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넥센 선발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넥센 선발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넥센이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이택근의 결승타를 포함해 10안타를 터트리며 7-3으로 승리했다. 4월초 잠실 3연전에서 두산에게 스윕을 거둔 적이 있는 넥센은 이번에도 위닝시리즈를 만들며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5승1패의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다.

오랜 만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택근V' 이택근은 4회 마이클 보우덴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려냈고 서건창 대신 1번 2루수로 나선 신예 송성문도 3회 2타점 3루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장정석 감독을 든든하게 한 선수는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긴 넥센이 자랑하는 영건 최원태였다.

히어로즈 구단 역대 최고 계약금을 안긴 특급 유망주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최원태는 중앙고로 진학했다가 1학년을 마치고 서울고로 전학을 갔다. 서울고에서 남경호(두산 베어스), 박윤철(연세대)과 함께 마운드를 이끈 최원태는 185cm 90kg의 좋은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시속 140km 후반의 빠른 공을 앞세워 고교 정상급 투수로 군림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각 구단이 1차 지명을 하기 전 kt위즈에게 2장의 특별지명권이 주어졌는데 kt는 동의대의 홍성무와 청주고의 주권을 지명했다. 그 덕에 넥센은 서울권 최대어였던 최원태를 지명할 수 있었다. 넥센은 최원태에게 구단 역대 최고액인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투자했다. 조상우의 계약금이 2억5000만원, 임병욱, 주효상, 이정후의 계약금이 각각 2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원태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넥센에서는 결코 최원태를 급하게 키우지 않았다. 강한 구위에 비해 제구에서 다소 약점이 있다고 평가 받은 최원태는 입단 첫 시즌 고교 시절의 피로를 풀면서 구위를 가다듬었다.그럼에도 입단 첫 해 퓨처스리그에서 9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하며 팀 내 넘버원 투수 유망주다운 잠재력을 선보였다.

작년 5월27일 kt를 상대로 1군 데뷔전을 치른 최원태는 3.1이닝 동안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6월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최원태는 작년 총 11번의 선발 기회를 얻었다. 7월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최원태는 8월7일 SK와이번스전에서 5.2이닝 8탈삼진1실점으로 뛰어난 구위를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구위만 믿고 덤벼드는 루키 투수에게 당할 만큼 KBO리그 1군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었다. 최원태는 작년 시즌 11번의 선발 등판에서 2승3패 8.53으로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불펜으로 등판한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3.7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정규시즌을 2승3패 7.23으로 마감한 최원태는 그 해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5경기 평균 7이닝, 감독을 든든하게 하는 이닝이터

작년 시즌 선발보다 불펜으로 등판했을 때 성적이 더 좋았음에도 장정석 감독은 최원태를 선발 투수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넥센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최원태가 넥센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불펜으로 밀려난 투수가 바로 작년 시즌 선발로 활약하며 7승을 올렸던 또 한 명의 영건 박주현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젊은 투수라면 그나마 선발 경험이 풍부한 박주현이 더 안전한 카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최원태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일 롯데전에서 이대호와 최준석에게 홈런을 맞으며 6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사사구가 없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지만 8개의 안타를 맞으며 롯데 타자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최원태는 9일 두산전에서 7이닝 2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다만 이날은 넥센 타선이 한 이닝에만 10득점을 올리며 13-2로 대승을 거뒀기 때문에 최원태의 호투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최원태는 세 번째 등판이었던 1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다시 7이닝 동안 11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3경기에서 2패를 당하며 불안한 투구를 이어가던 최원태는 21일 시즌 첫 패를 안긴 롯데를 상대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개막 후 최고의 호투를 펼치며 2승째를 따냈다. 최원태는 시즌 개막 후 4번의 등판에서 패와 승을 반복하는 널뛰기 투구로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난타와 호투를 반복하는 최원태의 패턴대로라면 27일 두산전은 난타를 당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최원태는 이날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이닝과 최다 투구 수 기록을 동시에 갈아 치우며 데뷔 첫 연승을 거뒀다. 두산을 상대로 8이닝을 소화한 최원태는 김재환과 민병헌에게 각각 홈런을 맞았지만 7탈삼진 3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효과적으로 묶으며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빠른 공은 시속 145km까지 찍혔고 투구 수는 109개였다.

가장 고무적인 사실은 최원태가 시즌 개막 후 5번의 등판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는 점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 투수만큼 든든한 존재는 없다. 게다가 5경기에서 3승을 따낸 최원태는 2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앤디 밴 헤켄(2승)을 제치고 팀 내 다승 1위가 됐다. 넥센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역대 최고액을 투자한 최원태라는 나무에 벌써부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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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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