스로 출전 자격을 증명해냈다. 케인이 또다시 부상으로 이탈한 1월 이후에는 다시 선발로 복귀했다. 시즌 후반기에는 끝내 안정적인 주전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손흥민은 시즌 초반에 이어 후반에도 다시 한번 폭발력을 발휘했다. 4월 한 달 동안 5골 1도움을 몰아치며 9월에 이어 또다시 EPL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한 시즌 이달의 선수상 2회 수상은 시즌 MVP급 활약을 보였다는 증명이다. 손흥민 이전까지 아시아 선수가 단 한번도 수상해보지 못한 타이틀은 올시즌에만 두 번이나 수립했다는 것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 역사에도 큰 이정표가 될만한 사건이었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46경기(리그 33경기)에 출전했고 이중 33경기(리그 22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지난 시즌 각종 대회에서 40경기에 나서 8골을 넣는데 그친 것에 비하면 팀내 비중과 활약이 모두 크게 향상됐다. 시즌 내내 특별한 부상이나 슬럼프 없이 좋은 시즌을 보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손흥민의 득점포를 가동한 경기에서 토트넘이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것도 기분좋은 기록이다. 토트넘은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32승 10무 10패를 기록했는데 손흥민이 득점한 기록한 14경기만 놓고보면 13승 1무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팀내 득점으로 놓고보면 EPL 득점왕에 오른 케인(29골)에 이어 알리(21골)와 공동 2위지만  손흥민은 세 선수 중 가장 적은 출전시간을 부여받았다. 출전시간당 득점률이 손흥민은 141분당 한 골로 당당히 팀내 1위다. 케인이나 알리와 달리 PK나 세트피스에 의한 손쉬운 득점이 전무하고 오로지 필드플레이로만 21골이나 뽑아냈다는 것도 손흥민의 득점 순도를 더 돋보이게 하는 장면이다.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손흥민은 작년 9월(5골)과 올해 1월(4골), 4월(5골) 등 시기별로 골을 몰아치는 경향이 강했다. 득점을 기록한 14경기중 헤트트릭 한 차례를 포함하여 멀티골을 기록한 경기가 6차례였다. 10-11월, 2월에는 무득점에 그쳤다. 맨시티전 동점골 같은 활약도 있었지만 대체로 강팀과의 빅매치보다는 약팀을 상대로 골을 몰아넣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도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팀으로서도 성공적인 시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올해도 타이틀을 따내지 못한 채 무관으로 마감한 것은 옥의 티였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후 아직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토트넘은 리그와 FA컵에서 우승에 도전했으나 모두 첼시의 벽에 막혀 각각 준우승과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유럽클럽대항전에서의 성과도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토트넘은 올시즌 승점 86점으로 구단 역사상 최다 승점-프리미어리그 출범 최고 순위를 기록했으며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으로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어느덧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손흥민은 여전히 25세로 이제 본격적인 전성기에 접어들 시점이다. 시즌 후반기 아틀레티코-세비야 등 명문팀들로의 이적설이 거론된 것은 시즌 초반의 불안했던 입지에서의 이적설과 달리 손흥민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고전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리그 스타일에 대한 적응, 험난한 주전경쟁, 국가대표 차출 병행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 등 여러 가지 변수를 모두 극복하고 일류급의 활약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활약은 그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다. 올시즌은 이제 차범근-박지성의 시대를 넘어 손흥민이 이제 명실상부한 '한국축구의 아이콘'이 되었음을 확인한 시즌으로 두고두고 역사에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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