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서서평 : 천천히 평온하게>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서서평 : 천천히 평온하게> 포스터 ⓒ 커넥트픽쳐스


지난 4월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서서평 : 천천히 평온하게>가 박스오피스에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다. <서서평...> 은 12일 8만 관객을 넘기며 올해 개봉된 국내 다큐멘터리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 중이다. 10만 관객도 가능할 만큼 개봉 후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요란하지 않은 잔잔한 흥행이지만 그 기세가 무섭다.

<서서평 : 천천히 평온하게>는 1912년 한국에 들어와 1934년 타계하기까지 호남과 제주도 일대에서 한센병 환자들과 고아, 과부 등을 돕던 독일 태생 미국인 간호사 엘리자베스 요한나 쉐핑(한국명 서서평)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서서평은 광주 기독교계에는 꽤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 선교사로 들어온 서서평은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약자들을 위한 치료에 힘을 쏟았다. 가진 것 대부분은 가난한 치료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쓸 만큼 헌신적이었다.

그가 풍토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별세했을 때 장례는 광주 최초의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당시 <동아일보>에 그의 살아온 삶에 대한 기획기사가 날만큼 한국에서 매우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다. 한국에서 외국인 선교사들과 함께 세우고 근무했던 제중원(현 광주기독병원)은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부상자들을 치료했던 5.18 사적지이기도 하다.

영화는 그가 태어나 한국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는 한편으로 재연장면을 통해 그의 한국에서의 활동을 복원한다. 다큐에 드라마를 넣으면서 체감 밀도를 높였다.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종교 문제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간호사가 되어 한국에 들어온 서서평 선교사의 삶은 자신의 아픔을 사랑으로 승화시켜낸 경우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며 여성 인권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4명의 아이를 입양했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교육에도 관심을 쏟았다. 그가 1920년에 세운 이일학교(현 한일장신대)가 대표적이다. 여성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며 자립정신을 가르쳤는데, 당시 천대받던 여성들의 계몽에 힘을 쏟았다.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서서평 : 천천히 평온하게>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서서평 : 천천히 평온하게>의 한 장면 ⓒ 커넥트픽쳐스


1920~30년대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벌였던 한 선교사(간호사)에 주목한 <서서평:천천히 평온하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을 발굴해 낸 역사다큐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한국인으로 살고자했던 외국인에 대한 휴먼 다큐이기도하다.

마지막 순간 그가 남긴 재산이라고는 동전 7개와 강냉이 가루, 담요 한 장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시신마저도 의학용으로 기증했다.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Not success but service)'는 그의 자세는 서서평의 삶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서서평 : 천천히 평온하게>는 서서평에 이야기로 처음과 끝을 맺기에 단순한 종교다큐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에 대한 매서운 비판과 반성이 깔려 있다.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웃들을 돌보기 위해 자기 가진 것을 다 내 주려했던 외국인 선교사의 모습은, 소외된 자들을 멀리하고 약자들을 멀리한 채 외형에 치중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과 대비된다. "놀러가는 줄 알고 나들이 복장으로 서서평 선교사를 따라갔더니 다리 근처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챙기더라"는 증언은 이 다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종교를 소재로 한 다큐가 흥행에 유리한 편이지만 <서서평 : 천천히 평온하게>는 지난 4월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호평 받은 것도 흥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큐영화지만 재연 장면이 많아 극영화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영화의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재연 장면에서 서서평을 연기한 배우 윤안나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배우고 있는 독일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배우 하정우가 나레이션을 맡은 것도 화제가 되고 잇다. 

작품을 연출한 홍주연 감독은 한 케이블 종교방송사에서 피디로 일하고 있는데, 토지 문제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만들어 왔고 공중파 TV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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