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영화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양자대결로 치러진 지난 대선과는 다르게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도 영화계의 지지가 분산되기는 했지만 문재인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졌던 지난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준비를 착실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내심 야권 단일후보로 안철수를 선호했던 영화인들도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이후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날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호감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3년 영화인들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 중 한 사람인 변영주 감독과 찍은 사진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3년 영화인들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 중 한 사람인 변영주 감독과 찍은 사진 ⓒ 변영주


"그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온건하고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보수주의자로 봤다. 그는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지도자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변영주 감독의 평가다. 노동당원으로 2012년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변 감독은 이번에서는 아예 민주당에 입당해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다. 

변 감독이 언급한 그날은 2013년 9월 5일 당시 문재인 국회의원과 영화인들이 함께 만난 날이다. 이 만남이 영화계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믿음을 갖게 만든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자신을 도왔던 영화인들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영화계의 여러가지 병폐와 대안을 직접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과 친분 있는 영화계 인사가 나서 충무로에서 대화모임을 마련했다.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 등 20여 명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선거 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마련한 다분히 형식적인 자리로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영화계 인사들의 요구와 제안에 대충 알았다는 식이 아닌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무리하거나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영화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겠다는 자세였다.

변 감독은 "얼버무리지 않는 진지함에 급호감이 생겼다"면서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이번에도 지지했고 그가 속한 당이 놀랍게도 유능해져 문재인이라는 인물과 더불어민주당이 하나가 되어 치른 아주 좋은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디 다양한 영화계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서 잘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날, 소탈한 자세로 영화계 목소리 경청

'대립군' 정윤철 감독  정윤철 감독이 25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대립군>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팩션 사극이다. 5월 31일 개봉 예정.

▲ '대립군' 정윤철 감독 정윤철 감독이 4월 25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대립군>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팩션 사극이다. 5월 31일 개봉 예정. ⓒ 이정민


5월말 <대립군>을 개봉하는 정윤철 감독도 최근 개인 SNS에 올린 글에서 비슷한 생각을 나타냈다. 정 감독은"감독조합을 대표해서 그 자리에 나갔는데 하얀 와이셔츠 차림의 문재인은 소탈한 자세로 허심탄회하게 영화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었다. 아마 그런 식으로 문화계 사람들을 골고루 만나며 정책 수립의 자료를 모으고 있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대선에서 실패한, 그리고 다음에 또 대통령 선거에 나올지도 전혀 불분명한 문재인에게 뭔가를 호소한다는 것은 왠지 철 지난 달력을 뒤적거리듯 공허하기만 했다"면서 "마치 대입시험에 떨어진 애들끼리 모여 어떻게 재수를 할 거냐, 어느 학원이 더 좋다더냐, 정보를 나누는 맥 빠진 만남 같았다"고 회상했다.

정 감독은 "멀어지는 그의 작은 뒷모습을 보면서 정말 다음 대선을 벌써 준비하는건가? 진짜 또 나오긴 나올 생각인가? 사람은 참 괜찮은데 과연... 이런저런 상념이 스쳐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대선 떨어지자마자 재수를 착실히 준비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감독은 "나는 이른바 문빠도 아닐 뿐더러 문재인에 대한 절대 확신이 있거나 그를 구세주로 떠받들 생각도 없다"며 "그를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성격상 대통령이 되기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되면 너무 잘 할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성들은 마침내 그에게 기회를 주었으니 패배감을 딛고 묵묵히 적어나가던 그의 재수 노트가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영화 문재인 변영주 정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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