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소년 축구의 최강을 가리는 FIFA U-20 월드컵이 20일 드디어 막을 올린다. 총 24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6월 11일까지 국내 6개 도시에서 열린다. '어게인 1983'을 꿈꾸는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청소년축구는 1983년 4강신화를 뛰어넘는 위대한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제 2회 대회부터 처음 출전했고 개최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이번 대회는 통산 14번째로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다 출전 기록했다. 역대로는 7위이며 브라질(18회)이 대회 최다출전국이다. 한국의 통산 성적은 49전 13승 13무 23패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제4회 대회(당시는 19세 이하)에서 4강에 오른 것이다. 당시 한국은 홈팀 멕시코와 호주, 우루과이 등을 줄줄이 격파했고 준결승에서는 브라질에 아쉽게 석패하는 등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눈부신 선전을 펼쳐 세계를 놀라게했다.

이는 A대표팀이 안방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작성한 것보다도 무려 19년이나 앞선다. 연령대별 대회라고는 하지만 당시만 해도 철저히 세계축구의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축구가 FIFA 주관의 세계 대회 본선, 그것도 원정에서 일으킨 최초의 센세이션이었다. 한국축구가 세계무대와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처음 안겨준 대회로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이제는 한국축구와 응원단의 상징이 된 '붉은 악마'라는 애칭도 여기서 탄생했다. 당시 한국이 경기를 치렀던 멕시코 아즈텍 경기장이 해발 2240m에 이르는 엄청난 고지대라 출전국 대부분이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당시 사령탑이자 혹독한 훈련으로 악명높던 '빠따따카' 박종환 감독은 고지대 적응을 위하여 선수들에게 훈련중 방독면을 쓰게하고 연습경기를 시켰다는 '도시전설'급의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훈련 자체가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그만큼 한국은 강한 체력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 축구로 강팀들을 괴롭히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고지대에서 지칠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젊은 한국 선수들의 투지에 깊은 인상을 받은 외신들이 마치 '붉은 악령'(Red Furies)을 보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이 내용이 국내에서도 유명해지며 이후 붉은 악마(Red Devils)라는 수식어가 한국팀의 별칭으로 굳어지게 된다. 당시 대표팀은 페어플레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팀의 선전과 더불어 한국축구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할만큼 의미가 각별한 대회였다.

이후 한국은 83년만큼의 성적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아시아를 대표하여 U-20 월드컵의 단골손님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서는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강호 아르헨티나를 잡는 이변을 연출하며 8강에 진출하여 또 한번의 이변을 일으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2009년 이집트 대회와 고 이광종 감독이 지휘한 2013년 터키 대회에서도 각각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포함 14번의 본선진출에서 현재까지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6번이었고 4강 1회, 8강 3회, 16강 2회의 성적을 기록했다.

U-20 월드컵은 세계축구 스타 발굴의 산실이기도 했다. 79년 대회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디에고 마라도나를 필두로, 리오넬 메시(2005년), 세르히오 아구에로(2007년. 이상 아르헨티나), 폴 포그바(2013년, 프랑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두 이 대회 MVP 출신들이다. MVP 출신은 아니지만 루이스 피구(1991년 포르투갈),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1997년, 이상  프랑스)등도 U-20에서의 활약을 통해 본격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국축구도 최순호, 김종부 이동국, 이천수, 구자철, 홍정호. 권창훈 등 과거와 현재에 걸쳐 U-20 월드컵이 수많은 스타들의 등용문이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어게인 1983과 2002'의 동시재현을 꿈꾸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FIFA 주관 대회 본선으로서 홈 어드밴티지를 기대할수 있는데다 충분한 준비를 거쳐서 자신감이 크다.

비록 중간에 사령탑이 한 차례 교체되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여전히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크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리우올림픽에서도 고 이광종 감독을 대신하여 구원투수로 투입되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U-23 대표팀을 올림픽 8강까지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신태용 감독은 현재 지도력을 비판받고있는 A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차기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어서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리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라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신태용호는 지난 3월 4개국 초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대회 개막을 앞두고 평가전에서도 남미예선 1위 우루과이(2-0),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2-2) 등을 상대로 선전하며 대회 본선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2년 전 최진철 전 감독의 지휘하며 U-17(17세 이하) 월드컵 16강에 올랐던 주축 선수들 상당수가 현재 신태용호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바르사 듀오' 백승호(바르셀로나B)와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는 이번 대회에서 선배들의 아성을 이어 한국축구의 차세대 스타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와 A조에 속한 한국은 아쉽게도 대진운은 개최국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20 월드컵의 특성상 의외로 개최국들이 고전한 경우가 많았다는 징크스도 조금은 찜찜한 대목이다. 개최국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91년의 포르투갈과 2001년의 아르헨티나 두 번 뿐이고, 최근 15년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8강이 최고성적일만큼 개최국들이 크게 힘을 쓰지못했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는 만큼 변수가 많은 U20월드컵의 특성을 이해해야할 대목이다.

한국으로서는 역시 오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와 첫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아르헨티나(23일)-잉글랜드(26일 이상 8시)와의 남은 조별리그 행보가 엇갈릴 전망이다. A조 최약체로 평가 받는 기니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남은 두 강팀들과의 경기를 풀어나가는게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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