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LG를 제물로 4연승을 질주하며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11안타를 터트리며 9-4로 승리했다.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는 6이닝 7피안타(1피홈런)1볼넷4탈삼진4실점(2자책)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4월 6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6경기에서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레일리는 43일 만에 시즌 2승째를 챙겼다.

타석에서는 톱타자 손아섭이 3안타를 폭발시키며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고 8회 대타로 나온 강민호는 정찬헌을 상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하지만 롯데의 연승 기간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한 수훈선수의 이름은 따로 있다. 최근 3경기에서 7안타2홈런9타점을 쓸어담고 있는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대호-전준우 돌아오는 롯데, 유틸리티 내야수 번즈 선택

2014년 한국야구위원회가 구단별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3명으로 늘린 이후 롯데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좌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를 영입했다. 히메네스는 2014년 타율 .315 14홈런61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시즌 중반 이후 장타력이 급감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2군을 들락거리면서 48경기나 결장했다. 실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KBO리그가 선호하는 성실한 외국인 선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2015년에는 군에 입대한 '월드스타' 전준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야수 짐 아두치를 영입했다.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추신수의 팀동료로 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제법 알려져 있던 아두치는 히메네스와 달리 성실함을 겸비한 선수였다. 144경기 체제의 첫 시즌에서 132경기에 출전한 아두치는 타율 .314 28홈런106타점105득점24도루라는 호성적을 기록하며 롯데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롯데 소속의 외국인 타자가 100타점 고지를 밟은 것은 2008년의 카림 가르시아 이후 7년 만이었고 20홈런, 20도루는 자이언츠 역사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었다. 장타를 의식하는 스윙을 하지 않는데도 30개에 가까운 홈런을 때려냈고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미 프로레슬링 WWE 스타 존 시나의 동작을 따라하는 홈런 세리머니 역시 롯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5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아두치는 20% 인상된 78만 달러에 롯데와 재계약을 했다. 하지만 아두치는 작년 64경기에서 타율 .291 7홈런41타점15도루의 조금은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다가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6월 30일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적발되며 퇴출됐다. 롯데는 저스틴 맥스웰을 대체선수로 영입했지만 단 23경기만 출전하고 손가락 미세골절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2017 시즌을 준비한 롯데는 외국인 타자 선정에 고민이 많았다. 이대호의 복귀가 유력한 상황에서 굳이 거포에 매달릴 필요는 없고 전준우의 전역과 김문호의 성장으로 외야수 자원도 풍족했다. 그렇다고 30홈런을 칠 수 있는 야마이코 나바로(전 삼성 라이온즈) 같은 내야수가 흔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롯데는 팀의 약점으로 꼽히는 내야진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1990년생의 젊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번즈를 선택했다.

짧은 슬럼프 극복하고 최근 4경기 8안타9타점 맹활약

번즈는 계약 총액 65만 달러라는 몸값이 말해주듯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와는 거리가 멀다. 빅리그에서는 고작 10경기 밖에 뛰지 못했고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도 .269에 불과하다. 대신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오갈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황재균이 떠나 허약해진 롯데의 내야를 탄탄하게 지킬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번즈는 4월 중순까지 3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롯데의 주전 2루수로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후 보름 동안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시즌 타율이 .235까지 추락했다. 아무리 수비에 비중을 둔 선수라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2할대 초반의 타율에 허덕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주로 2번에 배치되던 번즈의 타순도 점점 내려가 최근엔 8번이나 9번으로 출전하는 경기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부진하던 번즈의 타격리듬은 롯데가 연승을 하기 시작한 kt 위즈와의 3연전을 기점으로 살아났다. 바꿔 말하면 번즈의 타격감이 살아나면서 롯데의 경기력이 나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16일 첫 경기에서 2루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조율한 번즈는 17일과 18일 경기에서 2루타 3방과 홈런 한 방을 포함해 6안타 6타점2득점을 쓸어 담았다. 번즈가 3경기에서 7안타를 몰아친 것은 KBO리그 진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kt를 상대로 물 오른 타격감을 과시한 번즈의 타격감은 6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 19일 LG전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2회 첫 타석에서 LG선발 데이비드 허프를 상대로 삼진을 당한 번즈는 1-2로 뒤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허프의 초구를 잡아 당겨 좌측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번즈는 나머지 세 타석에서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2번째 타석에서 터진 홈런은 이날 롯데의 결승타가 됐다.

사실 번즈는 타격에서 큰 기대를 하고 영입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번즈는 롯데에서 홈런 3위(5개)와 최다안타 4위(21개), 타점 공동 3위(20개)에 올라있고 2루타 부문에서는 리그 전체에서 2위(15개)를 달리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번즈가 아직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는 만26세의 젊은 선수라는 점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국인 타자가 많은 올해 KBO리그에서 어쩌면 롯데는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외국인 타자를  보유한 구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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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앤디 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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