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골잡이의 가치는 어떤 포지션의 선수보다 크다. 축구 특성상 골이 많이 나오지 않기에 득점에 성공하는 선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덕분에 공격수의 몸값이 다른 포지션의 선수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 또 공격수는 팀의 에이스로서 대우를 받는다.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도 대부분 공격수가 차지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도 십중팔구 공격수의 품에 안긴다.

하지만 모든 클럽이 한 시즌 동안 40~50골을 넣는 메시와 호날두 초특급 골잡이를 보유할 수는 없다. 팀 사정에 맞는 선수가 엄청난 숫자의 득점은 아니더라도 팀의 '주포'로서 꾸준히 활약만 해줘도 팀의 순위와 성적은 보장이 된다. 압도적인 득점 수가 아니더라도 팀 득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수야 말로 팀의 보물이자 진정한 에이스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유럽 축구는 메시와 호날두가 지배하고 있지만, 메시와 호날두의 버금가는 팀을 이끄는 '에이스'들이 존재한다.

저메인 데포(35·선덜랜드)

   2015년부터 팀에 합류해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데포(맨 왼쪽)

2015년부터 팀에 합류해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데포(맨 왼쪽) ⓒ 위키미디어


어느덧 노장 공격수 반열에 오른 데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는 선수다. 데포는 올 시즌 리그 35경기에 출장하는 동안 15골을 터뜨렸다. 노장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지만, 리그에서 20골을 넘게 성공시킨 선수가 다수 있을 정도로 15골이란 기록은 크게 인상적인 기록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면 데포가 기록한 15골의 가치는 달라진다. 데포는 선덜랜드 AFC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선덜랜드가 올 시즌 터뜨린 총 득점은 29골에 불과하다. 데포가 기록한 15골은 팀 득점의 50%를 넘어간다.

선덜랜드는 올 시즌 내내 프리미어리그 꼴찌 팀을 도맡았던 약체였다. 리그 35라운드 본머스와 경기에서 패하며 이미 강등을 확정 지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팀 중 하나다. 수비는 불안하기 짝이 없고, 팀을 이끌어야 할 베테랑 선수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임대로 온 아드낭 야누자이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하면서 강등을 지켜봤다.

팀이 꼴찌를 달리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데포는 달랐다. 최대 장점인 폭발적인 스피드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찬스가 주어지면 깔끔하게 골을 터뜨리고 있다. 오른발이 주발이지만 왼발 슈팅도 정확도를 자랑한다. 빈약한 공격 지원 속에서도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어 간결한 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하는 데포의 활약에 그나마 선덜랜드가 잔류의 가능성을 끝까지 쥐고 있을 수 있었다.

데포는 클럽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 3월 40개월 만에 국가대표에 복귀해 골도 성공시켰다. 선덜랜드의 강등으로 다음 시즌 데포의 이적은 확실시 되고 있다. 전혀 녹슬지 않은 데포의 득점력을 어떤 팀이 모셔가게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아고 아스파스(30·셀타비고)

   장점이 많은 셀타비고의 에이스 아스파스(오른쪽)

장점이 많은 셀타비고의 에이스 아스파스(오른쪽) ⓒ 위키미디어


프리미어리그에 데포가 있다면 스페인 프리메리가(라리가)에는 셀타비고에서 활약 중인 아스파스가 돋보인다. 리버풀 이적과 세비야 임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유스시절부터 셀타에서 활약한 아스파스는 드디어 진정한 에이스로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시즌은 놀리토와 같이 셀타비고의 비상을 이끌었지만, 놀리토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올 시즌에는 홀로 외롭게 셀타비고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셀타비고가 올 시즌 리그에서 성공시킨 49득점 중 35%에 달하는 17골을 성공시킨 아스파스다.

놀리토의 부재로 아스파스를 향한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가 더욱 심해졌지만, 아스파스의 득점력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14골을 터뜨리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아스파스는 올 시즌에는 벌써 17골을 터뜨리며 또 다시 본인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현재 라리가 득점 4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아스파스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아스파스의 최대 장점은 역시 스피드와 슈팅이다. 아스파스의 빠른 발은 보통의 수비수가 따라가기 어렵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정확한 왼발 슈팅도 장착하고 있어 막는 것이 여간해서는 쉽지 않은 공격수다. 셀타비고는 아스파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전술로 아스파스의 능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셀타비고는 점유율의 크게 집착하지 않고 후방에서 웅크리고 있다 전방에 위치한 아스파스에게 공을 전달해 마무리 한다. 이 패턴은 효율적이면서도 날카롭다. 아스파스는 경기당 2.3개의 적은 슈팅을 때리고 있지만 17골을 성공시켰을 정도로 슈팅 정확도와 마무리 능력은 라리가에서 최고 수준이다. 스페인의 거함 FC 바르셀로나도 이미 아스파스를 필두로 한 셀타비고의 역습 축구에 당한 경험이 있다. 라리가 7라운드에 있었던 양 팀 간의 대결에서 아스파스는 시종일관 바르셀로나 수비진을 괴롭히며 셀타비고의 4대3 승리를 이끌어냈다.

아스파스는 유로파리그에서도 알토란 같은 득점을 터뜨리며 셀타비고를 유로파리그 준결승까지 인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트드와 맞붙은 준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는 아쉽게 0대1로 패하며 올 시즌 최대 목표인 유로파리그 우승이란 길목에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에이스' 아스파스의 활약이 절실한 셀타비고다. 참고로 아스파스는 올 시즌 셀타비고의 홈 구장보다 원정 구장에서 더 많은 골을 성공시킨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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