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영화 <특별시민>으로 최민식은 배우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치인을 연기했다. ⓒ 쇼박스


두 번의 서울시장, 그리고 3선과 함께 대선을 겨누는 변종구(최민식 분)는 말 그대로 정치 9단이다. 변화를 외치는 상대 후보를 보란 듯 말로 제압하면서 그 뒤로는 각종 술수를 선보인다. 좋은 말로 전략이라고 표현해보자.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일. 손에 똥물을 안 묻힐 수 없다"는 변종구 캠프의 실세 심혁수(곽도원 분)의 말처럼 이 모든 걸 합리화하기 참 쉽다.

영화 <특별시민>은 노골적으로 정치인, 그것도 이들의 민낯을 가늠하기 쉬운 선거판을 소재로 했다. 입후보자, 보좌관, 언론인, 시민단체 등 각계 캐릭터를 설정해 이들의 수 싸움을 재현한 작품. 최민식이 모처럼 기득권의 상징으로 나섰다. "정치인은 말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던 그의 말처럼 그는 연설, 토론, 기자회견 등에 나오는 정치인의 말을 연구했다.

기꺼이 권력이 되다

"참, 다들 애쓰시더라."

마침 19대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회가 열렸던 다음 날이었다. 최대한 개인 감상 공개를 자제하면서 최민식이 장탄식하며 던진 말이다. 말로써 상대를 겨누고 검증하는 토론은 분명 선거의 꽃 중 하나다. 그 중요성을 알기에 최민식은 본인이 가장 신경 쓴 지점부터 설명했다.

"대중과 소통이 중요하니 말은 정치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영화에서도 그 말로 변종구를 보이려 했다. 이야기 속 갈등에서 캐릭터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출마 선언 장면이라든지 그런 공개적으로 말하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나야 하거든. 연설 같은 건 대본에 더해 직접 내가 작성하기도 했다. 전체 연설 중 70% 정도는 직접 쓴 건데 너무 고민하다 밤을 새우기도 했다. 다음 날 바로 촬영이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좀 버벅거렸지. 양해를 구한 뒤 재촬영을 한 게 지금의 결과물이다."

기성 정치인 역할인 만큼 준비과정에서 실제 정치인들을 만났냐는 물음이 가능하다. "없다"라고 꽤 단호하게 그가 답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만나거나 현실성을 보강하기 위해 정치부 기자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내가 직접 누굴 만나게 해 달라 한 적은 없다"며 최민식은 "특정인을 참고하거나 만나면 그 사람을 연상시키게 된다. <특별시민>은 정치인 생리에 대한 내용이지 특정인을 조지려는 영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도 누군가를 흉내 내고 싶진 않았다. <제5공화국>처럼 실제 인물을 차용한 거면 모를까. 유권자를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짚는 거니까. 제가 살면서 느낀 정치인에 대한 단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이런 면은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것들은 있었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싱크홀 사건이 터지고 변종구가 구조 현장 천막에 있는데 심혁수가 여기에 신경 쓰지 말고 토론 준비하라고 하잖나. '이게 중요한 거야. 지금 유가족을 달래주지 않으면 나중엔 침 뱉고 돌 던져'라고 변이 말한다. 그리고 초밥을 시켜 먹잖나. 세월호 사건 때 인명 사고 현장인데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이) 라면 끓여 먹은 게 떠오르더라. 그런 걸 차용했지."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의 선거전을 다룬 <특별시민>

영화 <특별시민> 속 변종구 캐릭터의 포스터. 능수능란한 언변 뒤엔 거짓과 야욕이 숨어 있다. ⓒ 쇼박스


지겹다는 생각에 저항하다

사실 출연 자체는 굉장히 단순했다. "사극 <명량>과 시대극 <대호>로 연속으로 상투를 틀고 수염을 붙이던 차에 빨리 그것들을 좀 떼고 싶었다"며 웃으며 그가 설명했지만, 요는 "좋은 정치드라마가 보고 싶었다"였다. <킹 메이커>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의 미국드라마를 언급하며 최민식은 "정치드라마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있었다"고 고백했다.

"아니 우리라고 못 만들게 뭐 있나. 사실 다룰 수 있는 소재만큼은 매우 다양하잖아! (웃음) 여러 사건 중 당락 앞에 놓인 정치인들 모습을 그린다니 참 드라마틱 할 거로 생각했다. 막상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정치인에 대한 생각이 크게 변한 건 없다. 좀 더 관심은 두게 됐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말투나 의중을 파악하려고 하더라. 뉴스나 시사 프로 보면 패널들을 대부분 주의 깊게 안 보거든. 근데 난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

물론 영화니까 좀 사건을 과장한 건 있지만 사실 촬영 내내 진짜 한국이 이런 나라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묘사한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 정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인간쓰레기가 되는 일을 영화에선 좀 극단적으로 묘사한 거지."

 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 쇼박스


이 맥락에서 최민식은 "지겹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여러 사회 비판 영화가 쏟아진 와중에 <특별시민>이 등장했다. 뜻하지 않게 조기 대선 국면을 맞이해 영화 입장에서도 호재일 수 있지만, 최민식은 "지겹다고 생각하는 순간 (비극은) 또 반복된다"며 "제도에 문제가 있기보다 그걸 운영하는 사람의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게 중요하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혹시 정치 입문 제안이나 이번 대선 국면에서 지지 호소 등의 부탁을 받았는지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그는 "결코 없다"면서도 "해외처럼 배우들이 누굴 지지한다고 밝히는 게 우리나란 왜 자유롭지 않은지 모르겠다"며 "서로 다른 사람을 지지하는 걸 인정해주고 비판도 하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는 성토 아닌 성토도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그에게 어떤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보는지 물었다. "모두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거지 않나?" 그가 반문하며 말을 이었다.

"공인이잖나. 또 지도자 그룹에 있는 이들이고, 무엇보다 입법 활동을 하잖나. 법과 규칙을 만드는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지 특정 집단이나 단체의 이익을 반영하면 안 된다. 공익에 대한 사명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본연의 사명은 온데간데없고, 어떤 정치 세력만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정치의 목적이 권력을 잡는 거기도 하지만 공익은 뒷전이고 입신양명을 위하는 사람은 절대 당선돼서는 안 되지. 맑은 정신의 지도자가 나와서 이젠 좀 다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웃음)."


 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공익을 버린 이가 아닌 맑은 정신의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말 중 하나다.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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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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