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텍스트(Text)에는 맥락(Context)이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100% 정치적인 예술이 존재할 수 없듯이, 100% 순수한 예술도 없습니다. 문화 공연을 때로는 인문학적으로, 때로는 사회과학적으로 읽어봅니다. 마음에 안 들면 신랄하게 태클도 걸어보고, 재미있으면 '우쭈쭈' 칭찬도 합니다. 공연을 정치·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도가 비록 재미(Fun)는 없더라도, 최소한 '뻔'한 리뷰는 쓰지 않으려 합니다. [편집자말]

오늘 처음 만드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지난 4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프레스콜 공연 이미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관객참여형 '즉흥' 뮤지컬로, 공연 초반 관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장르와 주인공, 주요 이야기를 정하는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민준호·김태형, 박정표·홍우진, 이영미,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등.

▲ 환불은 안 됩니다 이미 공연은 시작했고, 인터미션도 없고, 환불은 안 된다. 당신이 결제한 카드값은 다음 달에 청구서로 날아온다. 그러니 어떻게든, 극을 완성해야만 하는 의무가 관객에게 주어진다. ⓒ 곽우신


어드벤처 전문극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늘도 하릴없이 연습실에 모여 각자 음역에 맞는 소리를 내며 발성 연습을 하는 배우들. 갑자기 연출에게 전화가 한 통 온다. 공연장이 비었단다. 급하게 작품을 올려달란다. 일이다! 어? 그런데 보통 급한 게 아니다. 작품이 올라가야 하는 건 바로 내일. '수주'를 위해 대충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며 따내기는 했는데,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작품의 제목, 장르, 주인공, 모든 것이 미정인 상태. 배우들은 관객에게 급하게 SOS를 친다. 내일을 위해 '말하는 대로'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상황.  <비너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웃집 호로로> <구리스 대구신화> 등 관객이 던지는 아무 말들이 즉석에서 선택된다.

"오늘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지금 보신 것처럼 우리 공연은 여러분이 말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매일매일 이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 오늘 오신 여러분 큰일입니다. 지금 여기 우리도 오늘 공연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알 수가 없어. 매일매일 이 자리에서 곤란해지는 뮤지컬." -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No.01 '프롤로그' 중에서

가면 갈수록 산을 향해 가는 '혼파망(혼돈·파괴·망각)'의 작품. 과연 이들은 무사히 공연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아래 <오첨뮤>)은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관객들과 함께 맨땅에 헤딩하며 극을 써나간다.

국내에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지난 4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프레스콜 공연 이미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관객참여형 '즉흥' 뮤지컬로, 공연 초반 관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장르와 주인공, 주요 이야기를 정하는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민준호·김태형, 박정표·홍우진, 이영미,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등.

▲ 배우들의 개인기 짜여진 대본이 딱히 없다보니, 대부분의 대사를 배우들이 즉흥으로 창작하고 던져야 한다. 미리 합을 맞춰놓은 것도 아니니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서로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곽우신


"멋진 아리아, 웅장한 합창, 화려한 안무, 기가 막힌 조명, 어쩐지 겁나 비쌀 것 같은 드레스, 어쩐지 움직일 것 같은 무대, 하나도 없을 수도 있지만…." -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No.01 'Prologue' 중에서

"없을 수도 있지만"이 아니라 그냥 없다. 지난 4월 14일 개막하여 약 한 달간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하고 오는 14일 종연하는 <오첨뮤>에는 이처럼 없는 것이 많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이라는 소극장 자체가 외적으로 뭘 많이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무대 위에 놓여 있는 건 몇 가지 구조물과 덩그러니 놓인 칠판이 다다.

하지만 그 비어있는 부분들을 다른 재미로 꽉꽉 채웠다. 예컨대 극 중 극과 극의 경계를 허물며 평소 다른 작품에서는 접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들이 그렇다. 극 중에 디렉션이 이상하면 "연출 뭐하는 거야!" "이럴 때 연출이 필요한 거야!"라고 소리치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극이 빠지고 있으면 배우들끼리도 "캐릭터 잘못 잡은 것 같은데?" "너무 편하게 가려는 경향이 있다, 너?" "야, 이래도 되는 거야?"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간다.

연극 <쉬어 매드니스>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에는 관객의 참여를 통해 극의 서사에 변화를 주는 작품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나마 <쉬어 매드니스>도 다양한 엔딩 버전에 맞춘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오첨뮤>는 정말로 밑도 끝도 없다. 즉석에서 관객들이 던져준 요소들로 극을 만들어야 하기에 자리에 앉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보다 흥미진진할 수가 없다.

다른 극에서 애드리브는 전체 서사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드물게 나타나지만, 이 극은 애초에 정해진 대사가 없으므로 배우의 순발력과 재치에 많은 것을 의존해야 한다. 그때그때 카카오톡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상황과 주요 대사들을 전해줘야 하는 연출 속 연출도 바쁘기는 매한가지이다. 러닝타임도 제각각이다. 기준은 90분이지만, 100분이 되기도 하고 110분이 되기도 한다. 프레스콜 때도 60분 안에 끝내겠다고 했지만, 결국 90분이 되어버렸다.

오늘 처음 만드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지난 4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프레스콜 공연 이미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관객참여형 '즉흥' 뮤지컬로, 공연 초반 관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장르와 주인공, 주요 이야기를 정하는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민준호·김태형, 박정표·홍우진, 이영미,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등.

▲ 뇌섹남 연출, 하지만... 카이스트에 한예종 출신 뇌섹남. 하지만 카이스트에서 즉흥극을 배우지는 않았을 터. 이영미 배우는 '쇼 스토퍼' 넘버에서 연출이자 남편인 김태형에게 원망을 털어놓고, 정다희 배우 역시 '낚였다'며 분해한다. 넘버 가사도 그때그때 다르기에 매번 새로운 재미가 있다. ⓒ 곽우신


결국, 이 작품을 온전히 끌고 가는 데는 배우들과 연출 간의 신뢰와 팀 내 케미스트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정표·홍우진, 이영미,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다. 어떤 극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도 기대 이상을 해냈던 박정표, '홍우진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홍우진은 두말할 것 없다. 관록과 경험을 허투루 먹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한 이영미, 끊임없이 '아재 개그'를 날리며 핍박받는 역을 자처하는 김슬기, 뛰어난 말솜씨로 황당한 상황에서도 박수를 유도해내는 이정수, '2년 안에 뜬다'고 누군가 왜 장담했는지 알 수 있는 정다희까지…. 어떻게 이 라인업을 구성했는지 의문일 정도.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며 뻔뻔하게 너스레를 떠는 민준호·김태형 연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기본적인 것들은 몇 가지 정해져 있다. 대체로 소재가 무엇이든 <오첨뮤>에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꿈과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제시되고, 그 꿈을 이루어주겠다는 조력자가 등장한다. 조력자의 등장에 꿈의 실현이 가까워지는 듯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반동 인물이 등장하여 위기를 맞는다. 결국, 주인공은 장애물과 난관을 극복하고 이 갈등을 해결하는 구조이다.

오늘 처음 만드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지난 4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프레스콜 공연 이미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관객참여형 '즉흥' 뮤지컬로, 공연 초반 관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장르와 주인공, 주요 이야기를 정하는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민준호·김태형, 박정표·홍우진, 이영미,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등.

▲ '쇼 스토퍼' 이영미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 문법에 따라서, 화려한 쇼 스토퍼가 등장하는 <오첨뮤>. 쇼 스토퍼는 이영미 혹은 정다희 배우가 맡아서 소화하며, 두 배우 모두 가창력과 재기가 독보적이다. ⓒ 곽우신


이 과정에서 1번부터 5번까지 배우가 그 자리에서 상황에 맞춰 정하는 넘버들이 있다. 이외에도 주인공이 자기소개하는 '아이 엠 송(I am Song)', 러브라인을 위한 '러브 송(Love Song)', 극을 환기하는 '쇼 스토퍼(Show Stopper)', 전 캐스트가 나와 분위기를 고조하는 '프로덕션 송(Production Song)'까지 갖췄다. 뮤지컬 넘버 하나하나 다 훌륭하지만, 뮤지컬 <스팸어랏>의 '대체 내 배역 왜 이래'에 비견할 이영미 혹은 정다희 배우의 쇼 스토퍼 재치는 발군이다.

애니메이션 <요리왕 비룡(신 중화일미)>의 '면'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쉽게 될 것이다. 면 요리라는 기본은 정해져 있지만, 면발의 소재, 국물의 맛은 고정이 아니다. 수많은 종류의 소재와 배경이 만나 무궁무진한 베리에이션이 가능해진다. 또한,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야 한다. 프레스콜 현장에서 한 공연평론가가 주인공의 단점으로 '정신병'을 던졌으나, 제작진은 이를 받지 않았다. 공연평론가는 "못 받은 게 아니냐"고 질문했지만, '못'이 아니라 '안'이라고 김태형 연출은 못을 박았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거나, 약자 비하로 이어질 수 있는 희화화는 철저하게 배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빛난다. 즉흥극 특성상 모든 회차의 공연이 완벽하게 PC(정치적 올바름) 하지는 않지만, 실수가 나오면 바로 SNS 등을 통해 사과하며 관객을 안고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관객의 인생에 던지는 위로

오늘 처음 만드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지난 4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프레스콜 공연 이미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관객참여형 '즉흥' 뮤지컬로, 공연 초반 관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장르와 주인공, 주요 이야기를 정하는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민준호·김태형, 박정표·홍우진, 이영미,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등.

ⓒ 곽우신


오늘 처음 만드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지난 4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프레스콜 공연 이미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관객참여형 '즉흥' 뮤지컬로, 공연 초반 관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장르와 주인공, 주요 이야기를 정하는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민준호·김태형, 박정표·홍우진, 이영미,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등.

▲ 주인공의 고난 프레스콜 공연에서 주인공 홍우진은 150세 기관차 토마스를 연기한다. 토마스는 레일을 벗어나 달리는 게 꿈이다. 이런 황당한 설정에서도 홍우진의 연기력은 빛났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연기천재'라고 불리는 게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이 <오첨뮤>이다. ⓒ 곽우신


매일매일 '첫공'이자 '막공'인 <오첨뮤>. 언제 봐도 새로운 이 작품은, 그저 '재미'만 있는 작품은 아니다. 매번 다른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 속에서, 다른 결말을 맞이하지만, 극을 관통하는 굵직한 울림이 있다. 그것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인생을 향한 위로와 치유이다. 그것도 웃음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어차피 내 인생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잖아. 그저 순간 선택 마음 가는 대로, 오늘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할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잖아.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쌓여 있던 얘기. 이제는 당당하게 펼칠 거야. 내가 겁내지 않겠어. 내 힘으로 만들 거야. 나는 이겨낼 거야. 나에게 던져진 이 상황들을. 버텨내 살아갈 거야. 우리가 모두 인생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내려갈 수 있어. 우리가 모두 인생의 결정을 순간의 진심으로 정할 수 있어. 내 삶에서 오늘 처음 만나는 내 이야기." -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No.07 'Production no.01' 중에서

우리의 인생도 일종의 극이다. 주인공은 '나'이지만, 드라마나 영화처럼 멋들어진 배경이나 비범한 능력은 없다. 다른 작품처럼 영웅적인 주인공이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우리는 대체로 이 황당하고 어이없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좌충우돌로 구르고 충돌하고 실수한다. 대부분 작품은 그것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화려하고 멋진 마무리를 가지지만, 우리의 이 선택이 어떤 엔딩으로 귀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것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진 것들이다. 다만, 내 손으로 정해서 바꿀 수 있는 어떤 것들이 있을 뿐이고, 우리는 그 가운데 선택할 따름이다. 이 작품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 주요 변곡점에서 관객이 선택하듯이.

관객 각자의 인생처럼, 단 한 번으로 끝나는 <오첨뮤> 매번의 회차들. 공연 중간에 참사가 일어나고, 관객을 오히려 썰렁하게 만드는 애드리브가 튀어나와도 다시 할 기회는 없다. 배우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십분 이해가 된다. 우리 인생도 재연은 없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오늘 회차 다음에 내일의 회차가 있다거나, 재연이 있고 삼연이 있어서 같은 트랙을 더 잘 달릴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이 작품이 빛나고 우리의 인생도 빛난다.

오늘 처음 만드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지난 4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프레스콜 공연 이미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관객참여형 '즉흥' 뮤지컬로, 공연 초반 관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장르와 주인공, 주요 이야기를 정하는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민준호·김태형, 박정표·홍우진, 이영미,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등.

▲ 사람 낚는 어부와 물고기들 연출도 배우도, 이렇게 어려울 줄 모르고 무작정 달려 들어 시작했다고 한다. 연습 과정에서 그리고 공연을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프레스콜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그들은 솔직하게 토로했다. 출연하는 사람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는 형식의 작품이지만, 그만큼 위로 받고 웃으며 돌아가는 관객이 있다. 박수 받아 마땅하다. ⓒ 곽우신


"시작할 땐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몰라. 우리들도 관객도 엄청 불안했지. 오늘 만든 이 얘긴 다시 못 봐. 오늘 만든 이야기 잘 간직해. 우리도 꼭 기억할게요. 오늘 오신 여러분의 인생 어쩌면, 오늘 만든 이야기처럼 알 수 없어도. 어떻게든 흘러와 이 자리에서 모여, 바로바로 여기서 함께 만들어내지. 좀 이상하면 어때. 좀 황당하면 어때. 좋잖아. 다신 오지 않을 우리 인생처럼. 또 언젠가 만나게 되면 들려줘. 당신 이야기를 보여주세요. 오늘 공연보다 더 찬란히 빛나게 될, 오직 한 번 펼쳐질 우리 인생. 오직 한 번 펼쳐질 우리 인생." -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No.12 'Epilogue' 중에서

이상하고, 황당하고, 어설픈 우리들의 이야기가 모인다. 각자의 것을 조금씩 꺼내놓아 이 자리에 풀어낸다. 그 부족하고 어설픈 부분들이 모여서 가장 독특하고 고유한, 그래 아름다운 단 한 번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오첨뮤>는 비로소 여기에서 그 의미와 재미의 정점을 찍는다. 오늘 공연이 끝나고 나면 돌아오지 않기에 더 소중히 각자가 간직해야 할 것들. 거창한 무대도, 화려한 의상도 없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야기들. 마치 나처럼, 우리처럼, 우리의 인생처럼.

이런 작품을 만들어준 모든 스태프, 이 극을 이끌어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견뎌냈을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날그날의 편차가 있고, 완벽하지 않은 극이지만, 그렇기에 더 충분히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 모두가 오늘이 처음 아닌가. 아무도 2017년 5월 10일을 살아보지 않았고, 2017년 5월 11일이라는 내일을 맞이할 우리도 다 처음이다. 오늘 처음 만드는 인생이기에, 모두가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충분히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처럼. <오첨뮤>를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이유이다.

오늘 처음 만드는 포스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공연 포스터. 지난 4월 14일 개막하여 오는 14일 성황리에 폐막한다.

▲ 오늘 처음 만드는 포스터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공연 포스터. 지난 4월 14일 개막하여 오는 14일 성황리에 폐막한다. 남은 자리가 별로 없다. 아이엠컬처의 재연 의지는 있지만, 정작 고난의 행군을 지속한 배우들은 재연 의지가 희박하다. 지금 보지 않으면 영영 '못사'로 남을지 모른다! ⓒ (주)스토리피



오첨뮤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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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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