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의 도움왕은 과연 누가 차지 할까.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우승 경쟁이 여전히 뜨겁게 진행 중인 라리가의 도움왕 경쟁도 역시 끝나지 않았다. 득점왕 타이틀은 35골을 기록 중인 리오넬 메시가 27골을 성공시킨 2위 루이스 수아레즈에 크게 앞서 사실상 경쟁이 끝났지만, 도움왕 자리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라리가 최다 득점자엑 주어지는 피치치 같은 상이 도움왕에게 주어지지는 않지만 도움왕 타이틀의 의미는 크다. 개인적인 역량만 받쳐주면 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득점과 달리 도움은 반드시 패스를 받은 동료가 골을 넣어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도움보다는 골을 많이 기록할 정도로 도움 숫자를 늘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집안 싸움

 두 시즌 연속 도움왕을 노리는 수아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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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쉬운 일이 아닌 도움왕 자리에 또 다시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수아레즈다. 지난 시즌 16개의 도움을 성공시키며 메시와 함께 공동 도움왕에 등극한 수아레즈는 올 시즌에도 1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라리가 최다 도움자로 위치하고 있다.

수아레즈는 보통의 도움왕들처럼 정교한 패스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는 아니다. 득점 장면에서 팬들을 경악시키는 전형적인 공격수다. 그럼에도 수아레즈가 많은 도움을 기록할 수 있는 것에는 이타적인 플레이 성향에 있다. 본인이 해결을 해야 할 장면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슈팅을 시도하지만, 팀 동료가 본인보다 더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으면 망설임 없이 동료에게 기회를 양보한다. 리버풀 시절부터 입증된 이타성은 바르셀로나에서도 유효하다.

지금은 MSN(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 중 수아레즈가 도움왕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지만 메시와 네이마르도 무시 못할 경쟁자다. 네이마르와 메시는 현재 각각 10개와 9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역전을 노리고 있다.

먼저 네이마르는 올 시즌 골보다 도움을 더 많이 기록했을 정도로 도움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6골을 기록하는 동안 18도움을 동료에서 선물한 바르셀로나 최고의 도우미다. 네이마르는 기본적으로 상대 수비수 한두 명은 우습게 제치는 화려한 드리블 능력과 날카로운 패스를 장착하고 있고, 올 시즌은 득점보다는 도움에 초점을 맞춘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한 경기에 여러 개의 도움을 뽑아내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서 수아레즈 입장에선 가장 무서운 추격자 중 하나다.

라리가 역대 최다 도움에 빛나는 메시도 무시 못할 경쟁자다. 폭발적인 득점력에 다소 가려져 있지만 메시의 도움 능력 또한 세계 최정상급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도움보다는 득점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도움 개수를 쌓을 수 있는 선수다. 다만 바르셀로나에게 남은 라리가 경기가 두 경기란 사실이 두 선수의 최다 도움 선두 탈환을 섣불리 말할 수 없게 만든다.

새로운 '패스 마스터' 크로스의 도전

   레알의 새로운 패스 마스터 크로스

레알의 새로운 패스 마스터 크로스 ⓒ 위키미디어


바르셀로나에서 세 명의 선수가 도움왕에 도전하고 있는 반면 레알에서는 한 선수가 도움왕 자리에 근접하다. 바로 독일의 천재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다. 어느덧 레알의 유니폼을 입고 라리가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크로스는 현재 11개의 도움을 성공시켜 최다 도움 2위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밟았던 리그 두 자릿수 도움 고지에 올 시즌에도 오르면서 레알 공격수들의 도우미로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다소 공격적인 역할을 소화했던 바이에른 뮌헨 시절과 달리 레알에서는 후방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만 도움 개수는 꾸준히 늘리고 있다.

MSN의 무기가 드리블과 창의적인 패스라면 크로스의 최대 무기는 역시 킥의 정확성이다. 어쩌면 도우미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킥의 정확도면에서 크로스가 가장 앞서 있다. 크로스는 라리가 입성 이후 평균 패스 성공률이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선수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 마스터' 별명을 이어받았을 정도로 짧은 패스와 롱패스에 모두 능하고, 나아가 주발이 아닌 왼발로 시도하는 패스도 정확하게 구사한다.

도우미의 기본인 정확한 킥력에 동료 선수들의 득점력까지 더해져 크로스의 도움이 완성되고 있다. 크로스는 레알의 코너킥을 전담해서 해결하고 있는데 레알에는 호날두, 라모스 등 무시무시한 '헤더머신'들이 존재한다. 두 선수에 그치지 않고 페페와 라파엘 바란, 알바로 모라타 등 크로스의 정확한 킥을 머리로 곧장 상대 골문에 내리꽂을 선수가 레알엔 다수 있다.

최대 경쟁자인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다르게 남은 라리가 경기가 세 경기인 것도 크로스에게는 호재다. 도움 개수의 차이가 깻잎 한 장 차이기에 한 경기를 더 소화 할 수 있는 크로스가 객관적인 조건에서 경쟁자를 앞선다. 다만 최근 팀 동료 루카 모드리치의 활약으로 크로스가 후방에서 활약하는 시간이 전보다 더 길어진 점은 아쉽다. 또한 코너킥도 모드리치와 분담해서 처리하는 비중이 커졌다. 크로스의 도움 행진이 지난 한 달간 멈춘 이유다.

신계에 도전하는 피아티

   전성기를 맞이한 피아티

전성기를 맞이한 피아티 ⓒ 에스파뇰 공식 홈페이지


라리가의 대부분 선수들은 레알과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인해 쉽게 최다 도움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한다. 지난 수 년간 도움왕은 항상 레알 혹은 바르셀로나 소속의 선수가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역사가 반복될 확률이 크지만 도전자는 존재한다. 바로 RCD 에스파뇰의 파블로 피아티다.

UD 알메리아를 거쳐 발렌시아 CF에서 다섯 시즌 동안 활약한 피아티는 올 시즌 에스파뇰 유니폼을 입고 실력이 만개했다. 확고한 주전 선수가 아니였던 발렌시아 시절과 다르게 올 시즌 에스파뇰에서는 29경기에 출전하며 핵심 멤버로서 활약하고 있다. 피아티는 29경기에 나서 10골-10도움을 기록 중이다.

'제 2의 메시'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드리블 능력이 피아티의 장점이다. 수준급의 크로스 능력은 덤이다. 주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되지만 2선 어떤 자리에서도 뛸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다. 피아티의 활약 덕에 이번 시즌 레알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마르코 아센시오의 공백이 에스파뇰에게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피아티의 도움 10개는 놀라운 기록이다. 에스파뇰이 전력상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감을 둘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다. 측면 미드필더로서 수비적인 부담도 많은 피아티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골과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라리가에 입성한지 8년 차가 되어가는 피아티는 한층 노련하고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고 있다.

전성기를 맞이한 피아티의 개인적인 입장에선 도움왕 타이틀을 열망하겠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에스파뇰의 전력이 가장 문제다.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13골을 터뜨린 제라드 모레노가 있지만, 다른 경쟁자들의 팀 동료 공격수에 비하면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소속팀 에스파뇰이 리그 9위를 달리고 있는데,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에스파뇰은 유럽대항전과 강등권에서 모두 멀어져 있어 여러모로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의지는 크겠지만 여건이 바쳐주지 않는 피아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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