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의 한국 기자 간담회가 20일 칸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영화 <옥자>의 한국 기자 간담회가 20일 오후 칸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배우 변희봉의 모습. ⓒ 넷플릭스


영화 <옥자>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배우가 바로 변희봉이다. 봉준호 감독과는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에 이어 4번째나 함께 했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20일 오후 5시(현지시각) 칸 시내 한 호텔에서 <옥자> 팀과 한국기자단과의 간담회가 열렸고, 그간 언론과의 접촉이 적었던 변희봉은 묵직한 발언으로 취재진의 마음을 울렸다.

현장에선 봉준호 감독에게 배우 변희봉과 오랫동안 같이 작업하는 이유, 생애 처음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소감 등의 질문이 나왔다. 변희봉은 "한동안 TV에서 사극을 많이 했는데 녹화 후 어떤 자리에서 한 선배 배우가 작가에게 왜 자꾸 변희봉을 쓰냐고 묻더라"며 "작가가 '당신이 변희봉 보다 대사를 잘 외우나? 변희봉은 (대사를) 틀리지 않는다'고 답해 한동안 그 선배와 사이가 서먹했다"고 운을 뗐다.

"봉 감독과 네 작품을 했다. (왜 날 쓰는지) 그 속을 알 길은 없으나 본래 난 시골사람이라 돼지를 키워봤는데 그래서 (동물이 주인공인) <옥자>에 날 쓰지 않았을까? (일동 웃음) 요즘 TV를 보면 산에서 생활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나. <옥자>를 하면서 그 프로들을 녹화해서 봤다. 봉준호 감독 손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연기하려 했다. 배우는 그게 중요하다. 감독 눈에 맞게 하는 거."

봉준호의 화답

이 말에 송구스러운 듯 봉준호 감독이 바로 말을 이었다. 봉 감독은 "포토콜 행사에 선생님이 멋진 양복을 입고 나오셔서 <킹스맨>의 콜린 퍼스 같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변희봉 선생님을 쓴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다. 출연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이라 말했다.

"<플란다스의 개>를 준비할 때 마포의 한 호텔에서 선생님을 뵀는데 제 시나리오를 보고 탐탁지 않아 하셨다(웃음). 어떻게든 설득하려했고, 제 유일한 무기는 변 선생님의 사극을 다 외우고 있다는 것이라 선생님 앞에서 쭉 나열했다. 

그 이후부터 선생님께 의지해서 영화를 찍고 있다. 주로 전 배우에게 의지해서 작품을 찍는다. 따로 디렉션을 하는 건 없고 쭉 보는 입장이다. 배우와 반복해서 여러번 일한다는 건 그만큼 매장량이 많기 때문이다. 광맥이라고 할까. 송강호 선배도 그렇고, 하면 할수록 더 궁금하기에 캐내고 싶기에 출연을 부탁드리는 거다."

 영화 <옥자>의 한국 기자 간담회가 20일 칸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영화 <옥자>의 한국 기자 간담회가 20일 칸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 넷플릭스


레드카펫에 선 느낌을 덧붙이는 변희봉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만 75세의 그는 "이것이 행복인가? 소원을 이룬 것 같았다"며 "레드카펫이 빨리 끝났으면 했다. 온갖 망상이 들었는데 내 머리에 남는 감정은 '이제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거 아닌가'였다"고 답했다. 변희봉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이 말을 덧붙였다.

"힘과 용기가 생기는 듯 했다. 다음 작품을 뭘 할지 기대해 달라! 열심히 하겠다."

짧고도 평범해 보이는 말이었지만, 이 말에 한국 취재진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칸영화제 주요 일정을 거의 소화한 <옥자>는 몇몇 외신 인터뷰를 마치고 개봉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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