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영한 tvN <SNL 코리아 시즌9>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한 tvN 한 장면 ⓒ CJ E&M


"이렇게 정치가 이런 개그의 소재가 되고 하는게 참 좋아요."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광장에서 자신을 쏙 빼닮은 캐릭터 '문재수'를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은 tvN <SNL코리아 시즌9>(이하 <SNL코리아 9>)에서 문재수 역을 맡고 있는 김민교의 손을 잡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문재인이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 13일 <SNL 코리아9>는 방송 내내 새로운 대통령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치 풍자를 긍정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 여러모로 비교되는 행보였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만해도, <SNL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로 대표되는 강도높은 풍자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풍자는 사라지고 야한 농담만 남아 해당 프로는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성인 코미디쇼로 기억되어야했다.

날개 단 정치 풍자

 지난 13일 방영한 tvN <SNL 코리아 시즌9>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한 tvN 한 장면 ⓒ CJ E&M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법정 구속 이후 장미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5년동안 꽁꽁 얼어붙어야 했던 <SNL 코리아>의 풍자 본색 또한 슬슬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장미 대선에 맞추어 <SNL코리아 9>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너는 '미운우리프로듀스 101'(이하 '미우프')로 대한민국 가요계를 이끌어나갈 센터의 자리를 두고 다섯 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콘셉트였다.

대선 과정을 풍자하는 코너인만큼, '미우프'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들을 패러디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문재인을 패러디한 문재수 부터 홍준표를 떠올리게 하는 레드준표, 안찰스(안철수), 유목민(유승민), 심블리(심상정) 등, 이 중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웃음을 준 캐릭터는 레드준표(정이랑 분)다. 지난 대선 동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복사기처럼 따라하는 레드준표는 풍자에 목 말라있던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안겨 주었다.

유세 기간 중 대선에 패배하면 강에 빠지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미국으로 간 홍준표 후보와 달리, <SNL 코리아 9>의 레드준표는 짐짓 모르는 척 하다가, 할 수 없이 얕은 강이라도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말끝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만든 유행어 "누구 입니꽈~!"를 외치는 안찰스(정상훈 분) 캐릭터도 '미우프'의 일등공신이다. 문재수-안찰스, 레드준표-유목민으로 얽힌 애증의 관계들도 '미우프'를 재미있게 만드는 개그 요소였다.

이제 문재수가 국민들의 투표로 센터(대통령) 자리에 오른 만큼, '미우프' 역시 지난 13일 방송부로 종료되었다. 대신, 오프닝에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 OST에 맞춰 문재수와 청와대 비서진들을 따라한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 당시 그에게 뽀뽀를 하며 축하를 건넨 안희정 충남지사를 빗댄 안연정이 다시 비중있는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성역 없는 풍자

 지난 13일 방영한 tvN <SNL 코리아 시즌9>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한 tvN 한 장면 ⓒ CJ E&M


'미우프'는 끝났지만, 대한민국 공식 센터가 된 문재수 외에도 레드준표, 안찰스, 유목민, 심블리, 안연정, 이잼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을 패러디한 캐릭터인만큼 <SNL코리아>에 계속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SNL 코리아 9>분위기도 화기애애했지만, 정치 풍자 코미디라면 응당 잘못에는 그걸 비틀어 줄 아는 묘미가 있어야한다. 문재인 정부와 유력 정치인들을 무조건 까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풍자 암흑기를 딛고 다시 일어나고자 한다면 성역없는 풍자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롱과 폄하 대신, 정부 실책과 비리 정치인, 기업들에 대한 품위있고도 강도높은 비판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만 우스꽝스럽게 따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꿰뚫는 예리한 시선이 가미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정부와 국민 간의 진정한 쌍방향의 소통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과연 <SNL코리아>는 정치 풍자를 긍정하는 문 대통령 시대에 그런 풍자를 보일 수 있을 것인가. 이를 뛰어 넘어 모기업 CJ와 CJ E&M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사이다 같은 일침을 날릴 수 있을까.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벌어지는 모순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성역없는 풍자를 보여주는 <SNL 코리아>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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