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의 몰입은 물론 빼어난 캐릭터 해석력까지 지닌 배우 최민식.

연기에의 몰입은 물론 빼어난 캐릭터 해석력까지 지닌 배우 최민식. ⓒ ㈜팔레트픽처스


이 배우가 뿜어내는 아우라(Aura)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절대적 열세에 몰린 조선 장군의 고뇌를 연기할 때도(영화 <명량>), 타자의 고통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연쇄살인범으로 변신했을 때도(영화 <악마를 보았다>), 크나큰 상처를 지낸 채 살아가는 지리산 최고의 사냥꾼으로 분했을 때도(영화 <대호>) 그는 돌올했다.

취향과 호오(好惡)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는 엇갈리겠지만, 최민식(55)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부정할 영화팬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와의 밀착력이다. 감독과 관객이 원하는 존재로의 자연스러운 변신, 영화 속 인물로의 완벽한 몰입. 그래서다. '생활인 최민식'과 '배우 최민식'은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로 느껴진다.

"배우라면 그게 당연하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으나, 천만에. 최민식 정도의 변신과 몰입은 아무 배우나 흉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온 최민식이 다시 한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최근 개봉된 박인제 감독의 신작 <특별시민>. 여기서 최민식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재선 서울시장 '변종구'를 연기한다.

복마전과 이전투구의 선거판... 자연스레 떠오르는 19대 대선

 영화 <특별시민>에서도 최민식은 돌올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특별시민>에서도 최민식은 돌올한 연기를 보여준다. ⓒ ㈜팔레트픽처스


비단 한국만일까? 세계 어느 곳 할 것 없이 정치와 정치인, 정치인들이 벌이는 최고의 이벤트라 할 선거를 꼼꼼히 해부 해보면 내부에서 '쇼(Show)'라는 단어가 발견될 것이 분명하다.

<특별시민>은 눈앞에 닥친 선거의 승리를 위한 정치인들의 복마전과 이전투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권자들 앞에서는 "국민행복과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를 외치다가 이내 돌아서서 "나의 이익을 위하여"라며 음흉하게 웃는 정치인과 선거의 어두운 이면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다.

<특별시민>의 무대가 되는 공간은 한국의 서울시. 서울시청사는 물론,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청와대까지 거침없이 비추는 박인제 감독의 카메라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19대 대통령선거'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고, 이는 극장의 찾은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개봉 시기를 기가 막히게 맞췄다.

<특별시민>이 상영되는 내내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서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거듭되는 저급한 수준의 네거티브 공세와 '공작 정치'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는 선거캠프의 운동원들, 선거에 나선 함량 미달의 정치인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연출…. 이쯤 되면 <특별시민>이 극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헷갈릴 지경 아닌가?

최민식의 '원맨쇼' 그러나, 힘이 느껴진다

 영화 <특별시민>의 포스터. 이 영화는 최민식이 이끌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 <특별시민>의 포스터. 이 영화는 최민식이 이끌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 ㈜팔레트픽처스


흥미와 긴장감을 시종 유지하는 사실적인 연출은 <특별시민>을 '특별'하게 느껴지게 한다. 이건 박인제가 성취한 연출의 승리다. 하지만, 박 감독이 이룬 작은 승리의 배후에는 극 중 서울시장 후보 변종구의 큰 승리가 있다. 농담처럼 이야기하자면 <특별시민>을 조종한 비선 실세는 최민식이다.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래퍼 분장도 마다치 않고, 묘하게 조작된 동영상을 통해 대중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선량한 정치인을 가장하는 변종구. 그러면서도 아내에게는 폭력적이고, 아랫사람에게는 권위적인 이중성을 시시때때로 드러내는 변종구.

최민식은 다중성을 지닌 자신의 극 중 캐릭터 변종구를 99% 이상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앞서 말한 능수능란한 영화적 '변신'과 '몰입'을 통해. 믿기지 않는다고? 영화를 보고 나면 믿게 될 것이다. 최민식의 캐릭터 해석력과 연기는 이번에도 '돌올'했다.

그리고 하나 더. 정치와 정치인을 다룬 이전의 한국 영화와 달리 <특별시민>은 마지막까지 '선'과 '악'에 대한 자의적 가치판단을 내놓지 않는다. 그 모호함이 세련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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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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