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시절이 있었다. 매주 일요일 저녁 "따다단♪"으로 시작하는 <개그콘서트>의 엔딩송을 들으면서 조건반사적으로 월요일을 떠올리게 되던 날들이. 한때 시청률 30%에 육박하던 <개그콘서트>는 과거의 영광에 비해 다소 초라해진 한 자릿수의 시청률로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맞게 된 <개그콘서트> 900회가 다시금 부진한 성적을 회복할 기회가 될까.

"이태선 밴드의 마지막 음악으로 일요일 밤을 맺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그러지 못한 게 사실이다. 여전히 '월요병'을 잊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일요일 밤에 굳건하게 남고 싶다. 900회라는 숫자를 통해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이정규 피디)

"가족들이 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개그콘서트>의 존재 이유 같다. 한번은 사이가 좋지 않아 이야기하지 않던 가족이 있었는데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웃다가 그때부터 대화를 시작했다는 사연이 올라온 적이 있다. <개그콘서트>는 저희 개그맨과 시청자 간에 아빠와 아들 간에, 다음날 직장인들끼리 재밌는 개그를 봤다고 이야기하면서 소통을 하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이렇게 삶에 스며드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고 본다." (김준호)
 10일 오후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들이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900회를 맞아 5월 14일부터 3주 연속으로 900회 특집을 마련해 공개 코미디의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3주 동안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 유세윤과 강유미, 그리고 유재석과 배우 남궁민, 가수 트와이스 등이 출연한다.

10일 오후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들이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900회를 맞아 5월 14일부터 3주 연속으로 900회 특집을 마련해 공개 코미디의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3주 동안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 유세윤과 강유미, 그리고 유재석과 배우 남궁민, 가수 트와이스 등이 출연한다. ⓒ KBS


900회를 맞아 <개그콘서트>는 14일부터, 21일과 28일 차례로 3주 연속 특집 방송을 준비했다. 1999년 처음 <개그콘서트>가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개그맨 김대희와 김준호를 시작으로, 유세윤과 강유미, 김병만과 이수근, 그리고 유재석과 배우 남궁민 등이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방송에 출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901회 방송부터는 코너의 절반이 교체될 예정이다.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10일 오후 KBS 별관에서 열렸다.

"인생에도 굴곡이 있듯이 '개콘'에도"

최근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침체에 19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김대희와 김준호는 그리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태도였다. 김준호는 "2000년도 초반에도 다른 프로그램 때문에 시청률이 무너졌다"며 "그 후로 열심히 해서 또 올리고 이런 식으로 항상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하는 과정을 19년 정도 보니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또 개그맨 김대희는 "인생과 주식에도 굴곡이 있는데 지금 내려와 있다고 해서 '큰일이다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보다는 지금 후배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변화를 꾀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다시 올라갈 거라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어렸을 때보다 훨씬 많은 방송사가 생겼음에도 코미디 프로그램은 <웃찾사>와 <코미디빅리그>까지 합해 딸랑 세 개다. 너무 침체만 강조하면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이 다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걱정이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10일 오후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가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900회를 맞아 5월 14일부터 3주 연속으로 900회 특집을 마련해 공개 코미디의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3주 동안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 유세윤과 강유미, 그리고 유재석과 배우 남궁민, 가수 트와이스 등이 출연한다.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 ⓒ KBS


 10일 오후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 서태훈, 오나미, 이상훈이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900회를 맞아 5월 14일부터 3주 연속으로 900회 특집을 마련해 공개 코미디의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3주 동안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 유세윤과 강유미, 그리고 유재석과 배우 남궁민, 가수 트와이스 등이 출연한다.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 서태훈, 오나미, 이상훈. ⓒ KBS


개그맨 이상훈은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을 '맑은 뭇국'에 비유했다. 이씨는 "다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CG와 편집으로 MSG를 많이 넣은 느낌이라면 <웃찾사>나 <개콘>은 CG나 편집 없이 나가는 맑은 뭇국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자칫 싱거울 수 있는데 담백하고 진한 맛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정치풍자? 유민상이랑 할 것"

공교롭게도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10일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과 맞물리게 됐다. 자연스럽게 기자간담회 중간 박근혜 정부에서 어려웠던 정치 풍자와 신임 대통령에 전하는 메시지가 나오게 됐다.

개그맨 김준호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그콘서트>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준호는 "우스운 대통령보다 우리를 웃겨주는 대통령, 무대에도 나올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미국 대통령은 코미디 프로그램도 나오는데 코미디를 함께 해주시는 정도의 여유가 있는 대통령이 돼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남겼다.

또 "예전에 정치 풍자를 하면 눈치가 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선진국 코미디처럼 당연한 걸 당연하게 개그 하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개그콘서트>의 정치 풍자는 '민상토론'과 '대통형'을 이끌었던 유민상이 이어갈 예정이다. 이정규 피디는 "최근에 <개그콘서트>가 여러 풍자를 시도했는데 어떤 건 신랄했다고 칭찬도 받고 직접적이라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며 "노력을 했는데 최근에는 정치판이 더 재밌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주 터지는 사건·사고들과 기삿거리가 많다 보니 그 주에 일어나는 일을 반영하는 것에만 목을 매게 되더라"라고 한계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피디는 또 "대통령도 바뀌었고 하니 새로운 풍자를 만들려고 유민상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상토론'처럼 위트 있으면서도 현실을 꼬집는 풍자 코너를 짜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 유민상, 이수지가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900회를 맞아 5월 14일부터 3주 연속으로 900회 특집을 마련해 공개 코미디의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3주 동안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 유세윤과 강유미, 그리고 유재석과 배우 남궁민, 가수 트와이스 등이 출연한다.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 유민상, 이수지. ⓒ KBS


 10일 오후 KBS 별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신인 개그맨 손별이, 박진호가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900회를 맞아 5월 14일부터 3주 연속으로 900회 특집을 마련해 공개 코미디의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3주 동안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준호와 김대희, 유세윤과 강유미, 그리고 유재석과 배우 남궁민, 가수 트와이스 등이 출연한다.

<개그콘서트>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신인 개그맨 손별이, 박진호. ⓒ KBS


"개그맨의 직업병? 자꾸 그만둔 사람이 전화가 와"

신인 개그맨들에게 <개그콘서트>는 꿈의 무대다. 오나미는 "처음 여기서 장기자랑을 해 2등을 했고 KBS 본관 앞 로고 앞에 서서 '꼭 KBS를 내 직장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해에 공채 개그맨이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개그맨을 꿈꾸면서 꿈을 키우고 우상이었던 분들과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개그콘서트>는 이미 한국 예능에서 위치가 확고한 사람에게도 그리운 무대임이 분명하다. 개그맨 유민상은 "정형돈 선배에게 '이 코너 만들면 대박이다'라는 전화가 온다"라고 웃으면서 "관둔 사람들이 계속 코너를 짜고 있더라. 다른 일을 하면서도 지금 무대에 서서 이걸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짠다"고 '직업병' 에피소드를 알렸다.

개그콘서트 900회 김준호 김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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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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