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게 된통 깨지거나, 부모님에게 잔뜩 꾸지람을 들어 우울해지는날이면 노래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춤이 추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런 분들을 위해 댄스 영화들을 추천해보고자 한다. 댄스가 소재가 된 수많은 작품들이 있기에, 2000년대와 그 이전의작품으로 나누어 두 번에 걸쳐 소개 하려 한다. 참고로 영화의 영문 제목과 한글 제목이 상이한 경우가 있어 병행 표기 하였다.

[하나]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Save The Last Dance, 2001)


힙합과 발레가 만나 최초의 대대적인 성공을 만들어낸 영화 <세이브더 라스트 댄스>.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저메키스 감독과 흥행 보증 수표 톰 행크스가 만나 제작된 <캐스트 어웨이>를 누르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영화이기도 하다. 고작 1천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미 9105만7006 달러, 월드와이드 1억3170만6809 달러의 수익을 거머쥐었기에 더더욱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평론가의 무자비한 혹평을 받은 저 예산 하이틴 영화가 이토록 크나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는 각종 TV시리즈로 에미상을 수상한 토마스 카터 감독이 연출했는데, 언뜻 봐서는 춤을 소재로 한 단순한 저 예산 하이틴 로맨스로 보인다. 거기다 무려 10살이나 차이 나는 20대의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줄리아 스타일스와 30대의 주연배우 숀 패트릭 토마스가 고등학생으로 출연했기 때문인지, 미스캐스팅이라는 얘기도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감독은 자연스럽게 저소득층 10대 흑인이 겪고 있는 문제들과 현실을 댄스 영화에 접목시켜, 관객들이 거부감이나 편견 없이 하이틴 영화 특유의 클리셰를 함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완벽히 녹여냈다. 그랬기에 마틴 루터킹 데이에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둘] <허니>(Honey, 2003)


영화 <허니>는 뮤직비디오 및 영화 감독인 빌 우드러프가 연출하고, 제시카 알바와 <다이버전트>의 메키 파이퍼가 주연을 맡았다. 흥겨운 힙합 댄스가 가득한 성장영화이기도 한 <허니>는 1천8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전미 3030만8417 달러, 월드와이드 6222만8395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하였다.

본 영화는 청소년 센터에서 아이들에게 힙합을 가르치며 프로 안무가를 꿈꾸는 허니 다니엘즈(제시카 엘바 분)가 아이들과 함께 꿈을 이루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감독이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덕분에, 미시엘리엇 등 여러 가수들이 영화에 등장하여 실제 뮤직비디오 촬영장의 생생한 느낌을 물씬 살렸다.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힙합 댄스를 가르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는 힐링 영화다.

[셋] <더티 댄싱 -하바나나이트>(Dirty Dancing: Havana Nights, 2004)


첫 번째 작품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면, 속편이 뒤를 이어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원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며 다들 기피했던 최고의 댄스 영화 중 하나인 <더티 댄싱>도 비슷한 사정이었을 것이다.

과감한 육체 접촉을 통해 강렬한 열정을 뿜어내던 전작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기에 속편 배우들은 큰 부담을 가졌을 것이다.

본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건 <더티 댄싱>의 주인공 패트릭 스웨이지가 노 개런티로 특별출연을 약속하였고, <굿 윌 헌팅>, <펄프픽션>, <킬빌>을 제작한 로렌스 벤더 프로듀서가참여한 덕이었다. 안타깝게도 2천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는 전미 1416만1590 달러, 월드와이드 2768만5016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 실패하였다.

영화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전근으로 쿠바로 이사오게 된 여주인공 케이티 밀러 (로몰라가레이 분)가 남주인공 하비에 스와레즈 (디에고루나 분)에 매료되어 펼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둘은 댄스 강사인 조니 캐슬 (패트릭 스웨이지 분)의 권유로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하게 되고 역동적인 라틴 댄스를 추면서 사랑에 빠진다. 딱딱한 형식에 얽매인 진부한 댄스가 아닌, 열기 가득한 탱고와 살사를 포함하여 감각적인 블루스까지 등장한다.

[넷] <스텝 업>(step Up, 2006)


무려 6편의 시리즈를 자랑하는 영화 <스텝업>은 댄스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이 화제가 된 작품 아닐까 한다. 영화 <세이브더 라스트 댄스>와 같이 <스텝업>의 첫 번째 작품에는 발레와 힙합이 함께 했는데, 발레의 우아함과 힙합의 화끈함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냈다. 12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된 본 영화는 전미 6532만8121 달러, 월드와이드 1억1419만4847 달러로 1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다.

수익 뿐만 아니라 영화 OST들은 빌보드 차트를 강타 하였고, 비보이 배틀 문화가 다시 주목 받았으며, <스텝업>에 영감을 받은 각종 뮤지컬 작품과 영화가 제작되었을 정도다. 첫 번째 시리즈에는 채닝 테이덤과 제나 드완이 주연을 맡았는데, 당시 무명 배우였었던 두 주인공은 이 작품을 통해 스타가 되었다.

영화는 춤과 힙합만을 가진 반항아 타일러(채닝 테이덤 분)가 사고에 휘말리며 법원으로부터 예술학교의 봉사를 명령받는것으로 시작한다.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곳에서 그는 발레리나 노라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부상당한 파트너를 대신해서 파트너로 함께 하게 된다. 둘은 전혀 상반되는 댄스 스타일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부딪치게 되지만, 함께극복하며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낸다.

[다섯] <테이크 더 리드>(Take The Lead, 2006)


각종 뮤직비디오와 미국드라마 <원트리 힐>을 연출한 리즈 프리들랜더 감독의 첫 장편 영화 <테이크더 리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뉴욕 상류층 학생들을 상태로 댄스를 가르치던 교사 피에르 튤레인은 어느 날 한 흑인 청년이 쇠파이프로 기물을 파손하는 장면을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게 된다. 댄스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그는 냉소적이었던 교사들과 학생들을 신념과 열정으로 변화시켜간다. 실제 피에르 듈레인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시작했던 댄스교실은 뉴욕시의 120개 공립학교에서 42명의 강사가 1만2000명의 학생들을 가르칠 만큼 성장했으며,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최고의 섹시 스타로 손꼽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한 본 영화는 볼룸댄스, 특히 탱고가 얼마나 정열적이고 관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실제 댄서인 캐티아 버쉴라스와 굉장한 춤솜씨를 발휘하는 배우들이 출연하여 호흡을 맞추었다. 3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된 본 영화는 전미 3474만2066 달러, 월드와이드 6574만2529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한국 드라마 <여인의 향기>가 탱고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면, <테이크 더 리드>는 꼭 한번 볼룸 댄스를 춰보고 싶게 만들 것이다.

[여섯]
<플래닛 비보이>(Planet B-Boy, 2007)


세계 최강을 가리는 비보이 월드컵 '배틀오브더이어'가 2005년 독일에서 개최되었다. 영화에는 전세계 18개국 19개 비보이 크루, 1만명의 비보이들이 국가 대표가 되어 겨루는 숨막히는 현장이 담겨져 있다. 출전과정과 본선무대 그리고 1년 이후의 이야기까지 가득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세계 4강인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 크루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담겨져 있다. 2004년 세계 챔피언 한국 크루인 '갬블러스'는 세계 최고 비보이 도전자들에 맞서 챔피언 자리를 지키려 네 도전자와 맞선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도전하는 아메리칸 크루 '너클헤드 주', 아티스트 비보이 1인자인 프랑스 크루 '페이스-T', 이름처럼 일격을 날려주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일본 크루 '이치게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고를 꿈꾸는 한국 크루 '라스트포원'의 실제 무대는 당신의 가슴을 터질 듯 두근거리게 만들것이다.

[여섯] <댄서>(Dancer , 2016)


19세 나이에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에 오른 희대의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 20세기 위대한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와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재능을 지녀 발레 세계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 잡았다. 하지만 2년만에 돌연 탈단을 선언하고 전 세계는 쇼크에 빠지게 되는데 일명 '베드 보이', 반항아라 불린 그의 실제 이야기가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져 있다.

다큐멘터리형식의 본 작품은 아주 담담하게 그의 아픔과 시련을 풀어냈다. 우크라이나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했지만 아주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아들의 미래를 위한 어머니 갈리아의 판단으로 그는 발레를 전공하게 되며, 10살에 키예프 안무 발레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폴루닌을 영국 로열 발레단에 보내기로 한 가족들은 그의 학비를 벌기 위해 유럽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일하게 된다.

그의 성공을 바라며 희생하고 있는 가족들, 가족을 다시 모이게 해야 한다는 강한 목표를 가지고 처절하게 노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카리스마, 체형, 테크닉, 재능과 노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이야기는 현재 3만 관객 수를 돌파하며 역대 외화 다큐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상기에 소개한 작품 이외에도 힙합과 발레를 다룬 <스트리트댄스>, 장혁이 열연한 <댄스 오브 드래곤>(2007), 말이 필요 없는 <페임>(2009), 채닝 테이덤이 주연한 <매직 마이크>(20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