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영화 포스터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영화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4년에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주인공부터 기존 슈퍼히어로와 거리가 먼, 좀도둑, 암살자, 현상금 사냥꾼, 죄수를 앞세웠다. '우주 최고의 멍청이들'이었던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분), 가모라(조 샐다나 분),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분), 로켓(브래들리 쿠퍼 목소리), 그루트(빈 디젤 목소리)는 제임스 건 감독의 지휘 아래 유쾌한 농담과 귀에 쏙쏙 박히는 음악을 장착하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를 우주로 확장한 스페이스 오페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총 7억 8000만 달러(2014년 북미 박스오피스 3위, 전 세계 박스오피스 3위)에 달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1편을 촬영되는 동안 제임스 건 감독의 머릿속에서 이미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1편의 열기를 확인한 그는 마음먹은 대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주된 내용을 스타로드와 그의 아버지 에고(커트 러셀 분)의 관계로 가져갔다.

2편과 연결고리는 1편에 던져진 '떡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적단 '라바저스'의 우두머리 욘두(마이클 루커)가 부하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나오는 "꼬맹이를 약속대로 배달했어야 한다"나 "잘 컸네. 거래한 대로 녀석 아버지한테 안 데려가길 잘했던 거지"란 대사는 욘두와 에고의 과거를 건드린 의도된 예고다. 마지막에 스타로드의 아버지가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며 "우리도 본 적 없는 아주 고대의 사람"이란 사실을 밝힌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이것들을 바탕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모성에서 부성으로 전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영화의 한 장면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임스 건 감독은 "1편이 스타로드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2편은 그의 친아버지 에고와 아버지 같은 존재인 욘두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중심축은 부자 관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것은 갑작스레 나타난 에고 때문에 스타로드가 아버지와 친구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으로 나타난다. 부자 관계는 낳은 자(에고)와 기른 자(욘두)까지 범위를 넓힌다.

부자 관계는 스타로드, 에고, 욘두에 국한하지 않는다. 테이저페이스(크리스 설리반 분)와 그를 따르는 무리엔 아버지(욘두)에게 사랑받는 아들(스타로드)을 시기하는, 버려진 아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아버지(타노스)에 맞서는 모습은 가모라와 네뷸라(카렌 길런 분) 자매에도 드러난다. 대립이 사라지면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한층 단단한 유사 가족 관계로 발전한다. 어린아이 베이비 그루트는 가족의 현주소이고, 동시에 아들, 딸이란 그늘에서 벗어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의 첫걸음을 묘사하고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보통 블록버스터의 속편이 그렇듯 규모를 키웠다. 인물의 숫자도 늘었고 화약의 사용량도 많아졌다. 거대한 촉수 괴물과 전투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액션 장면들엔 화려함과 볼거리가 풍성하다.

대중문화를 인용한 화법도 변함없다. 1편에서 <자유의 댄스>의 케빈 베이컨으로 장난을 쳤다면 이번 주인공은 <전격Z작전>과 데이빗 핫셀호프의 몫이다. <메리포핀스>를 활용한 유머도 등장한다. <팩맨><갤러그><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게임을 영화에 집어넣은 설정도 웃음을 자아낸다. 조지 해리슨의 '마이 스윗 로드', 캣 스티븐슨의 '파더 앤 손' 등 명곡으로 빼곡히 채워진 영화 음악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OST의 유일한 신곡 '가디언스 인페르노'엔 데이빗 핫셀호프가 랩을 했으니 유심히 듣길 추천한다.

줄어든 감동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영화의 한 장면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1편보다 질적으로 향상하진 않았다. 액션 장면은 과시적일 뿐 의미는 희미해졌다. 1편의 주제였던 '연결'은 적에게 맞서는 노바 군단의 전투기가 서로 합체하는 장면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손을 맞잡고 '오브'의 힘을 극복하는 장면으로 의미가 극대화되었지 않나. 반면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액션 장면은 별다른 강조점이 안 보인다. "나는 그루트다"가 "우리는 그루트다"로 변하는 순간이 준 감동도 몽땅 사라졌다.

많은 인물을 던져놓고 갈등을 부추기다 대충 해결하는 전개, 반복되는 베이비 그루트의 귀여움, 에고가 들려주는 장황한 논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각본은 1편보다 떨어진다. 전작은 니콜 펄맨과 제임스 건이 공동으로 각본을 작업했으나 이번엔 제임스 건 혼자 맡았다. 마블의 제작 예정작인 <캡틴 마블>과 블랙 위도우의 솔로 무비, <라라랜드>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차기작 <퍼스트 맨>의 각본을 쓸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은 니콜 펄맨의 부재는 분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영화의 한 장면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할리우드에서 속편이 전편보다 함량 미달인 경우는 흔하다. 마블 스튜디오도 <아이언맨 2><토르: 다크 월드><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전편보다 못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정도가 예외였을 따름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아쉽게도 전자의 노선을 따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개별 작품으로 오락성이 부족하지 않다. 작품성도 준수하다. 다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뛰어났기에 상대적인 비교가 될 뿐이다. 전작이 이젠 사라진 '워크맨' 같은 개성을 지녔다면 이번엔 흔한 MP3플레이어를 만난 느낌이다.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에서 '안전한 노래 모음집'으로 변한 모습. 정녕 트로마의 악동 제임스 건은 이젠 디즈니에 동화되었나? 예정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세 번째 여정에선 잃어버린 독창성을 되찾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제임스 건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커트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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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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