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원더스트럭> 관련 사진.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원더스트럭> 관련 사진. ⓒ Cannes Film Festival


한 아이는 엄마를 찾아 나섰고, 또 다른 아이는 아빠를 찾아 나섰다. 50년의 시차를 두고 각각 뉴저지와 미네소타 지역의 한 호숫가에 사는 또래의 두 꼬마는 영문도 모른 채 자기 곁을 떠난 부모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갖고 있다. 1920년대를 사는 소녀 로즈와 1970년대를 사는 벤의 이야기다.

제 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18일 오전 언론에 선 공개된 영화 <원더스트럭>은 단순히 보면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상, 그리고 이들의 성장담에 주목한 작품 같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들어간 시각효과와 음악 등이 남다르다. 1920년대의 로즈 이야기는 마치 무성 영화 한 편을 그대로 옮겨온 듯 흑백화면에 대사가 전혀 없으며, 1970년대 벤은 특유의 걸쭉한 색감을 자랑한다.

간간히 늑대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는 벤은 부재한 아빠의 존재를 엄마에게 묻지만 엄마는 애써 답을 피한다. 그리고 그가 발견한 쪽지엔 '우린 모두 시궁창 속에 사는 것 같지만, 우리 중 몇몇은 별을 바라본다'라는 말이 적혀있다.

꿈을 쫒는 아이

미국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 희곡에 등장하기도 한 이 대사는 <원더스트럭>의 중요한 메시지이자 모티브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쫓다 벼락을 맞아 청각을 잃은 벤은 그날로 집을 나간다. 동시에 선천적 청각장애인인 로즈는 아빠의 구속을 못 이기고, 뉴욕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엄마를 찾아 떠난다.

두 아이 모두 자신이 속한 집에서 억압당하는 존재지만 동시에 거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영화는 마치 서로 분리된 사건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제시하며 이를 뒤틀고, 교차적으로 제시하며 두 아이 사이 공통점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소리가 사라진 이들의 세계를 통해 진짜 소통의 의미를 관객에게 묻는다.

여기까지가 이야기 요소인데 사실 이것만으론 관객의 마음을 훔치긴 어려워 보인다. 벤에게 친구가 되고자 등장하는 제이미의 존재라든가 두 아이 사이를 메꾸고 있는 어른들이 다소 평면적으로 묘사되기에 현대 상업 영화에 익숙한 관객 입장에선 지루할 수도 있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자. 작품 곳곳에 배치된 장치들은 그 자체로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 이어지니 말이다. 우선 1920년대 무성 영화를 재현한 화면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유명 OST들이 곳곳에서 변주된다. 영화광들의 마음을 훔칠 법한 요소들이니 놓치지 말고 하나씩 찾아보자.  

배우의 열연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원더스트럭> 관련 사진.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원더스트럭> 관련 사진. 출연 배우 제이든 마이클(좌),과 줄리안 무어의 모습. ⓒ Cannes Film Festival


캐릭터 면에선 약점이 있지만 적어도 참여한 배우들은 열성을 다했다. 특히 로즈 역의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Millicent Simmonds)는 실제 청각장애인으로 영화에선 몸과 표정으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우리에겐 너무도 유명한 줄리안 무어는 1인 2역으로 등장해 사건의 주요 연결 고리가 된다. 미셸 윌리암스의 히스테릭한 연기도 좋다.

극중 유명 배우이자 청각장애를 지닌 여성으로 열연한 줄리안 무어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역할로 언어가 무엇이고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며 "몸과 손만을 이용해 대화하는데 수화 선생님과 함께 진짜 대화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토드 헤인즈 감독 역시 "고립된 외로운 두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과 소통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묘미"라며 "두 아역 배우를 찾아낸 건 내겐 진짜 행운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배우에게 많은 짐을 지운 영화였단 의미다.

존재를 찾아가는 순수한 존재, 그리고 영화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게끔 하는 <원더스트럭>은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칸영화제가 내심 던진 노림수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탄생지 프랑스에서 택한 만큼 즐길거리는 분명 풍부하다.

평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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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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