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의 한장면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의 한장면ⓒ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열 여덟 살의 여대생 리쓰잉(송운화 분)은 어느 날 거리에서 마주친 한 남자를 보곤 첫눈에 반한다. 그에게 이끌려 '한 사람을 기다리며'란 이름의 카페에 들어선 리쓰잉은 뜻하지 않게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리쓰잉은 가게의 단골 손님인 남자를 몰래 훔쳐보며 마음을 키워가고, 이 와중에 우연히 괴짜로 소문난 학교 선배 아토우(브루스 훙 분)와도 인연을 맺는다. 짝사랑하는 남자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아토우. 리쓰잉은 두 사람과 각각 가까워지면서 이들에게 얽힌 과거를 하나하나 알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을 마주한 끝에 비로소 자신의 진심을 확인한다.

대만식 로맨스

영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는 최근 몇 년간 국내에 선보인 대만 로맨스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한다. 순진무구(?)한 청춘 여자주인공을 중심에 둔 채 '나를 보지 않는' 짝사랑 상대와 '나만을 바라보는' 순정남이 등장한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원색이 부각되는 색감과 '뽀샤시'한 톤의 영상, 걸맞게 '응팔'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다분히 복고적 스타일의 연출, 그리고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를 뭉뚱그린 듯한 개성 넘치는 에피소드와 캐릭터들까지. 초콜릿처럼 달콤쌉싸름한 특유의 분위기는 익숙하다 못해 반가울 정도다.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의 한장면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의 한장면ⓒ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사실 이러한 기시감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2011)를 연출한 구파도 감독이 바로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의 원작 소설가로서 각본과 제작을 맡았고, 당시 조연출이었던 강금림 감독이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더불어 지난해 국내에 개봉해 '왕대륙 열풍'을 일으킨 <나의 소녀시대>(2015) 주연배우 송운화가 앞서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 데뷔하기도 했다.

대만 로맨스 영화 특유의 익숙한 공식 속에서도 폭넓게 펼쳐지는 인물들의 서사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의 가장 큰 수확이다. 특히 '청춘'이란 미명 하에 10대에서 20대 초반의 로맨스에 치중하는 여타 작품들과 달리 세대를 아우르는 로맨스를 다룬 점은 인상적이다.

따뜻한 감성

여기에는 극 중 옛사랑에 대한 상처를 지닌 카페 여사장(주혜민 분)과 아토우가 일하는 식당의 '바오 형님', 세탁소 여주인 등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주효하다. 리쓰잉의 서사와 맞물려 곁가지로 뻗어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자아낸다. 레즈비언으로 설정된 카페의 바리스타 아부쓰(뢰아연 분) 또한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매력적이고도 개성있는 캐릭터로 남는다.

서사의 중심을 견인하는 리쓰잉과 아토우의 에피소드들은 알콩달콩하기 그지없다. 불의를 보곤 못 참는 정의감을 가졌으면서도 정작 짝사랑 상대에게 마음을 고백할 용기는 없는 리쓰잉, 그리고 비키니를 입고 학교를 활보하는 등 천진하면서도 다분히 엽기적인 아토우 사이의 '케미'는 그 커다란 괴리만큼이나 흥미롭다. 특히 양배추와 소시지구이, 순두부 등 아토우가 불쑥불쑥 내미는 뜬금없는 오브제들은 로맨스의 모티프로서 퍽 신선하다. 유치한 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청춘 로맨스 장르의 울타리 속에서 이들 요소는 분명한 강점이다.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의 한장면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의 한장면ⓒ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세상 모든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극 중 카페의 슬로건은 로맨스를 대하는 영화의 메시지로서도 의미심장하다. 주인공 리쓰잉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아담하고 고요한 풍경의 카페는 연인을 향한 그리움과 설레임의 공간으로 다뤄지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테이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이나 아직 오지 않은 사랑을 향한 기다림으로도 비친다.

사장을 위한 '오너의 스페셜 블렌드'를 꿈꾸고 손님 각자의 요구에 맞춰 시그니처 커피를 건네는 아부쓰. 그리고 영화 말미 리쓰잉과 카페를 둘러싸고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반전까지. 결국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며>가 해내는 건 '기다리는 이들'에 대한 치유와 응원이기도 하다. 오는 5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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