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포르테 디 콰트로

포르테 디 콰트로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인기리에 방영된 JTBC <팬텀싱어>는 방송 역사상 가장 무모했던(?) 음악 경연 프로그램으로 손꼽을 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편성 당시 시청자들이 기다리던 <히든싱어>의 새 시즌 재개가 아닌, 일반 대중들에겐 다소 생소한, "크로스오버 클래식" (팝페라) 기반의 남성 4중창단 대결 프로그램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팬텀 싱어> 제작에 참여한 어느 분은 "제발 조기 종영만 되지 말아다오"라는 심정을 사석에서 언급할 정도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대성공이었다. 최근 대중음악계의 흐름에서 다소 외면받았던 3040 이상 세대의 절대적 지지 속에며 최고 4%대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요 경연자들이 참가한 콘서트는 단 몇 분 만에 매진, 웬만한 아이돌 가수 이상의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때마침 <팬텀 싱어>의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두 팀이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데뷔 음반을 발표, 또 한 번 선의의 경쟁에 나섰다.

우승팀의 위엄, 포르테 디 콰트로

 포르테 디 콰트로의 동명 데뷔 음반

포르테 디 콰트로의 동명 데뷔 음반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뮤지컬 배우 고훈정, 테너 김현수, 베이스 손태진, 극단 연출가 출신 이벼리 등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노래하던 4명의 청년들은 <팬텀 싱어>를 거치며 포르테 디 콰트로라는 팀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총 2차전으로 치러진 결승전에서 여유롭게 승리, 첫 시즌 우승자라는 영광은 이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명문 레이블 데카(Decca)의 로고는 마치 이들의 음악을 보증이라도 하듯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JYP 출신으로 <나는 가수다>, <예스터데이> 등 유수의 프로그램 음악 감독을 거친 권태은이 프로듀싱한 첫 음반은 여타 유수의 팝페라 그룹 못잖은 안정감을 담아내고 있다. 더블 타이틀곡 'Stella Lontana', '단 한 사람'를 비롯해 총 14곡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보컬 조합인 4중창단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통해 감상자들이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노래는 투첼로스+주케로의 원곡 'Il Libro Dell'Amore (The Book of Love)'다.  방송 당시 손태진, 고훈정이 속했던 본선 4라운드 팀인 "울트라 문"이 불렀던 이 곡을 좀 더 풍성해진 현악 반주를 등에 업고 멋지게 소화해냈다.  이밖에 보너스 트랙 형태로 삽입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 브라운아이드소울의 'Love Ballad'에선 의외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2위팀 '인기현상'의 핵심 멤버, '듀에토'로 거듭나다

 듀에토의 동명 데뷔 음반

듀에토의 동명 데뷔 음반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팝페라 듀엣 듀에토

팝페라 듀엣 듀에토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비록 아쉽게 우승의 영예를 놓쳤지만 '인기현상' 역시 <팬텀싱어>가 낳은 스타 중 하나였다.  이중 '10년 지기' 유슬기-백인태는 최근 듀엣 듀에토를 결성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듀에토는 여타의 크로스오버 클래식, 또는 팝페라 가수들과는 살짝 다른 행보를 보인다. 포르테 디 콰트로가 유명 클래식 전문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표한데 반해 듀에토는 아이돌+대중 가요 전문 회사인 스타쉽(씨스타, 우주소녀, 케이윌 소속)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더 네임, 최성일 등 R&B 성향 발라드에 특히 강점을 보인 이들이 프로듀서로 참여, 여타 팝페라 음반들에 비해 가요적 화법이 더 많이 채용된 것 또한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대개 솔로 또는 4중창단 구성의 팀이 많은데 반해 듀엣 구성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조합은 색다른 기대감을 걸게 만든다.

정규작 위주의 클래식과 달리, 창작곡 중심의 총 5곡이 담긴 EP를 제작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클래식 보단 가요 시장의 최근 제작 흐름이 데뷔작에 접목된 것도 이채롭다. (이 부분에선 방대한 수록곡을 자랑하는 포르테 디 콰트로의 음반에 비해 살짝 아쉬움을 남긴다.) 비장감이 흐르는 신곡 '그리움 끝에', 이탈리아 팝페라 트리오 일 볼로 원곡 'Il Mondo' 등은 이들을 응원했던 팬텀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는 멋진 선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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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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