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는 모두 거짓이다?"

홀로코스트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이빗 어빙과 유대인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가 홀로코스트의 진위를 놓고 4년간 벌인 치열한 법정 공방을 다룬 실화영화 <나는 부정한다>가 26일 개봉했다. 레이첼 와이즈가 주인공 데보라 립스타트를 맡았고 티모시 스폴이 데이빗 어빙을 맡았다. 드라마 <셜록>의 모리아티 교수로 유명한 앤드류 스캇이 데보라의 변호사 앤서니 줄니어스를 맡았다.

영화는 데보라 립스타트의 저서 <재판에 오른 역사: 홀로코스트 부인론자와 법정에서 보낸 나날들>을 원작으로 했으며, 각본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와 <디 아워스>의 시나리오를 쓴바 있는 데이비드 헤어이다.

감독은 1990년대 <보디가드>와 <볼케이노>를 연출했던 믹 잭슨이다. 1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투여되었고 BBC 필름이 만들었다. 2016년 9월 북미 개봉 당시 407만 달러의 저조한 흥행성적을 남겼다.

흥행은 부진했지만, 완성도는 높다

ⓒ 티캐스트


1994년,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유대인 역사학 교수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의 강연장에 그녀가 평소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라고 언급해온 영국인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이 찾아온다. 그는 홀로코스트의 증거를 가져올 수 있냐며 '데보라'를 공격하고, 오히려 자신을 모욕했다며 그녀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한다.

1996년, 미국과는 달리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영국의 법으로 인해 데이빗 어빙이 거짓이고 홀로코스트는 존재했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증명해야만 하는 데보라 립스타트. 진실을 지키려는 그녀에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혼을 맡은 바 있는 스타 변호사 앤서니 줄리어스(앤드류 스캇)가 손을 잡는다. 줄리어스는 영국 최고의 베테랑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톰 윌킨슨)을 합류시키면서 최고의 팀을 꾸린다. 이 사건이 결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영화는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고 오히려 홀로코스트를 근거 없는 유대인들의 주장이라고 우기는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을 등장시켜 흥미를 돋우며 시작한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흥미로운 영국 사법 시스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무 변호사(solicitor)와 법정 변호사(barrister)가 나뉘어져 있고, 미국에선 피고가 잘못이란 걸 원고가 입증해야하지만 영국에선 원고가 잘못이란 걸 피고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영화는 본격적으로 훌륭한 법정 드라마 한편을 펼치기 시작한다. 데보라의 변호인단은 승리 위해 데이빗 어빙이 엉터리 역사학자라는 점을 입증하기로 한다. 하지만 40년간 히틀러를 연구해온 데이빗 어빙은 녹록지 않다. 끊임없이 미세한 허점을 물고 늘어지며 홀로코스트는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증인으로 세워놓은 역사학자를 꼼짝 못 하게 만들며 적지 않은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데보라의 변호인단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치밀하게 판을 설계해 나간다. 실제 아우슈비츠 현장에서 찾아낸 자료들을 찾아 데이빗 어빙의 주장에 반박하고, 그의 저서를 분석하여 조작된 근거들을 찾아내며 데이빗에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또한, 치밀한 심리전까지 펼치며 데이빗을 압박한다. 이렇게 이 영화는 법정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세밀함과 팀웍의 매력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거짓을 '팩트 폭행'으로 응징하는 통쾌함이 크다. 여기에 냉철함 속에 가려진 변호인단의 사명감을 내보이며 적지 않은 감동을 만들어 낸다.

촘촘한 각본과 훌륭한 연기의 조화

이 영화는 단순히 데보라와 데이빗의 대결에서만 재미를 만들어 내고 있지 않다. <나는 부정한다>는 감정적일 수 밖에 없는 데보라와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 시키고 있는 그녀의 변호인단 사이의 충돌로도 법정영화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데보라는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던 생존자를 증언대에 세워 그들의 고통을 토로할 기회를 주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고 싶어 했다. 결국 그녀는 증언하고 싶다고 자신을 찾아온 생존자에게 덜컥 증언을 시켜주겠다고 제멋대로 약속을 한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철저하게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존자들의 부정확한 기억은 오히려 데이빗 어빙에게 역공의 기회만 줄뿐이라고 판단해서였다. 감정이 앞서고 있는 데보라는 지나치게 냉철한 변호인단이 맘에 들지 않고 충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데보라는 점점 냉철함 속에 가려진 그들과 능력과 속 깊은 배려에 마음을 움직이고, 그녀는 뒤늦게 그들과 한 팀이 되어간다. 첫 공판에서 줄리어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미국인이라며 판사에게 묵례할 수 없다고 딱딱하게 굴던 데보라, 그가 마지막 장면에서 자발적으로 묵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의 변화를 표현한다.

데이비드 헤어의 꼼꼼하고 사실적인 각본이 인상적이며, 믹 잭슨 감독의 당시 생생함을 재연한 탄탄한 연출이 돋보인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다. 우선 레이첼 와이즈는 데보라 교수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에 잡아나갔고 섬세하고 뛰어난 내면 연기로 자신의 매력을 캐릭터에 잘 녹여냈다. 그녀의 적수 데이빗을 맡은 티모시 스폴은 놀라운 밉상 연기를 펼치고 있으며, 앤드류 스캇은 변호인단을 이끄는 팀의 리더이자 전략을 총괄하는 사무 변호사 앤서니 줄리어스 역을 맡아 이성적인 판단력과 열정적인 지성미를 뽐내고 있다. 그리고 법정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을 맡은 톰 윌킨스 또한 노련함이 빛나는 연기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영화는 단순한 법정영화를 넘어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의 상처와 유대인들의 트라우마들을 살피며 홀로코스트에 대해 다시 한 면 고찰하게 한다. 그런데 데이빗 어빙 보고 있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을 창녀라고 부르고 있으며 버젓이 우리나라 영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일본이란 섬나라와 오버랩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 앞에서 일본의 거짓된 주장들을 '팩트 폭행'할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 티캐스트


이야깃거리
이 작품은 많은 장면이 실제 장소에서 촬영되었다. 첫 장면인 데보라 립스타트의 강의 장면은 에모리 대학교에서,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도 한 법정 공방 장면은 데보라 립스타트와 데이빗 어빙의 재판이 벌어졌던 영국 왕립재판소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아우슈비츠 관련 장면은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국립 박물관과 수용소 담장 쪽만 실제 장소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실제 데이빗 어빙은 패소 후 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되어 유럽 다수 국가들과 미국 등에서 입국 금지 조처되었다.

영화 속에서 리차드 램프턴이 맥도날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것은 맥도날드를 비판하는 전단에 대해 명예훼손죄로 두 명의 고소했던 맥리벨 재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는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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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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