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 장재인이 싱글 <까르망>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장재인과 인터뷰를 나눴다.

장재인이 싱글 <까르망>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장재인과 인터뷰를 나눴다.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장재인은 옷차림도 말투도 생각도 행동도 모두 털털했다. 특히 '생각'이 가장 그랬다. 탱탱볼 같달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함과, 동시에 자기세계가 확실한 데서 나오는 안정감이 있었다.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터지거나 찢기지 않고 고유한 탄성으로 다시 튀어오를 것 같았다. 탱탱볼은 잠시 찌그러질지언정 제 모양을 상실하지 않는다.

말은 거침이 없었다. 인터뷰를 읽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내 이미지에 좋을까, 이런 계산은 애초에 안하는 모양이었다. 강점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말했고 불필요한 격식도 차리지 않았다. 라떼에 들어간 연유를 통째로 삼켰다며 켁켁대느라 대화가 끊기는가 하면, 친구들과 나눈 메시지를 보여주며 "이 말 너무 웃기지 않느냐" 묻기도 했다. 음악 이야기에선 휴대폰에 저장된 자작곡들을 들려주며 허공에 손을 올리고 피아노를 쳐보였다. 그때 가장 행복한 얼굴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조용한 카페에서 나눈 가수 장재인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타인 위해서 음악하지 않아

장재인 장재인이 싱글 <까르망>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장재인과 인터뷰를 나눴다.

'까르망'은 "삶 전체의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 새 싱글 '까르망'은 박근태 작곡가와 함께했다. 음악적으로 색깔이 다르지 않았나. 
"박근태 작곡가님은 재미있고 독특하신 분이었다. 나와는 리듬이 가장 달랐다. 저는 레이백을 좋아하는데 박근태 작곡가님은 칼 같은 리듬을 좋아하신다. 이야기해주시는 것들이 모두 납득 가능했다. 새롭고 좋았다."

- 가사를 직접 썼더라.
"마음에 들게 나온 것 같다. 영화 <비포 미드나잇>에서 좋은 장면이 있어서 그걸 떠올리며 썼다. 중요한 건 삶 전체의 사랑 같다. 두려워하고 겁내느라 무언가를 못한다든지 시도하지 않는 건 아까운 일 같다."

- 아직도 <슈퍼스타K>의 장재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슈스케>는 내게 '사건'이었다. 교수님 제안으로 나갔는데, 우승이나 유명해지는 것을 기대하며 참여하지 않았다. 내 창작품을 내는 게 목표였다."

- 장재인의 음악은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실례가 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호불호 갈린다는 거 좋은 말 아닌가? 모든 사람이 들어줬으면, 좋아해줬으면...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저 자체가 대중적인 인간이 아니다. 저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졌는데, 모든 이에게 공감받고 싶다면 그것 자체가 모순이다. 저를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고, 아니라고 하면 인정하고. 그런 것 같다."

- 자신에게 달린 댓글을 보는지.
"많이 보진 않는데 안 좋은 댓글을 보면 가끔 웃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은 그냥 넘긴다. 지금보다 어렸을 땐 '나는 왜 바다 한 가운데 떨어진 걸까' 하고 상처도 받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은 다르니까. 모든 면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 노래를 만들 때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진 않나.
"대중은 어떻게 들을까 생각하면서 쓰진 않는다. <슈스케> 끝나고 2011년에 많은 곡을 써놓았다. 지금은 큰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케이 해야 곡이 나오는 시스템 아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맞추어 나간다. 학교에 들어가면 교복을 입어야 하는 거니까. 납득 가능한 건 잘 따르는 편이다."

- 예전보다는 사람들을 신경 쓴다는 말인지. 
"원래 신경 안 쓰는데 요즘은 회사에 성과를 보여드리고 싶어 조금은 신경 쓴다. 나만을 위해 일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타인을 위해 음악을 쓸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은 솔직히 여전하다. 음악으로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없다. 누군가는 자기 것을 확실하게 표현해내면 부수적으로 그런 것들은 따라오는 것 같다. 부수적인 걸 위해 음악을 하지는 않을 거다. 이것을 지킬 거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장재인 장재인이 싱글 <까르망>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장재인과 인터뷰를 나눴다.

장재인은 자기 개성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 되게 톡톡 튀고 털털한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가 보수적이다. 나는 항상 틀을 깨고 싶었다. 그래도 선을 넘지는 않는다. 예의나 예절은 중요하다. 엄마가 워낙 털털한 성격인데 그런 점을 닮았다."

- 그리고 솔직한 것 같다.
"제 자신에 대해서 표현하는 건... 어떤 것도 상관없다. 뭐든 저니까 상관없다. 22살 땐 나를 보호하고 싶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는데 지금은 내 감정에 솔직하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안 좋으면 안 좋다고 한다."

- 몸이 아팠다고 들었다. 지금은 괜찮나.
"악기하는 사람은 근육도 그렇고 몸이 늘 안 좋다. 요가와 필라테스도 하고 (고무공을 주머니에서 꺼내며) 이런 것도 만지작거리며 근육을 풀어준다. 이제 괜찮다."

- 아프고 나서 심적으로 변화가 있었나.
"몸 아팠던 게 변화에 한 몫 한 것 같다. 원래 겁이 많아서 앞으로 다가올 일이 늘 두려웠다. 여행가면 가방을 도둑맞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자유롭다. 걱정을 하고 있으면 그런 일이 꼭 생긴다. 백퍼센트 도둑맞는다. 불안해하고 있으면 그 일이 반드시 생기는 거다. '여긴 내 나라야' 하고 편하게 다니면 나쁜 일이 안 생긴다. 그리고 일이 일어나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되는 거다."

- 아팠던 게 음악적으로도 변화를 줬나.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게 됐다. 얼마전에 윤종신 피디님께 만든 곡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시더라. 그래서 "유유유 쩔쩔쩔... 곡이 별로인가요?" 잔뜩 긴장하고 여쭸더니 지금 바빠서 그런 거라며 곡 좋다고 답장을 주셨다. 그때 정말 기분 좋고 감사했다."

-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가.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사랑스럽다. 특히 창작하는 사람이 너무 좋다. 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서 만들어주는 게 너무 고맙다."

나는 페일블루, 담백한 사람이고 싶어

장재인 장재인이 싱글 <까르망>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장재인과 인터뷰를 나눴다.

장재인은 "여행을 좋아하지만 이제 작업에 좀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 삶의 모토 같은 게 있나.
"담백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만났을 때 느끼한 사람 말고 솔직한 사람이고 싶다. 속셈이 많다거나 계산적이고 얌체 같은 사람이 안 되고 싶다."

- 손가락과 팔목의 타투는 각각 뭐라고 적힌 건가.
"침묵. 경계심을 버리자."

- 존경하는 가수가 있는지.
"김윤아 선배님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세계관을 꾸준히 구축해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게 아름답다. 이소라 선배님도 그렇고 자기 세계를 끊임없이 유지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

- 재인씨는 색깔로 치면 어떤 색의 사람인가.
"페일 블루(pale blue). 나는 창백한 블루다. 되게 우울한 노래가 내 안에 많은데 언젠가 표출하고 싶다."

-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멋있는 가수. 특히 제가 저를 봤을 때 멋있는 가수라고 느끼면 좋겠다. 인간적으로도, 창작가로서도 성장하고 싶다."

- 지금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 이전만큼 작업시간이나 연습시간이 없는 것 같다. 제 경험치는 높아졌는데 실력이 못 따라간다. 연습을 하고 안 하고는 천지차이다. 제 동료들은 합주실에서 하루종일 연습하는데, 만났을 때 보면 어마무시하게 성장해 있다. 서른이 됐을 때, 마흔이 됐을 때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열심히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장재인 인터뷰 까르망 미스틱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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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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