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이 첫 번째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1라운드가 펼쳐졌다. K리그는 총 12팀이 참가한다. 즉, 12팀이 참가하는 리그에 11라운드가 펼쳐졌단 이야기는 모든 팀들이 상대팀과 한 번씩 자웅을 겨뤘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 순위가 벌어지기 시작할 시기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매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순위가 크게 요동칠 정도로 순위 경쟁이 뜨겁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불참으로 체력적 여유가 생긴 전북 현대가 일찍이 앞서 나갈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전북은 승점 21점으로 선두에 위치하고 있지만 2위 제주 유나이티드가 승점 20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중위권에서는 울산과 수원 등 전통의 강호들이 선두권 진입을 위해 도사리고 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듯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매경기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는 한정적이다. 전쟁터와 같은 그라운드 안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팀을 이끌고 있는 K리거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격수 - 자일(30·전남 드래곤즈)

   전남의 에이스는 올 시즌에도 자일이다.

전남의 에이스는 올 시즌에도 자일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의 초반을 지배하고 있는 공격수는 전남 드래곤즈의 자일이다. 한국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브라질산 공격수 자일은 현재 10경기에 출장해 7골을 터뜨렸다. 매서운 득점력으로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에 위치하고 있다.

전남에게 자일은 보물 같은 존재다. 지난해 7월부터 전남 유니폼을 입은 자일은 당시 강등권을 헤매던 전남을 구출했다. 전남은 자일 합류 이전까지 18경기에서 3승을 챙기는 데 그쳤지만, 자일이 영입된 7월에 전남은 4승을 쓸어 담았다. 7월의 기세를 이어 결국 전남 역사상 최초로 상위스플릿 진출에 성공했을 정도로 자일의 합류는 전남에게 결정적이었다.

자일의 존재감은 올 시즌에도 유효하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올 시즌에도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일의 골이 터지면 전남은 승리를 챙긴다. 4연패의 늪에 빠진 채 맞이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의 결승골을 시작으로 10라운드 광주FC와 경기에서 해트트릭까지 자일의 득점은 곧 전남의 승리였다. 3번의 선제골과 1번의 결승골로 성공시키며 전남이 올 시즌 거둔 4승을 모두 이끈 자일이다. 자일과 함께 득점 선두권에 위치한 FC서울의 데얀과 제주의 마르셀로가 리그 상위권 팀에서 뛰는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상대적으로 약체에서 뛰는 자일의 능력이 더욱 도드라진다.

미드필더 - 손준호(25·포항 스틸러스)

   포항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손준호

포항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손준호ⓒ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번 시즌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은 포항 스틸러스다. 시즌 개막 전 만족스럽지 못한 겨울 이적시장을 보낸 포항을 바라보는 시선은 물음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포항은 탄탄한 경기력과 경기 막판 터지는 '극장골'로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올 시즌 포항이 예상을 뒤엎고 선두권 경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에는 단연 손준호의 존재감이 있다.

이번 시즌은 손준호에게 중요한 시즌이다. 손준호는 지난 시즌 초반 전북과 경기에서 당한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에이스 손준호가 빠지자 포항은 급격하게 흔들렸고, 포항은 유례없는 부진을 겪으며 겨우 강등을 면했다. 굴욕적인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은 팀은 물론이고 장기간 부상 후 복귀한 선수 본인에게도 반전이 필요한 시즌이다.

포항의 굴욕은 손준호의 복귀로 끝이 났다. 이미 2015 시즌에 이명주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K리그 톱클래스 미드필더로 평가받은 손준호의 실력은 여전했다. 이번 시즌 본인의 이름을 알린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룰리냐에게 내주고, 손준호는 좀 더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있다. 장기인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풀어 나가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노련해진 손준호의 경기 조율 능력도 지난 시즌에 비해 포항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졌음에도 승승장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11경기에 모두 출장해 1골 4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적으로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화려한 에이스의 '귀환'이다.

수비수 - 조용형(34·제주 유나이트드)

   제주로 돌아온 조용형

제주로 돌아온 조용형ⓒ 제주 유나이티드


올 시즌 K리그 화제의 중심에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력이 있다. 경기당 2골(11경기 22골)을 터뜨리는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공격력에 다소 가려진 면이 있지만 수비력도 인상적이다. 다수의 수비 자원이 새롭게 제주 유니폼을 입고 활약 중인데, 그 중심에는 돌아온 '제 2의 홍명보' 조용형이 있다.

사실 올 시즌 제주의 조성환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다. 공격력인 지난 시즌부터 이미 활화산이었다. 다만 허술한 수비가 제주의 우승 다툼에 발목을 잡았다. 우승의 마지막 퍼즐인 수비력에 있어서 조용형은 훌륭한 카드가 되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풍부한 경험을 소유한 조용형은 제주의 수비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조용형은 쓰리백 라인의 중앙에 위치해 최대 장점인 패스와 넓은 시야를 뽐내고 있다. 단순히 수비만 하는 수비수가 아니라 정확한 패스로 제주의 폭발적인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후방에서 경기를 노련하게 조율하고 있는 조용형이다.

본연의 임무인 수비에서도 활약 중이다. 기본적으로 조용형을 보좌하는 김원일, 오반석 등이 상대 공격수와 직접 맞부딪히지만, 조용형은 특유의 위치선정과 판단으로 제주의 위기를 먼저 차단하고 있다. 조용형은 김원일이 다소 높은 라인으로 올라가 공격에 가담할 때는 유연하게 자리를 옮겨 수비의 촘촘함을 유지시킨다. 조용형의 노련미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조용형을 중심으로 한 수비진의 활약으로 제주는 올 시즌 현재 10골만 허용하며 리그 실점 2위를 달리고 있다.

골키퍼 - 신화용(34·수원 삼성)

   이번 시즌 새롭게 수원의 장갑을 낀 신화용

이번 시즌 새롭게 수원의 장갑을 낀 신화용ⓒ 한국프로축구연맹


국가대표급 골키퍼들이 K리그가 아닌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면서 K리그엔 스타 골키퍼가 부족해졌다. 전북의 홍정남, 포항의 강현무 등이 이슈를 끌긴 했지만 아직은 무게감이 떨어지는 선수들이다. 그나마 K리그 골키퍼 중에 이름값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신화용이 현재까지 맹활약하며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고 있다.

올 시즌 포항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신화용은 수원의 불안한 뒷문을 안정적으로 변모시켰다. 지난 시즌 노동건과 양형모가 지킨 수원의 뒷마당은 안정감보단 불안감이 더 컸지만, 신화용의 합류로 많은 부분이 변했다. 골키퍼치고 작은 신장(183cm)을 지녔지만 여전한 반사신경으로 수원 수비의 최후의 보루로서 활약하고 있다. 수원은 주전 수비수들의 부상으로 선발 수비진을 꾸리기에도 급급할 정도로 비상이 걸렸지만, 그나마 신화용의 활약 덕에 승점을 쌓고 있다.

특히 7라운드 강원FC 원정에서의 활약은 대단했다. 신화용은 수원이 2대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디에고의 패널티킥을 막아내며 수원의 승리를 만들어 냈다. 잦은 무승부와 '이정수의 돌연 은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강하게 흔들리던 수원을 구한 '슈퍼세이브'였다. 신화용은 전반전에 디에고에게 패널티킥을 이미 허용했지만, 정확한 분석과 집중력으로 후반 추가시간의 디에고 킥 방향을 정확히 예측해 선방했음을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신화용의 경험이 빛났던 순간이었다. 이 선방으로 시즌 첫 승을 일궈낸 수원은 이날의 승리를 원동력으로 현재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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