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의 한장면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의 한장면ⓒ (주)스마일이엔티


시한부 인생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많다. 그리고 이들 작품 속 주인공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소중한 이들을 찾아 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눈다거나 추억이 서린 어딘가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뒤에야 과거를 돌아보고, 그 와중에 '그래도 내 인생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의 주인공 슈지(오다 유지 분)는 좀 다르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아 살 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그는 자신의 죽음을 숨긴 채 그 이후를 준비한다. 홀로 남을 아내 아야코(요시다 요 분)와 어린 아들을 위해 새로운 가장이 될 남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슈지는 맞선 회사를 운영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알게 된 신스케(아베 히로시 분)가 자신을 대신해 가족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리라 여긴다. 그리곤 아야코와 신스케의 맞선을 성사시키고자 준비한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한다.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의 한장면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의 한장면ⓒ (주)스마일이엔티


슈지를 통해 '끝을 함께하는 것'에 앞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 영화의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묻고, 나아가 애초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아내와 아이에게 새 남편과 아빠를 선사하려는 슈지의 노력은 그런 면에서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의 태도로까지 비친다. 'MC가 바뀌어도 계속되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내가 없어도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슈지의 바람처럼, 이는 죽음을 앞둔 이가 남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선택으로서 나름 설득력을 갖는다.

슈지가 20년 경력의 TV 예능 방송작가란 설정은 이같은 그의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는 지점이다. 일상의 모든 순간 속에서 '펀치'를 발견해야 하는 그가 자신이 처한 시한부 인생조차 천진하게 받아들이는 지점은 웃음과 감동을 무기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속성과 맞물려 인상 깊게 남는다. 특히 중반부까지 슈지와 가족 간의 신파를 자제하고 줄곧 '다큐를 예능으로 받는' 영화의 희극적 요소들은 되레 이면에 자리한 드라마를 부각시키며 큰 울림을 남긴다. 원작 동명 소설을 쓴 작가 히구치 타쿠지가 실제 예능 방송작가란 점 또한 이런 영화의 결에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의 한장면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의 한장면ⓒ (주)스마일이엔티


아야코와 신스케가 슈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영화 후반부 전개는 퍽 감동적이다. 이들은 자신을 속인 슈지의 제안에 "바보같은 생각"이라며 거절하지만, 끝내 그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맞선 자리에 나선다. 그 뒤 세 사람이 함께 데이트를 이어가는 장면들은 낯설면서도 따스하게 다가온다.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신스케와 좋은 아내이자 엄마였던 아야코는 실제로 잘 어울리는 커플로 비치고, 이는 슈지에게도 즐겁고 보람찬 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둘의 만남은 떠나는 이와 떠나보내는 이가 서로에게 전하는 정성어린 선물로 남는다. 제멋대로 고른 재혼 상대를 아내에게 들이미는 슈지에게서 딸을 둔 옛날 아버지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영화 말미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라는 그의 한 마디만큼은 그 순수한 진심 덕분에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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