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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에 대한 각 후보별 입장.
 종교인 과세에 대한 각 후보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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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당국이 각 종교, 종단 등과 긴밀히 협의해 종교인 소득에 포함되는 다양한 소득원천과 지급방법에 대해 상세한 과세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행 유예 등을 비롯한 다각적인 정책 방향을 검토해 추진하겠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종교인 과세가)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시행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므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종교기관들의 각종 회계처리 시스템, 세무교육 등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종교인 과세 시행 유보는 당론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종교인 과세에 대해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입장이다. 종교인 과세는 오는 2018년 1월부터 시행예정이었다. 지난 2015년 12월 국무회의는 목사, 신부, 스님 등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개정 소득세법 공포안'(아래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재석의원 267석 가운데 찬성 195, 반대 20, 기권 50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은 미온적이다. 따라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어도 종교인 과세는 시행이 불투명하게 됐다.

각 후보가 종교인과세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신교계, 특히 대형교회가 주축인 보수 개신교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태도일 공산이 크다.

실제 보수 개신교계는 종교인과세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전임 박근혜 정권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합리화를 명분으로 종교인과세를 추진했다. 2014년 2월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며 종교인 과세를 시사했다. 이어 2015년 12월 앞서 언급한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러자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아래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제정하여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한국에 큰 교회들은 현재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법으로 강제성을 띠기보다는 교회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에 맞장구를 쳤다. 김을동 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불리하지 않나. 왜 우리가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나. 실익이 뭔가"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야당 의원도 가세했다. 이석현 당시 국회부의장은 "재벌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감세해주는 정부가 신앙인 하나님과 부처님께 바친 돈에 까지 세금을 물린다면 저승에 가서 무슨 낯으로 그분들을 뵐 것인가"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오 당시 의원이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이 의원의 발언을 들어보자.

"지금까지 우리 당은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 서로 간섭을 안 해 왔지 않나. 서울과 수도권의 목사님들이 기반을 만들어 줘서 그나마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것이다. 이것(종교인 과세)을 하려면 집권 직후에 해야 한다. 지금 선거가 코앞이다."

대선주자들, 개신교계 표 결집력 지나치게 의식해

정치권이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표'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개신교계는 전통적으로 강한 표결집력을 보여왔다. <한국일보>는 2015년 12월6일자 기사에서 야권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해 아래와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전국 방방곡곡 동네 곳곳에 크고 작은 교회들이 많다 보니 신도들에게 영향력이 큰 목사들이 지역 민심에 끼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설사 그들이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까지는 어려울지 몰라도 떨어뜨리는 데 확실히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개신교는 보수 정당에 우호적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의원의 발언은 개신교계의 정치적 성향을 제대로 짚었다고 하겠다. 실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수 대형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 자신이 강남 보수 대형교회인 소망교회 장로이기도 했다.

지금 선거라고 해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종교인 과세에 미온적인 건 개신교계의 표결집력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보수 개신교계도 나름의 명분은 있다. 보수 개신교계가 내세우는 명분은 1) 종교인은 노동자가 아닌 성직자다 2) 수입이 적어 과세 실효성 없다 3) 세무조사 등 종교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종단, 그리고 개신교계 내 몇몇 교단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톨릭은 1994년부터 교구별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 왔다. 불교계 역시 종교인과세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개신교계의 경우 대한성공회는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진보 성향인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은 2015년 제100회 총회를 통해 종교인과세 찬성으로 입장을 정했다.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저간의 논란에 비추어 볼 때, 유력 대선후보들이 이 문제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한 건 무척 실망스럽다. 특히나 보수 개신교계의 표심을 의식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기자는 복수의 목회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부분 대선 후보들이 종교인 과세에 미온적인 것은 '보수 대형교회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데 동의했다. 기장 교단 소속의 A 목사는 "표를 얻기 위해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건 법치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종교인이라고 해서 과세에 예외일 수 없다. 이는 국민개세주의, 즉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더구나 특정 종단의 표를 의식해 종교인 과세를 미루는 건 더더욱 안될 말이다.

대선 후보들은 '표'를 의식한 행보보다 원칙을 더 먼저 앞세워주기 바란다. 비단 종교인 과세뿐일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검찰 개혁 등 다른 민감한 쟁점현안에 대해서도 똑같이 바라는 바다.

덧붙이는 글 | 미주 한인매체 <미주 뉴스앤조이>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태그:#종교인과세, #이재오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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