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이었던 고 이한빛 PD의 죽음을 알린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24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어머니 김씨 "CJ E&M, 열심히 살아온 아들 폄하했다"  

 24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와 시민단체 대표들이 CJ E&M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CJ E&M에 "다시는 한빛과 같은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통해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정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고인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지난 4월 18일 용기를 내 한빛의 죽음을 알렸다. 두려웠지만,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한빛의 삶을 헛되이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아들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성실하며 책임감도 강한 청년이었다. 지인들이 보내온 한빛이가 얼마나 아름답게 살았는지 알 수있는 구체적 사례들을 보며,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멋진 청년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아들을 어떻게 CJ E&M은 감히 폄하할 수 있나"라며, 고 이한빛 PD의 성격과 근무태만 문제를 지적한 사측의 입장에 반박했다.

이어 "방송 일정에 맞추기 위해 밤새고 끼니도 챙겨먹지 못한 채 일하는 많은 청년들이 있다고 들었다. 다시는 한빛과 같은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통해 행복한 일터를 만들 것을 CJ E&M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 청년들 너무 싸게 쓰고 있다"

 24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와 시민단체 대표들이 CJ E&M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4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와 시민단체 대표들이 CJ E&M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윤정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가족 외에도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노총, 민달팽이 유니온 등 대책위와 뜻을 함께하고 있는 28개 시민단체들과 고인의 친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고인의 모교인 서울대 사회대 부학생회장 방승현씨는 "한빛님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서 흔한 일이다. 넷마블 직원은 과로사했고, 지난해에만 9명의 집배원이 과로로 순직했다. 구의역 청년 김군이 스스로의 안전을 돌보지 못했던 것도 살인적인 노동강도 때문이었다"고 언급하며 "이밖에도 이름 모를 사람들이 수없이, 수많이 생을 달리했다. 누군가는 일을 할 수 없어 죽는데, 누구는 일이 너무 많아 죽는다"고 지적했다. 방씨는 "CJ E&M의 캐치프레이즈는 '즐거움에 끝이 없다'다. 그 즐거움의 바탕에 끝없는 노동착취가 없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김옥동 부위원장은 "구의역 19살 청년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죽어갔고, 18살 여고생이 현장 실습을 나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한민국에서의 노동은 목숨과 바꿔야하는 일인지도 모른다"면서 "수많은 비정규직들은 문자 하나에 해고가 된다. 비정규직의 아픔과 구의역 청년의 죽음과 18살 현장실습생의 죽음, 그리고 고 이한빛 PD의 죽음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적폐 청산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년의 죽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적폐 청산은 기만이다. 청년들의 고통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5월 9일 대선은 허구다. 민주노총은 이한빛 PD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 책임자 처벌하고 진상규명하고 청년들이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 만드는데 함께 하겠다"며 연대 의지를 전했다.

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이 나라는 청년들을 너무 싸게 쓰고 있다"고 지적하며 "아무리 좋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해도, 한 사람의 삶을 이렇게 쉽게 앗아갈 수 있고, 인격모독이 행해지는 곳이라면, 여기 방송사들 모두 문 닫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업계가 이를 쓸데없는 말이라거나,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치부한다면, 정의와 알 권리를 부르짖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 "책임 회피에 급급한 CJ E&M 태도에 깊은 분노"

 24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와 시민단체 대표들이 CJ E&M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책위 "책임회피에 급급한 CJ E&M의 태도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느낀다"ⓒ 김윤정


대책위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 이후, CJ E&M은 그동안 유가족에게 밝힌 입장과 다르지 않은 형식적인 보도자료만 배포했을 뿐, 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책임회피에 급급한 CJ E&M의 태도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불운한 신입조연출의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원래 그렇다', '우리 때는 더 심했다'는 말로 축적돼온 잘못된 관행이 일으킨 방송 산업의 구조적 문제이며, '노동착취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CJ E&M에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동시에, 고인과 같은 어려움에 처해있을 이들과 함께 대응하기 위해 '드라마 현장 내 노동실태와 폭력에 대한 제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픈 이후 100건이 넘는 제보가 들어왔다. 현재 제보 내용을 분석 중인 대책위는 "제보에 따르면 방송업계 종사자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8시간~20시간이다. 가족, 친구들과 따뜻한 격려 한 마디 나눌 수 없는 이 구조에 대해 함께 싸우겠다"고 전했다.  

한편 고 이한빛 PD의 죽음이 알려진 뒤, <혼술남녀>를 통해 위로 받았던 많은 시청자들은 "을의 애환을 위로한 드라마가, 진짜 을의 애환을 녹여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 "내 고단한 하루를 위로해주는 드라마가 다른 누군가의 잔혹한 하루로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고 이한빛 PD의 죽음이 알려진 뒤, <혼술남녀>를 통해 위로 받은 많은 시청자들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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