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타격한 공을 바라보고 있는 이용규

자신이 타격한 공을 바라보고 있는 이용규 ⓒ 한화이글스


'1번 타자 이용규'가 아닌 '9번 타자 이용규'가 빛난 경기였다.

한화는 지난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배영수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롯데에 6대1로 승리했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날 한화 타선에 의아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이용규의 타순이었다. 이용규는 테이블 세터가 아닌 9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한화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번 타자인 이용규가 9번 타자로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용규의 프로 통산 커리어를 살펴봐도 9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것은 5번뿐이었다.

기존에 9번에 위치했던 최재훈이 6번으로 당겨지며 이용규가 9번으로 기용됐다. 한화에게도 9번 자리는 늘 고민이었다. 개막 후 타순 별 타율을 살펴보면 9번 자리의 타율이 가장 낮다. 최근에는 최재훈이 9번으로 나서며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한화의 9번 타순의 타율은 1할 초반 때였다.

연패 위기에 몰린 김성근 감독은 이날 이용규를 9번에 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작전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용규는 롯데 마운드를 상대로 3타수 2안타 2득점, 그리고 3번의 출루를 기록하며 9번 타순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을 했다.

9번 타자로 나섰지만 4번의 타석 중 3번을 선두타자로 나서며 사실상 1번 타자 역할을 했다. 거기다 높은 출루율로 상위타선에 공격을 이어줬다. 이날 한화가 점수를 뽑아낸 이닝에는 어김없이 이용규의 출루가 있었다.

3회 첫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는 무사 1루 상황에서 내야안타를 터트리며 찬스를 상위타선에 연결시켰다. 찬스를 이어받은 중심타선은 연속 적시타를 때려내며 3회에만 5점을 만들었다. 사실상 경기 승패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두 번째 타석, 선두타자로 나선 4회에는 안타로 출루하며 송광민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이후 2번 더 선두타자로 나선 이용규는 6회에 뜬공, 9회에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3출루 경기를 펼쳤다.

현재 한화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용규의 9번 배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한화는 이용규와 정근우 외에도 테이블 세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타자들이 많다. 올 시즌 부활에 성공한 장민석과 타격에 눈을 뜨고 있는 하주석, 그리고 시즌 초 맹활약을 펼쳤던 김원석까지 테이블 세터 자원이 많은 상황에서 이용규의 9번 카드는 어쩌면 최고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날 역시 장민석이 정근우와 테이블 세터로 짝을 이뤘다.

하지만 이용규의 9번 기용은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3년간 '이용규-정근우' 조합으로 테이블 세터진을 꾸려왔다. 그동안 짝을 이룬 테이블 세터를 한 경기로 바꾸긴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시즌 내내 보기는 힘들겠지만 9번 타순에서 롯데전과 같은 활약을 펼쳐준다면 앞으로 한 두 경기 또는 팀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다시 한 번 9번 이용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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