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세계 1위의 패스트푸드 체인입니다. '정크 푸드'의 대명사이자, 미국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여겨져 온 이 브랜드는 60여년 젼 첫 프랜차이즈 식당을 연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 웰빙 열풍과 함께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애플, 구글 등 IT업계의 강자들과 함께 세계 10대 브랜드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 왔습니다.

<파운더>는 맥도날드의 설립자 레이 크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그는 원래 밀크쉐이크 5개를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멀티 믹서기를 파는 영업사원이었습니다.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여러 식당에 이 기계를 팔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죠. 하지만 벌이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멀티 믹서기 구매 의사를 밝힌 캘리포니아의 한 식당을 방문하게 됩니다. 상호가 '맥도날드'인 이 식당은 특이했습니다. 당시의 일반적인 휴게소 식당들과는 달리, 주문 후 종업원이 음식을 식판에 담아 갖다 줄 때까지 차에서 한참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죠. 이곳에선 사람들이 음식을 사기 위해 직접 줄을 서고, 주문한 메뉴를 몇십 초만에 받으며, 간편하게 포장지만 열어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파운더>의 한 장면. 밀크쉐이크 기계 영업사원인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이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식당 '맥도날드'. 이곳은 혁신적인 주방 시스템을 통헤 빠른 시간에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파운더>의 한 장면. 밀크쉐이크 기계 영업사원인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이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식당 '맥도날드'. 이곳은 혁신적인 주방 시스템을 통헤 빠른 시간에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 CGV아트하우스


알고 보니 이 식당의 주인인 맥도날드 형제는 메뉴의 개수를 줄이고 그것을 만드는 과정을 단순화한 끝에 주문 후 30초만에 음식을 받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창안한 것이었습니다. 전국의 식당을 다녀 본 경험이 있는 크록은 이 방식의 성공 가능성을 한눈에 알아 보고 주인 형제를 설득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섭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성공담의 궤적을 따르고 있습니다. 원대한 꿈을 가진 주인공이 특별한 기회를 잡게 되고, 몇 가지 장애물을 극복한 끝에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식의 구성이지요.

중반부까지는 주인공의 성공을 향한 내적 열망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점차 확장해 가는 외적 상황이 잘 맞물려 돌아갑니다. 실패한 50대 세일즈맨이 맨손으로 대기업을 일으키게 된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강한 호소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 결말까지 이르는 전개가 다소 심심한 편입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갈등을 만들어 내는 반대 세력이 갑작스럽게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레이 크록이 싸워야 했던 상대는 식당 영업에 관한 기존의 상식, 기득권을 가진 가진 사람들의 안이한 태도, 실물 담보 없이는 돈을 대출해 주지 않는 은행 등 언뜻 봐도 쉬운 싸움이 아니겠다 싶은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그가 대립하게 되는 사람은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음식 만드는 원칙을 지키고 싶어하는 동업자 형제,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사업적 마인드가 부족해서 대화가 없어진 아내 정도일 뿐입니다. 승부의 결과가 너무 뻔하게 보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훨씬 더 고양되어야 할 절정 부분의 효과가 반감되고 맙니다.

거의 혼자서 극을 이끌어 가는 마이클 키튼의 연기는 좋은 편입니다. 별 볼일 없는 외판원의 낙담한 모습부터 성공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수완 좋은 사업가의 면모까지 솜씨 좋게 잘 표현합니다. 애초부터 키튼 같이 관록 있는 배우에게 이 정도 수준의 연기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퍼펙트 월드>(1993)-<미드나잇 가든>(1997) 같은 영화의 각본가이기도 한, 감독 존 리 행콕은 이미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블라인드 사이드>(2009)-<세이빙 미스터 뱅크스>(2013) 등에서 무난한 연출력을 선보였습니다. 배우의 연기와 각본 자체의 흐름을 살리는 무색무취한 연출은 이번 영화에서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파운더>의 한 장면. 레이 크록이 이끄는 맥도날드는 여러 지역에 지점을 설립하며 승승장구한다.

<파운더>의 한 장면. 레이 크록이 이끄는 맥도날드는 여러 지역에 지점을 설립하며 승승장구한다. ⓒ CGV아트하우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레이 크록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아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먼저, 근면하고 성실한 젊은 부부들을 가맹점 점주로 대거 받아들여, 그들이 복잡한 맥도날드 형제들의 방식을 자발적으로 준수하게 만든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맥도날드 특유의 방식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체인점 부지를 직접 소유하고 점주들에게 이자를 받는 식으로 사업 방향을 잡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회사 소유의 부지를 담보로 받은 대출을 받아 자금을 융통하거나, 또 다른 부지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면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시켰습니다. 맥도날드가 현재까지 기업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렇게 확보한, 막대한 규모의 회사 소유 부동산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말부의 맥도날드 형제와 벌인 다툼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을 부각시킵니다. 밀크쉐이크를 만들 때 진짜 아이스크림을 사용할지 아니면 인스턴트 가루를 쓸지에 대해 주인공이 내린 결정은 경제적 효율성에 입각한 것으로 서술됩니다. 그 결과 오늘날 맥도날드의 영광이 가능했다는 식의 에필로그도 덧붙여집니다.

이런 부분들이 체계적으로 잘 나와 있기 때문에, <파운더>는 이야기의 재미를 추구하는 극영화라기보다는 경영학 수업이나 재테크 강좌의 사례 연구용 시청각 자료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아니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제의 자기계발서의 한 대목 같은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런 류의 책이나 영화가 으레 그렇듯 성공한 사람의 방식이 어땠는지 보여 주는 데 관심이 있다 보니, 그 방식이 지닌 모순을 짚어 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한 편입니다. 외식 업체가 더 좋은 음식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는 목 좋은 땅을 선점하는 데 더 신경 쓰는 것, 효율성이라는 구실로 다른 가치를 서슴지 않고 희생시키는 모습 같은 것들을 좋게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헌신한 도전적인 기업가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파운더>의 포스터. 주연을 맡은 마이클 키튼의 연기가 돋보이며, 극영화로서의 재미보다는 경영학 성공 사례 연구로서의 가치가 더 높은 영화다.

<파운더>의 포스터. 주연을 맡은 마이클 키튼의 연기가 돋보이며, 극영화로서의 재미보다는 경영학 성공 사례 연구로서의 가치가 더 높은 영화다. ⓒ CGV아트하우스



덧붙이는 글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파운더 마이클 키튼 존 리 행콕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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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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