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정상회담>

JTBC <비정상회담> ⓒ JTBC


지난 3월 20일 개최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다양성 부문에서 수상했다. 방송대상 측은 "다양한 국적의 출연자들이 모여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했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인도, 파키스탄,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일본, 중국, 멕시코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12국 청년들의 열띤 토론은 방송대상 측의 말마따나 타 문화를 이해하는교두보가 된다. 또한 한국 청춘들이 자신들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2014년 9월 15일 방송에서 다뤄진 '청년 취업 문제'는 이에 부합하는 사례다. 방송은 한국 취업 시장의 비정상적 스펙 쌓기와 낮은 취업률을 다룬다.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취업률을 높거나 과도한 스펙을 요구치 않는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위로와 공감이 수반되기도 한다.

이렇듯 <비정상회담>은 수상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프로의 다양성에 온전치 않은 부분이 있으니 바로 여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비정상회담>이 놓친 부분들

 지난 25일 방영한 JTBC <비정상회담> 한 장면

지난 25일 방영한 JTBC <비정상회담> 한 장면 ⓒ JTBC


<비정상회담>에는 2017년 현재 11명의 11개국 대표와 한국인 MC 3명, 총 14명이 고정 출연한다. 매 회마다 1명 내지 2명의 게스트가 참여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모두 남성이다. 게스트로 여성이 나올 때도 있으나, 남성 게스트가 나올 경우 16명가량의 출연자가 모두 남성이다. 그 결과 <비정상회담>은 종종 부족한 논의의 결과, 즉 여성이라는 다양성 표출에서 한계점을 드러낸다.

2014년 12월 1일자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여자로 태어나고 싶은 이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MC중 한 명인 전현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자가 되고 싶다. 대접을 받고 싶다. 사실 남자들은 계속 여자를 위해주고 살아간다. 난 이걸 한 번 받아보고 싶은 거야."

방송이 끝난 직후, 그의 발언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여성 혐오 발언이다', '여성의 처지를 공감치 못한 언사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물론 같은 질문에 이탈리아 대표인 알베르토와 프랑스 대표 로빈은 각각 '남자로 한 번 살아봤으니까 여자로도 살아보고 싶다', '여성으로 태어나 임신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언급하며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또한 전현무의 발언에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차별적 현실을 고려치 못한 전현무의 발언이 별다른 제지를 받지 못한 체 논의가 진행된 점은 <비정상회담>의 분명한 한계점이다. 2013년 기준 남성 대비 여성임금 비율은 63.1%로 14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 남녀 임금 격차 1등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공포는 여전히 만연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독박 가사노동 및 육아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비정상회담>은 여성이 처한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 심지어 또 다른 MC 유세윤은 전현무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했다. 게스트로 나온 방송인 사유리가 일본의 성차별을 주제로 선정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더욱 적절치 못한 발언과 반응이었다.

2015년 5월 18일 방송은 혐오주의를 주제로 진행됐다. 게스트는 진중권 교수였다. 게스트를 포함한 16명의 출연자가 모두 남성이었다. 그리고 여성혐오는 다뤄지지 않았다. 당시는 터키 실종 김군의 "페미니스트 증오로 IS 합류 희망" 발언, 김태훈 칼럼리스트의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 칼럼 등으로 여성혐오 이슈가 대두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에선 이런 논의가 부족했다.

<비정상회담>의 출연자들은 각자 이질적인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특정 이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한다. 평소 우리가 생각지 못한 지점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한국의 고정된 성의식도 종종 그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남성이다. 한계점이 분명하며, 여성을 대표한다고 보긴 힘들다. 그 결과 여성, 특히 한국 여성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은 종종 여과 없이 터져 나온다.

완전한 다양성

 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 JTBC


2017년 4월 24일 방송은 달랐다. 이날 방송에서는 프랑스, 러시아, 일본 그리고 스웨덴 여성 대표 4인이 나와 워킹맘에 대한 사회인식, 육아휴직 등에 대해 말했다. 남녀 모두의 관점에서 이슈에 접근해 논의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완전한 다양성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러시아에서는 26살이 애를 낳기 적합한 나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보수적인 면이 있어 애가 있으면 무슨 일을 하냐고 보고, 젊은이들은 일과 병행하려고 한다."

러시아 대표 에바가 여성으로서 직접 경험한 러시아의 현실을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발화하는 순간 <비정상회담>은 다양성을 회복했다. 다양성이란 건 국가뿐만 아닌 성별로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수는 대략 5천만 명에 이르며, 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 100.6명이다. 거의 동수다. 여성이 없는 다양성은 산술적으로도 반쪽짜리 다양성인 것이다.

여성이 없는 <비정상회담>의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사회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관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는 그 부작용과 해결점을 둘 다 보여줬다.

2017년, 여전히 여성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는 오늘, <비정상회담>이 완전한 다양성을 회복해 방송의 기치를 진정으로 실현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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