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 손흥민은 무척 의미있는 2016-17시즌을 보냈다. 토트넘은 올시즌 2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승점 80점(24승8무4패)으로 1963년 이후 무려 54년만이자 프리미어리그 출범(1992년) 이후로는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를 확정했다. 북런던 라이벌인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도 무려 22년만이다.

또한 올시즌을 끝으로 118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에서는 올시즌 무패(17승 2무)행진 포함, 마지막 경기였던 36라운드 맨유전(2-0) 까지 홈경기 14연승을 달리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장식했다. 비록 올시즌도 트로피를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것이 유일한 옥의 티였지만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할 만하다.

EPL 2년차를 맞이하는 손흥민도 토트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손흥민은 올시즌 프로 데뷔 이후 개인 최다인 19골(리그 12골)을 퍼부으며 기성용(스완지)이 2014-15시즌 기록했던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한 시즌 최다골을 경신했고, 차범근이 1986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수립한 역대 아시아 선수 빅리그 한 시즌 최다골과는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올시즌에만 작년 9월에 이어 지난 4월 EPL '이달의 선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팀 사정에 따라 주전과 벤치를 들락거리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등. 출전시간과 비중이 불규칙한 상황을 극복하고 거둔 성과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시즌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독일 복귀설 등이 거론되며 팀내 입지가 불안하게 평가받았던 손흥민은 이제 당당히 빅리그에서 인정받는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한 시즌이었다고 할 만하다. 무엇보다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 출신 공격수들은 EPL에서는 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손흥민을 통하여 깨졌다는 것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토트넘은 어느덧 길었던 시즌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지만 손흥민의 도전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순위는 이미 확정되었지만 토트넘은 아직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손흥민은 남은 경기에서 단 1골만 더 넣어도 한국축구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하게 된다.

유럽 빅리그 '한 시즌 20골'은 한국을 포함하여 역대 아시아 선수를 통틀어 아직까지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꿈의 기록이다. 보통 10골만 넣어도 준수한 공격수로 인정받지만 20골은 말 그대로 최정상급 선수를 가늠하는 지표다. 올해 25세의 손흥민은 천하의 차범근도 33세가 되어서야 이룬 최다골 기록을 무려 8살이나 젊은 나이에 달성했다. 1골만 더 넣으면 손흥민은 한국축구의 전설 '차붐'마저 뛰어넘어 최다골 기록의 유일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설사 앞으로 손흥민의 기록을 뛰어넘는 선수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손흥민이 '최초의 20골' 기록의 주인공이라는 상징성은 두고두고 남는다.

더구나 손흥민은 현재 박지성(전 맨유)이 수립한 역대 아시아 프리미어리거 통산 최다골(27골) 기록과도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손흥민은 EPL 진출 첫해였던 2015-16시즌 8골을 기록했고 올시즌 19골을 추가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8시즌을 뛰며 수립했던 대기록을 손흥민은 불과 2년만에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손흥민이 남은 경기에서 골을 추가하면 차범근과 함께 박지성의 기록 역시 자동으로 넘어서게 된다. 물론 이 기록은 다음 시즌 이후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지만 기왕이면 한 시즌 20골 등정과 함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한꺼번에 갈아치우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토트넘과 달리 손흥민은 아직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았다. 손흥민은 4월 15일 본머스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한국 축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바로 차범근이 1985-1986시즌 레버쿠젠에서 세웠던 한국인 유럽 무대 한 시즌 최다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기 때문.

손흥민은 31년 묵은 차범근의 기록을 넘어 신기록을 세울 기회를 잡았다. 심지어 손흥민은 2시즌 만에 박지성이 가지고 있는 잉글랜드 무대 통산 27득점과도 동률을 이룬 상황. 손흥민에게는 한국 축구 역사에 두 전설 차범근과 박지성을 동시에 넘을 기회가 온 셈.

하지만 지난 4월 중순까지만 해도 신기록 경신이 유력해보였던 손흥민의 기세는 안타깝게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4월 15일 본머스전에서 시즌 19호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아쉽게도 지난 5경기 동안 더 이상 득점포를 가동하지못했다.

공교롭게도 FA컵 첼시와 준결승전에서 생애 첫 윙백으로 출전했다가 수비불안으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손흥민은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이 경기 이후로 묘하게 상승세가 주춤하는 듯한 모습이다. 다행히 꾸준히 주전으로 출장하고는 있지만 벌써 한 달 가까이 골침묵에 시달리며 20골 기록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다. 몰아차기에 강하지만 부진할때는 득점기간의 간극이 크다는 기복은 여전한 손흥민의 아킬레스건으로꼽힌다.

손흥민의 대기록 달성을 위하여 남은 기회는 이제 두 번 뿐이다. 토트넘은 19일 레스터 시티와 와 21일 헐시티전을 남겨두고 있다. 두 팀 모두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데다 1부리그 잔류(레스터시티)-강등(헐시티) 등 팀순위도 확정된 상황이라 전력을 다할 동기부여가 마땅치않다는 게 손흥민에게는 유리한 부분이다. 하지만 남은 2경기 모두 원정인데다 경기간 휴식일도 짧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긴 시즌을 달려온 손흥민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피날레 골을 팬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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