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기사 수정: 2017년 5월 17일 오후 2시 33분

 네번째 EP `Signal`을 발표한 트와이스
ⓒ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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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는 2017년 현재 가장 주목받는 아이돌 걸그룹이다. 데뷔 만2년이 채 되지 않은 사이 대중성과 팬덤 모두를 사로잡은 모범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5일 공개된 트와이스의 'Signal'은 올해 발표된 곡 중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노래로 손꼽을 만하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48시간도 채 되기 전에 이미 1100만 뷰 이상(유튜브 기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평가를 보면 "좋다"에 43만, 반면 "싫다"가 15만에 달한다.

3개월 전 공개돼 1억뷰를 눈앞에 둔 'Knock Knock에 대해선 "좋다" 96만, "싫다"라는 반응이 26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신곡에 대한 불호의 반응이 유독 두드러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각종 커뮤니티 및 주요 음원 사이트 댓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다.

아이돌+걸그룹 특성상 본격적인 음악 방송 무대를 거친 후엔 불호에 가까웠던 의견이 누그러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Signal' 또한 이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크긴 하나 일단 초반의 분위기는 당초 기대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로 인한 논란 덕분에 고른 완성도를 지닌 나머지 수록곡들의 존재감 마저 그냥 묻히는 모양새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일까?

박진영 PD의 과욕? 기존 색깔과의 부조화

기존 트와이스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했던, '우아하게', 'Cheer-Up', 'TT'로 3연속 인기 홈런을 기록했던 블랙아이드필승, 'Knock Knock'의 이우민의 존재는 네 번째 E.P <Signal>에선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 자리를 메운 것이 "트와이스의 아버지" 박진영 PD다. 트와이스를 만든 서바이벌 프로그램 <식스틴>을 시작으로 그녀들의 탄생 및 성장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여타 JYP 소속 가수들의 작품과 달리, 그동안 발표된 트와이스의 음악에선 상당 부분 뒤로 물러선 입장이었다.

'Signal'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을 살펴보면 처음으로 트와이스 머릿곡을 담당한 핵심 작곡가인 박 PD에 대한 지적이 크게 부각된다. 인트로 30초 가량을 장식하면서 (이른바 "A파트") 중후반부에서 주기적으로 재등장하는 808 베이스 사운드 + 랩은 "발랄한 소녀들" 트와이스의 색깔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게감 있고 어두운 힙합 등에 어울릴 법한 이질감을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반복이 되풀이됐고 이후 등장하는 후렴구와의 조화도 찾아보긴 어려웠다. 뜬금없이 외계인이 소환된 뮤직비디오도 대중들에게 물음표를 남길 법했다.

 트와이스의 4번째 EP ` Signal` 표지

트와이스의 4번째 EP ` Signal` 표지 ⓒ 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 Signal 공식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VQtonf1fv_s

"트둥이"들의 매력, 장점은 어디로?

음악팬들 뿐만 아니라 작곡 및 제작 업무를 진행하는 현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비슷한 의견들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일단 박 PD의 작업 결과는 당초 기대와는 거리감이 드는 상황이다.

음악적 변신이 필요했다곤 하지만 "트둥이" 트와이스가 지난 매력 및 장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듣는 이들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만든 건 큰 실책 중 하나다. 몇몇 팬들이 "눈빛을 보내, 눈치를 주네, 근데 못 알아듣네, 답답해서 미치겠다.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다. 정말.."라는 가사를 인용해서 박 PD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와 비슷한 징후는 지난 1월 말 공개된 수지의 솔로 음반 <Yes? No?>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당시 선공개 곡 '행복한 척'(아르마딜로 작곡)이 큰 반응을 얻은 반면, 보컬-가사-반주 등이 각각 따로 노는 듯한 어색함이 공존했던 댄스곡 'Yes No Maybe'(박진영 작곡)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는 데 실패했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다 해도 'JYP' 박진영은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듀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앞둔 트와이스의 변신을 도모했던 'Signal'은 되려 그녀들에겐 역효과를 불러온 게 아닌지 하는 아쉬움을 남긴 작업물이다. 때론 변신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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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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