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 몹시 공교로운 순간이 있었다. 배우 조진웅과 이성민이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가 앞뒤로 편성을 받으면서 바톤 터치를 하게 된 것이다. 조진웅 주연의 드라마 <시그널>이 종영되자 이성민이 <기억>으로 <시그널>을 이어받았다. 두 배우 모두 연기로는 정평이 나있었기 때문에 잠시 상상해보았다. '아, 이성민과 조진웅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둘은 찰나지만 한 자동차 회사 광고에 함께 출연한 적도 있다.

두 배우의 새 영화 <보안관>은 그 상상이 실현된 영화다. <보안관> 영화 홍보 브로슈어에 나온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 함께 할 때 어떤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는지 '클라스'가 다른 웃음으로 응답한다"는 문구는 이 영화의 자신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성민과 조진웅을 제외하고도 김성균과 김종수, 조우진, 임현성, 배정남, 정만식까지 출연하는 등 말그대로 중년 남성 배우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작품이다.

 영화 <보안관>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성민의 코미디 연기

커다란 잠자리 선글라스를 쓰고 잘근잘근 성냥을 씹어대는 대호(이성민)의 모습은 <영웅본색> 속 주윤발을 빼닮았다. 해운대 바로 옆에 있지만 외지인 유입이 드문 기장. 형사인 대호는 혼자 독단적인 수사를 하다가 실책을 저질러 면직되고 고향인 기장으로 내려온다.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대호는 기장의 보안관을 자처한다. "기장에서 저 사람 안 통하면 일 못 해"라는 말은 바로 대호를 설명하는 말이다.

지난 24일 <보안관> 언론 시사 당시 "다시 태어나면 술 잘 마시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배우 이성민은 그만큼 진지한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다. <보안관>에서 그는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이성민은 "대호는 주류 형사나 검사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또 <영웅본색>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공감이 많이 간다"고 밝혔다. 그는 <보안관> 속 대호를 연기하기 위해 코미디 연기 외에도 체중 관리를 하고 운전면허를 따는 등의 노력을 기울다.

 영화 <보안관>

배우들의 '리얼'한 차림 때문에 기장군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들 배우들을 동네 주민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애드립이 넘칠 것 같은 현장이지만 실제 애드립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또 "실제로는 액션을 싫어한다"는 배우 조진웅의 액션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도 <보안관>의 큰 수확이다. 조진웅은 2년간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와 사업가로서 성공한 종진 역할을 맡았다. 기장의 '보안관' 대호를 제치고 기장 군민들에게 훌륭한 인품으로 환심을 사는 역할이다.

배우 조진웅은 <보안관> 시나리오를 보면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평가하고 "코미디 장르는 배우들에게 산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번에 좋은 선후배님들과 작업을 한다기에 서슴지 않고 맡게 됐다"고 수락 배경을 밝혔다.

시대착오

하지만 <보안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영화는 무엇보다 현재 영화계에서 꾸준히 지적해 온 '주류 영화'의 흥행 공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데 이게 가장 문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사나이픽쳐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화지만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린 방식 말이다.

경상도 방언을 쓰는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정의를 구현한다고 작은 고장을 활보하는 모습의 영화를 관객들은 이미 너무 많이 봤다. 역시나 여성을 도구로 삼거나 대머리를 희화화하는 설정도 웃음 코드로 사용됐다. 수명이 이미 다했을뿐만 아니라 이제 불편하기까지 한 코미디요소들 말이다.

 영화 <보안관>

ⓒ 롯데엔터테인먼트


기가 죽은 '아재들'이 안쓰러워지는 이 영화는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만듦새 자체는 좋다. 그런 점에서 <보안관>은 수명이 조금씩 다 하고 있는 '아재 영화'의 그것을 조금 늘릴 가능성도 품고있다. 영화 초반, 종진이 기장에 오기 전까지의 다소 지루한 전사를 견디고 나면 그때부터 인물들을 둘러싼 사건은 돛을 제대로 단 배처럼 순항한다.

한 줄 평 : 흥행 공식을 꼼꼼하게 지킨 영화. 근데 공식 자체가 문제라면?
평점 : ★★(2/5)

영화 <보안관> 관련 정보
감독: 김형주
출연: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외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쳐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보안관 이성민 조진웅 사나이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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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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