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나비효과> 스틸컷.

<파란나비효과> 스틸컷.ⓒ 인디플러그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파란나비효과>는 사드배치 반대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경북 성주 이야기다. 영화는 사드배치 부지로 결정이 난 이후 주민들의 반대 투쟁이 시작되고 지역 내 제 3부지로 결정 나기까지 과정을 담고 있다.

사드 배치는 정부가 무리한 배치를 강행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이 격화되는 중이고, 전주영화제 기간 중에도 관련된 뉴스가 전해졌다.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는 사드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싸움은 계속됐고, 영화를 연출한 박문칠 감독은 성주와 전주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파란나비효과> 포스터

<파란나비효과> 포스터ⓒ 인디플러그


일반적으로 정치 사회적 갈등을 찍은 다큐멘터리는 어느 정도 갈등이 정리된 후 공개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파란나비효과>는 주민들의 싸움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공개돼 주목됐다. 흐름으로만 보면 한창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라 아직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는 촉박한 것이 아닐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큐의 구성과 방향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었다.  

<파란나비효과>가 다른 투쟁 다큐와 다른 점은 사건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고 투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품의 방향을 잡고 있었다. 박 감독은 "예전부터 투쟁 현장 다큐를 찍게 되면 사람에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박문칠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투쟁에 나서는 주민들의 삶이 더 궁금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원명재


"처음에는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없을까 걱정하다가 몰래몰래 장면을 담았습니다. 그러다 여성분들이 물밑에서 활약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담아보는 게 좋겠다 싶었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한 달 동안 간을 보다가 본격 촬영을 시작한 것입니다."

박 감독이 언급한 여성들의 물밑 활약은 1318 카톡방으로 불리는 커뮤니티다. 성주 사드반대 투쟁의 핵심이면서 주민들의 소통이 이뤄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영화의 시발점으로 주요 등장인물들과 만나게 된 계기가 됐다. 여기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통해 전달된다.

박 감독은 "주민들의 삶이 더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투쟁보다는 사람에 카메라 초점을 맞춘 이유를 밝혔다.

"100명의 사람에게  100가지 삶이 있다고 보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적인 의식과 개인적인 변화의 과정을 그렸는데, 보수적인 지역의 사람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이 변하는 것이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심에 두게 됐습니다."

<파란나비효과>는 이들 주민들의 의식이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한 주민의 말처럼 사드 반대 투쟁을 겪으며 5월 광주와 제주 강정, 세월호를 제대로 보게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정치세력만 지지했던 자신들을 돌아보게 됐다고 고백한다. 데모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빨갱이로만 생각했던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자각한다.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다 토박이일까? 외지인은 없을까? 이런 투쟁에 부담을 느끼는 쪽은 외부세력을 언급하며 주민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보통이다. 찬반 논란이 격화되면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영화에 나온 이들이 모두 성주 원주민들은 아니다"고 말했다. "토박이 분들도 계시고 시집와서 오신 분들도 있고. 도시에 나와 살았다가 돌아온 분들도 있고, 각각의 이유나 마음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찬반 대립에 따른 내부갈등은 심하지 않다고 전했다.

"찬성과 반대 주민들 간에 서로 간에 냉랭한 부분도 있어요. 그렇다고 대놓고 싸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서로 잘 좀 지내보자 식이고. 단체별로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으나 단체나 이런 데서도 그런 이야기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군청 등 관공서 쪽에서 기세등등하면 싸우는 분들이 고립되거나 소수가 되는 부분이 걱정했는데, 찬성이 명분이 없어요. 오히려 지역에서는 갈등이 크게 확전되지 않았습니다. 찬성하시는 분들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명분에서는 사드배치 반대가 앞선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성리 사드 반대 투쟁도 촬영하고 있는 중

 인터뷰를 하고 있는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인터뷰를 하고 있는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원명재


성주읍 성산포대에 배치되려고 했던 사드는 주민들의 격한 반대 투쟁으로 소성리 롯데골프장 자리로 옮겨졌다. 성주의 중심지가 아닌 외진 곳이지만 주민들의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다큐에 나오는 분들은 사드 장비 들어올 때부터 소성리에서 싸우고 계시다. 군청은 중심지니까 오기가 쉬웠고, 많이 오셨는데 거리적으로 떨어져서 더 외지고 하다 보니 애써 싸우러 찾아오셔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감독의 카메라도 성주읍에 이어 소성리를 담고 있는 중이다. 소성리는 향후 또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낼 예정이다.

"예전에 골프장 들어올 때 반대 투쟁도 하신 분들이라 삶의 내공이 다르게 보입니다. 소성리 분들 중에도 인터뷰를 촬영한 분들이 있으나 다음 편 정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파란나비효과>는 지난 2일 소성리에서도 상영됐다. 반대투쟁에 나선 주민들에 대한 응원하기 위한 특별 상영이었다. 영화에 출연한 분들은 전주영화제를 찾아 관객들과도  만났는데, "보면서 울고 특히나 최근 상황이 안 좋게 변하면서 더 서러워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향후 전망에 대해 "주민들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분위기"라며 "사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남아서 싸우신 분들은 끝까지 간다는 분위기입니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힘이 없어서겠지만 국민들 중에 찬성하는 분들이 있고 대선 후보들도 찬성하니 사드가 들어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영화를 계기로 해서 문제 환기가 되고 정말 한국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 논의가 있어야 이 싸움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주영화제 수상은 연대와 성원의 의미

 18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 수상한 박문칠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18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 수상한 박문칠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인터뷰를 마치고 이어진 시상식에서 <파란나비효과>는 다큐멘터리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시상대에 오른 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지역 분들은 영화제를 몰라 당연히 상을 받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주영화제가 성주 분들의 싸움에 연대와 성원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소성리 할머니들과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파란나비효과>는 5월 25일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스토리펀딩을 진행 중이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1249)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