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 영진위원장.

김세훈 영진위원장.ⓒ 성하훈


영화계 안팎의 퇴진 요구를 받는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아래 영진위원장)이 해외 출장을 나간 것에 대해 '외유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을 앞둔 어수선한 시기를 틈타 출장을 명목으로 해외여행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계와 영진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22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NAB 2017 (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 2017)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3일 출국했다. NAB 2017은 국제방송기재자전으로 새로운 기술 장비들이 공개되는 행사다.

영진위에서는 주로 기술직 직원들이 참관을 위해 출장을 갔으나 위원장이 직접 행사 참관을 위해 간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영진위 내부에서도 위원장의 출장계획에 의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위원장이 가던 행사가 아니었기에 황당했다"면서 "출장계획이 다 잡혀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가겠다고 했고, 문체부에서 출장 승인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승인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장비 전시라서 위원장이 가는 게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논란 등에 책임 있는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고, 최근에는 2015년 부산영화제 지원금 삭감 문제와 관련해 외부 대필 기고 문제 등이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부산영화제 여론 조작 대필 기고 사실로 드러나)

영화계는 위원장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며 퇴진 압박을 가하고 있어 사실상 식물 위원장과 다름없는 상태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대선 이후 사퇴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곧 퇴진이 불가피한 위원장이 거액의 출장비를 들여 해외 출장에 나서는 게 외유성으로 비치는 것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위원장과 직원 4인의 출장 경비가 모두 2600만 원 정도 된다"며 "이중 위원장 1인에게 드는 경비는 1000만 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영진위원장은 차관급으로, 규정에 따라 항공기의 경우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문체부도 논란 여지 인정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세훈 위원장을 비판하고 있는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봉준호 감독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세훈 위원장을 비판하고 있는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봉준호 감독ⓒ 성하훈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스튜디오 매각과 현상소와 녹음실 정리 등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담당 직원들도 출장을 못 가서 이번에 계획하게 됐다"며 "할리우드에 있는 스튜디오 등을 둘러보는 것도 있고, 위원장님도 기술 쪽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계획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계의 부정적 시선에 대해서는 "영화계가 그렇게 볼 수는 있지만, 현지에서 워너브러더스의 책임자를 만나려고 해도 실무자들은 만나기 힘들고, 위원장이 가면 수월한 면이 있다면서 그런 부분 때문에 실무자들도 필요하다고 했다"라면서 "(그래서) 문체부도 출장 승인을 해 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영진위와는 조금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문체부 관계자는 "통상 행사 자체만으로 보면 출장 승인을 해주기 어려운 부분인데, 출장계획서에 해외 전문가들이나 한국문화원 등을 방문해 국제공동제작과 한국영화상영 등을 논의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어 승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 참석보다는 기관장 미팅과 간담회 등 다른 계획을 보고 출장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또한 '영화계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고 대선 이후 스스로 사퇴 입장을 밝혀 이 해외 출장을 가는 게 부적절하다'는 영화계의 인식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보니 논란이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인정했다. 하지만 "영진위 직원이 배석하는 자리라 업무 연속성에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출장보고서를 꼼꼼히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지난해 문체부 감사에서 관사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부당하게 쓴 사실이 드러나 1000만 원을 웃도는 금액을 환수하라는 조처가 내려진 상태다. 아직 이 사안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외유성 해외 출장을 통해 이를 보전하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근거 없는 너무 심한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