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찾지마

엄마를 찾지마ⓒ ebs


최근 예능의 트렌드는 100만원인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두 예능이 돈 100만원을 들고 나왔다. 지난 4월 24일 야심차게 선보인 EBS의 <엄마를 찾지마>, 5월 11일 첫 선을 보인 올리브tv의 <어느날 갑자기 100만원>이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출연자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0만원을 주고 그것을 마음껏 쓰도록 하는 호혜를 베푼다. 단지 그 대상이 다를 뿐이다. <엄마를 찾지마>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마에게 100만원을 준다면, <어느날 갑자기 100만원>은 연예인에게 100만원을 준다.

엄마의 여유

한 가족의 엄마들이 돈 100만원을 들고튄다. 늘 그 자리에서 있어왔던 그 엄마가 제작진이 전해준 100만원을 들고 무단가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가족들의 황망함도 잠시. 엄마의 빈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엄마의 뒤를 쫓는 추격전을 감행하고, 자신을 뒤쫓아 오는 가족들과의 술래잡기를 하며 엄마는 그간 못 누려본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누리며 자신을 돌아본다.

주인공들의 상황은 다양하다. 2회에선 강원도 화천에서 민박집을 하고 있는 고부가 등장했다. 17살에 시집와 43년째 고향을 지키는 시어머니와, 한때는 도시 여자였지만 지금은 며느리가 된 이가 주인공이었다. 3회에선 가수 박지헌의 아내가 5남매를 떼어놓은 채 가출했다.

돈 100만원, 하루의 시간 동안 한 가출이라고는 참 알량하다. 머리 하고, 옷 한 벌 사 입고, 지인들을 만나 수다 떨고,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는 게 전부다. 좀 다르다면 패러글라이딩 정도다. 그렇게 하루를 만끽한 엄마들은 때론 가족들의 추격에 뒤를 밟혀, 그게 아니라도 제 발로 귀가를 하고 만다.

이 굴러들어온 100만원의 의미는 무엇일까? 출연자 면면에서 알 수 있듯 극한직업인 엄마에게 주어진 강제휴식인 성격이 강하다. 매회 놀라움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여성의 권리가 향상되었다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엄마의 자리는 독박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엄마를 찾지마>는 증명한다. 엄마들은 하루 돈 100만원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낄 만큼 참 착하다. 예능의 공식답게 가출의 마무리는 함께 사는 남자들의 반성과 엄마들의 흐뭇한 만족으로 귀결된다.

반면 올리브tv의 <어느날 갑자기 100만원>을 보면 과거 MBC <행복 주식회사>의 '만원의 행복'이 떠오른다. 악동 뮤지션과 옥택연에게, EXID 하니에게 돈 100만원이 무슨 큰 돈이겠는가. 그럼에도 예능 출연자들답게 이들은 그 돈에 기특한 의미를 부여하며, 예능적 재미를 톡톡히 뽑아낸다.

연예인들의 여유

 엄마를 찾지마

엄마를 찾지마ⓒ ebs


과거 만원의 행복이 알뜰한 생활을 요구하는 경제관념을 앞세운 프로그램이었다면, <어느날 갑자기 100만원>은 여러 연예인들의 처지에 걸맞게 여유와 힐링으로 환원시키는 모습을 다룬다. 이미 <원나잇 푸드 트립>을 통해 서로 누가 더 많이 먹느냐라는 조건 외에 무조건적인 호혜로서의 먹방 여행을 선보인 올리브TV다. 출연자들은 일 하느라 누리지 못한 여유를 누린다. 신혼의 박준형에겐 아빠의 여유를, 옥택연에 의해서는 100만원의 가치를 뛰어넘는 미국 횡단 여행이 등장했다. 이렇듯 <어느날 갑작 100만원>은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면면에 따라 이 시대 '소비'의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엄마를 찾지마>와 <어느날 갑자기 100만원>은 100만원이라는 금액을 넘어선 삶의 돌파구와 가치를 증명해 보인다. 그래도 어쩐지 보면서 그 100만원이 자꾸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느날 갑자기 100만원>의 MC 김구라의 소회처럼 우리나라 굴지의 기획사 소속 아이돌들이 새로운 돈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바로 그날 광화문에선 알바 노조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조들은 새 대통령이 2020년까지 약속했던 시급 만원의 시급한 실행을 요구했다. 2017년 알바 시급은 6470원이다. 하루 8시간 한 달은 쉬지 않고 일해도 160만 원 정도를 손에 쥐는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돈 100만원은 무겁고도 헐하다.

그런데 그 무겁고도 헐한 돈의 반도 넘는 금액이 오가는 예능을 보면서 야릇한 괴리감이 느껴진다. 격무에 시달리는 엄마들이라면 보상의 의미라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 돈이 없어도 될 연예인들이 돈 100만원을 가지고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은 마치 한 끼를 편의점에서 때우며 흥청망청 먹방을 보는 기분과 흡사하다. 물론 이 프로그램들이 굳이 100만원을 내세워서 그렇지 예능 프로그램 한 회의 제작비가 어마무시하다는 건 굳이 까놓고 말하지 않아도 안다. 철거된 <윤식당>을 하룻밤 사이에 복원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겠는가. 예능에서 집도 지어준다는 세상에, 어쩌면 발 걸기일 수도 있겠다.

그들이 연예인이 아니라, 취업에 지친 수험생이나, 알바에 지친 청년들, 거리의 노숙자였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든다. 그들이라면 저 100만원이 진짜 여유가 될 텐데. 노파심이라도 어쩔 수 없다. 한 사회에서 이리도 돈 100만원의 가치가 다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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