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합류하게 된 차두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합류하게 된 차두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차두리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 분석관이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3월 28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 이후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코치진과 관계자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설득에도 불구하고 차두리 분석관은 물러나게 됐다.

차두리는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자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했다. 신뢰를 보내준 슈틸리케 감독님과 코치진, 그리고 후배 선수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어려운 과정을 겪기도 했지만 우리 대표팀이 반드시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낼 것이라 믿는다"는 말로 대표팀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과 미안함을 드러냈다.

예정되었던 사임

차두리 분석관 부임은 부임 당시부터 논란이 되었다. 대표팀 코치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A급 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야 했지만, 차두리는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일단 자격부터 미달이었다.

물론 소위 말하는 '낙하산'은 아니었다. 독일어에 능통하고 현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과 친분이 두터운 차두리를 코치진에 합류시켜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소통을 원할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당시 슈틸리케호는 카타르전 이후 슈틸리케의 '소리아 발언' 논란과 이란 원정에서의 역대급 졸전으로 인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2015년 초 부임 이후 승승장구하던 슈틸리케호에게 처음으로 닥친 위기였다. 차두리가 선수 시절부터 워낙 좋은 이미지를 팬들에게 보여줬고, 슈틸리케호의 일원으로서도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고 은퇴했기에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가 컸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이란이 본인들의 레전드 '자바드 네쿠남'을 코치로 임명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을 벤치마킹했다고 이용수 위원장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슈틸리케호에 대한 문제 인식부터 잘못 되었다. 카타르와 이란과 경기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들의 정신력과 단합이 아니라 감독의 전술 부재였다. 전술과 선수 선발의 변화는 전혀 없이 선수단과 소통과 단합을 강조하는 듯한 차두리 분석관의 부임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차두리 분석관 합류 후 치른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는 신승을 거뒀지만, 최근 맞붙은 중국과 시리아전에서는 졸전을 거듭했다. 전술은 여전했고 선수 기용에는 물음표를 강하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코치 경험이 전무한 차두리가 슈틸리케호의 가장 큰 약점인 전술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리 만무했다.

선수들이 인터뷰를 통해 차두리의 풍부한 선수 경험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표팀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줬다고 밝혔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차두리의 말에서 차두리의 역할 자체가 모호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정된 차두리와의 이별이다.

반복되는 역사

축구협회의 근시안적 해결책 제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슈틸리케처럼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찬사를 받은 '조광래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 2차 예선에서의 부진과 '삿뽀로 참사'로 항해를 일찍 마쳤다.

축구협회의 조광래 감독 경질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이후 행보는 아마추어적이었다. 조광래 감독 해임 이후 급하게 감독 선임에 들어간 축구협회가 보유한 카드는 한정적이었다. 결국 최종예선은 당시 전북 현대 감독으로 부임 중이던 최강희 감독이 최종예선까지만 감독을 맡는 시한부 감독으로 부임되었다.

시한부 감독을 따르는 선수단은 뭉쳐지지 않았고, 최강희 감독도 자신의 임무인 월드컵 진출에만 급급했다. 전술과 선수 선발에는 비전이 보이지 않았고 당장 급한 불만 끌 수 있는 경기력이 반복됐다. 예정대로 월드컵 진출 이후 사임한 최강희 감독 자리는 당시 런던 올림픽에서의 호성적으로 스타 감독으로 등극한 홍명보 감독이 이어 받았다.

'폭탄 돌리기'의 결정판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시한부 감독이었고 최강희 감독 부임 기간 동안 새로운 감독과 접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축구 협회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브라질 월드컵은 참혹한 실패로 끝났고, 우리는 최강희와 홍명보라는 능력 있는 감독들을 모두 잃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이광종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지병으로 더이상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자 축구협회는 슈틸리케호의 수석 코치 신태용을 감독으로 선임한다. 신태용 감독이 올림픽 감독과 국가 대표팀 코치를 병행하는 사이 슈틸리케호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림픽 폐막 후 신태용이 올림픽 코치로 돌아왔지만, 축구협회는 신태용에게 다시 U-20 대표팀 수장 자리를 맡겼다. 그나마 전술적으로 뛰어난 신태용이 수석 코치로 자리할 때 대표팀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신태용이 부재하자 대표팀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다. 신태용 코치가 부재했던 대표적인 경기인 중국·시리아 2연전이 대표적이다. 두 경기는 언론이 대표팀이 어떤 전술로 경기 나섰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할 정도로 전술적으로 완패했던 경기였다.

신태용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성 코치가 수석 코치로 새롭게 부임됐지만, 물음표는 여전하다. 정해성 코치가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수석 코치로 활약한 경험이 있지만, 급하게 합류한 대표팀에서 온전히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슈틸리케호의 코치진은 수없이 변해왔다. 차두리도 떠났다. 오랜 기간 대표팀에 속해 대표팀을 관리한 사람은 슈틸리케 감독과 아르무아 코치만 남았다.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 대표팀을 구해야 할 축구협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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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리 슈틸리케호 코치진 러시아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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