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열린 <옥자> 기자간담회

칸에서 열린 <옥자> 기자간담회 ⓒ Cannes Film Festival


칸영화제에서 기자들의 가장 큰 특권 중 하나는 일반 관객으로서 가장 먼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공식 상영에 앞서 진행되는 기자 시사회와 그 직후 열리는 기자 간담회는 해당 작품의 화제성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행사 중 하나다.

그 기준으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를 판단해보면 화제성 면에선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알려진 대로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는 본격적으로 상영도 하기 전에 칸영화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이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는 건 모순"이라며 사실상 수상 가능성을 제한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하면서 프랑스 극장연합회와 갈등을 빚기도 한 작품들이다.

기자 시사 중단 사태의 전말

이 때문인지 <옥자> 시사가 열렸던 19일 오전 뤼미에르 대극장은 영화 시작 30분 전인 오전 8시경부터 기자들로 가득 찼다. 초반 리더필름(본격적인 영화가 나오기 전 제작사 등의 로고가 나오는 장면) 상영 때부터 야유와 환호 박수가 쏟아졌고, 이를 두고 몇몇 국내 언론에선 "넷플릭스 제작 영화에 대한 야유"라는 표현을 쓰며 사실상 상영 방해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관련 기사 : http://omn.kr/nccw)

정확히 말하면 리더필름이 나옴과 동시에 스크린 좌측 상단에 불분명한 상이 맺혔기 때문이다. 스크린 천막이 제자리까지 올라가지 않은 탓이다. 기술 용어로 이를 '마스킹이 잘못됐다'고들 한다. 칸영화제 전통상 주요 작품을 상영하는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기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 다수의 관객들은 박수와 야유 등으로 <옥자>의 상영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렸고, 몇몇 기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영화제 사무국에 해당 사실을 전달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관객은 넷플릭스에 대한 노골적 반감으로 인식, 야유하는 이들에게 강하게 소리 높여 항의하기도 했다. 이는 상황을 잘못 인식한 탓이다.

결국 상영은 중단됐고 약 20분 만에 영화는 다시 처음부터 상영됐다. 넷플릭스 로고가 등장했을 때 "우"하는 소수의 작은 야유는 있었지만 앞선 사태와 같이 박수와 긴 야유는 없었다.

넷플릭스 제작과 기술적 문제 등의 이슈가 겹치며 반사적으로 <옥자>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충분히 시선을 끄는 데엔 성공했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영화 <옥자>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외신들의 질문  

다만 외신들의 질문은 평이했고, 일부는 관성적이기까지 했다. 앞서 진행된 다른 영화의 간담회, 특히 같은 경쟁 부문 출품작인 <원더스트럭>에 대해선 1970년대 미국 문화와의 비교, 독특한 색감, 영화적 오마주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지만 <옥자>는 그에 비했을 땐 단편적 질문이 주였다.

첫 질문은 장르에 대한 질문이었다. 프랑스 기자로 자신을 소개한 한 기자는 "영화 안에 드라마나 코미디 성격이 섞여 있다"며 "어떤 장르에 해당하나"라고 물었고, 봉준호 감독은 "혼란을 주려 장르를 섞는 건 아니고 만들다 보면 그렇게 된다"며 "어떤 분들은 그냥 봉준호 장르라고들 하는데 그게 제겐 영광이다"라고 답했다.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기분을 묻거나 감독에게 영화의 주제를 묻기도 했다. 사실 이런 질문은 기자들이 관습적으로 던지는 것 중 하나다. 넷플릭스에 대한 질문은 당연히 나올 법했기에 납득할 수 있었는데 일부 기자는 큰 동물 옥자와 소녀가 함께 뒹구는 모습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비교하기도 했다. 이에 봉 감독은 "자연과 생명을 다루는 감독 중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틸다 스윈튼과도 그분 얘길 많이 했다"며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생명과 동물 그리고 자본주의를 연결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비교하는 질문도 있었다. 또 다른 외신 기자는 "작품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느낌이 난다. 영향을 받은 감독이 누구인가"라고 물었고, 봉준호 감독은 "스필버그뿐 아니라 1970년대 미국 영화를 다 좋아한다"며 "멘토로 생각하는 여러 감독이 계신데 <하녀>의 김기영 감독님과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을 멘토로 모시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의 평가

 영화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우측)과 배우 안서현의 모습.

영화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우측)과 배우 안서현의 모습. ⓒ Cannes Film Festival


<살인의 추억>과 <괴물>, <설국열차> 등에서 보인 그의 세밀함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기자들이 알았다면 또 다른 질문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봉준호 감독 영화 세계에 대한 이해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한편 일부 국내 매체는 영화 상영 직후 몇몇 외신이 쏟아낸 평점을 언급하며 호평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공식 데일리 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점은 공식 상영 다음 날 나온다. 외신 반응이 궁금해 직접 몇몇 기자들과 접촉해봤다.

이탈리아의 한 기자는 <오마이스타>에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했는데 사실 이번 작품에선 다소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유를 묻자 "평범한 이야기 전개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또 다른 스페인 출신 기자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게 뛰어난 건 아닌 거 같다"고 짧고 굵게 소감을 밝혔다. 물론 호평한 기자도 있었다. 기자 시사에서 여러 번 웃음이 터진 걸 상기시키며 한 기자는 "곳곳에 녹아있는 유머가 인상적이었다"며 평을 전했다.

20일 오전 <옥자>는 한국 기자단과 따로 간담회를 갖는다. 여기서도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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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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