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나경원 의원도 잘 아시겠지만,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으로 인정 안 하는 분위기 많았거든요. 그때, 그 당시 한나라당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이 어떤 태도로 초기 단계에 임하실 분위기입니까?" (유시민 작가)

"그건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문재인 대통령께서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서 야당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건 대통령께서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경원 의원)

나 의원과 통화하는 유시민 작가의 목소리에는 우려가 묻어났다. 새 정부 탄생과 함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참여정부 때 한나라당이 벌였던 정권 '발목잡기'와 '탄핵의 기억'을 똑똑히 기억하는 것은 유시민 작가뿐이 아닐 것이다. 

유 작가는 이러한 나 의원에 두루뭉술한, 그러나 사실상 냉담한 대답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라고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정작 핵심을 찌른 건 전원책 변호사였다. 그는 유 작가의 이러한 질문에 "야 정말 어용 지식인으로 나오네"라며 웃어 보였다. 앞서 유 작가의 '진보 어용 지식인' 발언을 먼저 언급한 것도 전원책 작가였다.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은 이렇게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시대 개막' 이란 주제를 다뤘다. 대통령 취임 첫날인 10일 부랴부랴 녹화를 했다는 이날 <썰전>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를 직접 확인한 탓에 다소 김이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이사이 유 작가의 '활약'(?)을 보는 재미만큼은 쏠쏠했다. 얼마 전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유시민 작가의 스탠스는 그의 선거 평가와 향후 전망의 속내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를 짐작케 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 보자.

유시민과 전원책이 공감하는 '전대미문의 문재인 대통령'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첫 번째는 변화를 선택한 거예요. 문재인이 얼마나 마음에 들든 아니든, 그 정책이 어떤 것이 좋든 안 좋든, 전체적으로 보면 변화를 선택했다, 이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고요. 당선자의 득표율이 40%를 좀 넘는 정도고, 다섯 후보가 끝까지 뛸 수 있는 동력을 국민들이 계속 제공해줬다는 것에서 보면, 약간 유보적인 정권교체다. 전적인 신뢰를 보내는 정권교체가 아니고 다소 부분적으로, 유보적인 태도로 정권교체를 해 준 거예요."

현실 평가는 냉정했다. 선거 끝까지 유지된 '5자 다자구도'의 현실적 한계는 분명했지 않은가. 유 작가는 그렇게 '유보적인 정권교체'라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반면 전 변호사는 훨씬 더 냉혹했다. 

"40% 지지율도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권력의 정당성이 걸린 문제거든요. 77.2%잖아요. 40%를 득표를 해서 총 선거권자의 30%를 획득하는 대통령이 나왔어요."

그러니까, 전체 선거인수 중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를 포함해 30%를 조금 넘겼다는 게 전 변호사의 박한 평가였다. 그런 전 변호사도 "금시초문의 일"이라고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는 평가는 있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와 그 의미였다.   

"또 하나 문재인이라는 당선자의 특성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 같은 사무실을 운영했던 변호사 두 사람이 10년의 세월을 두고 나란히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잘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이에요. 전대미문의 듣도 보도 못한 일이 일어난 건데.

이게 뭘 의미하냐면, 그 동안 국민들 사이에서 전직 대통령의 호감도 조사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등으로 올라 선 게 몇년 됐어요. 현실정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복권이 이루어진 거다. 그게 아니고는 같은 법률사무소를 운영했던 변호사가 또 대통령이 된 걸 설명하기 어려워요."

유시민이 말하는 '노무현의 정치적 복권'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노무현의 정치적 복권'.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던 유 작가가, 아마도 이번 선거 결과로 짚어 내고 싶은 핵심 키워드 아니었을까. 선거 기간에 감히 내뱉을 수 없었던 일종의 '금기'였을 수도 있었을 테니. 더불어, 유 작가가 털어 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인 특성도 새겨 들을 만했다. 일종의 '문재인 사용법'과 같은 신임 대통령에 대한 팁이랄까.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일단 얘기를 했어요. 이건 당위적으로 대통령이면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고 싶지, 누가 일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싶겠어요. 그건 당위적인 표현이기도 하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저는 문 대통령 경우에는 이전 대통령과 다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야당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 아직 불확실 하죠. 그러나 인간관계라는 게 오는 말 고우면 가는 말 고운 그런 이치 아니겠어요. 그러면 과거 대통령들도 야당에 대해서 존중하겠다고 얘기하고 국회를 파트너로 삼겠다고 말은 다 했지만, 실제 행동에서 다 그러진 않았거든요.

문재인 대통령 경우에는, 제가 아는 범위에서 개인적 특성과 연관지어 볼 때 과거보단 나아질 가능성은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훨씬 길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사석에서든 공적인 회의에서든. 그리고 TV토론에서 제일 심하게 말한 게 "이보세요"였어요."

대선 TV토론 당시, '노무현 뇌물죄'를 운운하는 홍준표 후보에게 "이보세요, 그 조사 때 제가 입회했던 변호사입니다. 그렇게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세요?"라며 화를 냈던 문재인 대통령. "버릇없이 이야기한다"고 맞받았던 홍 후보의 나이가 문 후보보다 한 살 어린 것으로 판명되면서 논란이 더 커지기도 했던 그 토론을 두고, 유 작가는 이렇게 부연했다.

"'이보세요'라는 말이, 문재인 대통령과 오랫동안 부산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했던 동료들 얘기를 들어 보면, 30년 간 그런 말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대요. 최고로 화가 나서 감정이 억제가 안 될 때 쓰는 게 겨우 '이보세요'인 사람이에요. 저는 야당에 대해서 과거 대통령들보다 진지하게 경청하고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진보 어용 지식인' 유시민의 활약 

그리고 허니문 기간. 전 변호사는 이번 정부에서도 언론을 포함한 새 정권의 허니문 기간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수를 대변하는 전 변호사의 일종의 경고와도 같았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큰 관심사항"이라며 이렇게 전망했다. 

"탄핵 결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40%를 겨우 넘긴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이에요. 그렇다면 야당과 언론이 이 대통령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또는 대통령은 이 야당과 언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적어도 제가 전망하기엔, 문 대통령 측에서 먼저 언론과 야당을 적대적이고 도발적으로 대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썰전>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정당 이혜훈, 정의당 노회찬,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과 전화 연결을 통해 새정부 출범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나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 하기에 달렸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방송 말미 이 순서였다.

이날 <썰전>의 시청률은 8.4%(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선거 기간 보다 다소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효과로 풀이된다. 유시민 작가의 스탠스가 이번 정부를 위한 "진보 어용 지식인"으로서 합당했는지 과했는지 평가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의 몫이리라. 이날 과거 <썰전>에서 보여줬던 '진보' 패널로서의 보여줬던 발언이나 평가들과 크게 튀거나 다르지 않았던 유 작가가 향후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또 출범 초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떤 평가들을 내놓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유시민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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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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