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에서 진주 꺼내기."

영화 <특별시민>이 정의하는 선거의 본질이다. 더러운 짓을 하지 않고 선거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깨끗한 선거나 공명한 선거 등은 형식적인 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선거의 숨겨진 이면을 묘사한 직설적인 표현이다. <특별시민>은 이 한마디로 선거의 의미를 정리한다.

선거의 이면을 까발리다 

ⓒ (주)쇼박스


서울시장 선거, 3선에 도전하는 현직 시장 변종구와 경쟁자인 양진주 후보는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유력 후보다. 제3의 후보도 나오지만, 경쟁력은 떨어지는 양념 정도에 불과하고 둘 중의 한 명이 서울시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변 후보와 양 후보의 경쟁이 중심을 이루는 영화는 치열하게 전개되는 공식 선거운동과 투표 이후 당락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과정으로 이끈다. 변 후보의 성과 양 후보의 이름을 통해 '똥물에서 진주 꺼낸다'는 의미가 연결돼 있다.

일단 선거는 지략의 대결이다. 검색어를 장악해야 하고, 온라인 여론의 흐름도 주시해야 한다. 변 후보 쪽은 정치적 술수에 능한 선대본부장과 젊은 광고전문가의 역할이 돋보이고, 양 후보 쪽은 젊은 여성 선거전문가가 캠프의 전략을 주도한다. 하지만 영화가 변 후보 쪽에 맞춰진지라 상대적으로 양 후보에 대한 변 후보의 대응이 주를 이룬다.

지지율 변화에 따른 단일화 문제와 권력을 쥔 쪽에서 가진 자료로 상대 후보 쪽을 압박하는 모습은 음험한 거래가 오가는 선거판의 현실을 그려낸다. 외국 유학 중인 자녀와 마약, 사고와 은폐, 이슈를 통한 이슈 덮기 등 선거 과정의 다양한 모습들이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다.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선거법 위반 역시 선거의 지저분한 이면이다. 손을 더럽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선거의 과정을 통해 어떤 정의감이나 의로움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경쟁하는 두 후보 진영 모두가 비슷비슷하게 보이고 위선 또한 만만치 않다. 제로섬 게임에 임하듯 정치적으로 서로를 물고 늘어져 죽고 죽이려는 선거 과정의 본능을 다루다 보니 선거의 민낯을 까발리는 성격이 강하다.

순수한 열정으로 열심히 일한 사람은 어떻게 보면 그저 이용당했을 뿐이다. 같은 캠프 내에서도 서로서로 의심해야 한다. 때론 잘못을 감추어야 하고, 내 잘못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능력도 필요하다. 내부의 암투와 실력자들의 파워 게임 등이 곁들여지는 선거의 이면은 그리 유쾌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다는 의미를 전달해 준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경우 그 부담 또한 유권자가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 역시도 일깨워 준다. 영화의 끄트머리 그런 의문이 남는다. 과연 나 같으면 어떤 후보를 선택했을까? 당선된 후보는 최선일까 차악일까, 아니면 최악일까.

대중을 앞에 놓고 벌이는 정치쇼

ⓒ (주)쇼박스


대선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시민>은 여러모로 주목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렇다고 현재 대선 구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게 보이는 부분은 많지 않다.

다만 대중을 앞에 놓고 벌이는 정치쇼로서 선거의 내면을 비추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거짓말을 해도 대중들이 그것을 믿게 하여야 한다는 선거의 기술은 씁쓸하지만 현실적이다. 지지자들은 공방을 벌일 때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말을 믿기 때문이다.

선거판에 뛰어든 젊은 광고전문가의 패기도 어쩔 수 없이 더러움을 피해가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겉으로 보이는 치장한 모습보다는 평소의 모습과 행동을 눈여겨보라는 것이 <특별시민>에 담은 메시지다. 숨기려는 것에 실제의 모습이 더 많을 수도 있어서다.

<특별시민>은 유권자의 한 표가 작을지라도 하나로 모일 때 큰 힘이 되듯 우리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사탕발림에 속아 한 표를 던졌다가 결과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이내 잊어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화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느낌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선거 상황을 재현했기에 몰입도가 높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정치드라마의 재미가 섞여 있지만 웃음코드가 없고 무겁게 만들어진 점은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별시민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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