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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생방송 토론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은 사상 첫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 사상 첫 대선후보들 '서서 토론'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생방송 토론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은 사상 첫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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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TV 토론의 힘은 셌다. 지난 19일 첫 스탠딩 TV 토론 직후부터 20일까지 정의당은 포털 검색 순위를 장악했다. 19일 토론 당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여타 보수 후보들과 함께 공격했다는 평가와 함께 후폭풍이 거셌다.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지지자들이 속출했던 것이다.

조기 대선이라는 특성상 TV토론에 쏠리는 관심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KBS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지난 첫 번째 스탠딩 토론의 시청률은 무려 26%까지 치솟았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는 한편 후보자들의 날 선 공방에서 오고가는 발언들은 그대로 '팩트 체크' 된다.

이어 TV토론에서 나온 발언들이 고스란히 다음 토론까지 이슈 몰이의 주 대상이 된다. 이른바 '문재인 주적'이란 키워드와 함께 '송민순 회고록'도 핫이슈로 떠올랐다. 철 지난 색깔론이나 시대착오적인 '북풍'이어도 상관없다. 일단 주도권을 잡고 목소리를 높인 후보들이 제기한 이슈가 토론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번 토론은 특히 KBS1과 MBC, SBS 3개 지상파 생방송이다.

23일 오후 8시부터 방송되는 두 번째 스탠딩 토론도 지난 KBS 토론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대본도 없고, 후보별 총 18분의 자유토론 시간이 주어지는 시간 총량제도 그대로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첫 번째 법정토론인 만큼 오늘도 외교·안보와 정치개혁 등 정치 분야가 주제다.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또다시 '1위 문재인' 후보에게 색깔론을 들이밀 가능성이 농후하다. 후보들도 이날 오후부터 TV토론 준비에 매진했다는 전언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오늘 토론회의 관전 포인트를 후보별로 짚어 봤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여유와 단호함 사이 

SBS 토론에서 보여준 여유와 미소는 온데간데없었다. 시간 총량제가 도입된 만큼 4명의 후보가 소위 난타전을 벌였고,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변변한 질문은커녕 공격을 받아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토론 룰을 탓하고 싶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리고 오늘 역시 지난 KBS 토론과 다를 바 없는 시간 총량제다.

결국 관건은 1위의 여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40%대 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대세' 후보로서의 면모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심지어 그의 슬로건은 '든든한 대통령'이다. 이미 파상공격은 예고돼 있다. 형식을 바꿔도 지지율 1위에게 향하는 공격을 피할 순 없다. 이러한 공격에 흔들리는 인상을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문재인 후보가 취해야 할 최선의 수비이자 공격이다.

다만, 왜 조금 더 단호하게 맞받아치지 못하느냐는 일부 지지자들의 원성(?)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나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모습은 단호함은커녕 우유부단하거나 결단력 부족으로 보일 공산이 크다. 여유와 단호함 사이, 파상공격 가운데서 그 황금률을 찾는 것이야말로 문 후보의 최대 관건이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돼지 흥분제' 논란부터 사과를 

이미 지난 KBS 토론에서 "나이롱맨"이란 별명을 얻고, "집에서 설거지를 한다"며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그는 생각이 다를지 모르지만, 관련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과거 '돼지 흥분제' 논란에 대해 먼저 해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유일한 여성 후보인 심상정 후보를 필두로 '보수 라이벌'인 유승민 후보로부터 적극적인 공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캠프 또한 거듭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2일 "어릴때 저질렀던 잘못으로 그 당시 크게 반성했다"며 "이제 그만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을 뿐,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논란이 거센 만큼 이번 TV토론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홍 후보의 지지율은 10% 안팎에서 답보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다. 그런 만큼 홍 후보의 지상 전략은 전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기본 보수 표심을 단속하고, 안철수 후보에게 일정 정도 쏠린 보수층의 관심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지지율 15%가 단기 과제인 홍 후보는 이를 위해 '문재인 공격'과 기존의 '막말', 그리고 '색깔론'과 '노무현 공격'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정책' 선거는 포기한 듯 보이는 '스트롱맨' 홍준표가 기댈 곳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이번엔 꼭 존재감 회복을 

안철수 후보는 두 번의 토론을 통해 '불안감'과 '중심 없음'을 약점으로 노출시켰다. 전자는 '성난 안철수'로, 후자는 '모범생 안철수'로 집약됐다. 각 후보들은 TV토론인 만큼 좀 더 미세한 표정과 얼굴,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를 신경 쓰기 마련이다. 안 후보도 1차 토론의 경직되고 성난 이미지를 만회하고자 훨씬 더 유한 얼굴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문재인 청문회'가 되어버린 2차 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문재인 저격수' 역할은 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에게 뺐겼고, 똑같이 문 후보를 공격했지만 이렇다 할 결정타는 날리지 못했다. 준비해 온 듯한 '적폐세력'이나 과거 '양념' 발언 등을 가지고 문 후보에게 '잽'을 날린 게 고작이었다.

부인 김미경 교수 특혜 의혹 등 검증과 네거티브가 이어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두 번의 TV 토론으로 가장 이미지 상승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안 후보 아니겠는가. 2차 토론과 똑같이 시간 총량제인 만큼, 안 후보 역시 전략을 달리하는 게 좋을 듯싶다. 문 후보의 표를 뺏어 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안 후보가 사드 찬성 등 급격히 '우클릭'을 하고 있는 만큼, 홍준표·유승민 후보와 각을 세운다거나 문 후보와는 좀 더 선명하게 정책 대결을 벌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지지자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그러한 정책 대결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사면초가 어떻게 탈피할까?  

급기야 유승민 후보의 딸이 최근 선거 유세장에 등장했다. 스스로 별명을 '국민장인'이라고 밝혔던 유 후보. 아무래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도 뒤지는 것으로 나온 지지율 정체가 신경 쓰였던 걸까.

지난 2차 토론에서도 그런 조급증이 한눈에 들어왔다. 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고 몰아붙인 모습에 실망하는 중도층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지율로 인해 보수층을 더 끌어와야 한다는 유 후보의 강박감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토론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3차 TV토론 역시 외교와 안보를 포함한 정치 토론이 예정도 있다.

또다시 문 후보에게 색깔론을 들이미느냐 마느냐에 따라 유 후보의 향후 레이스의 향방이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 후보 역시 당내에서 안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압박이 잔존하는 만큼, 좀 더 확실한 '강성'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유승민 후보로서는 사면초가와도 같은 형국이다. 유 후보의 최근 지지율은 2~3%대 그대로다.

정의당 심상정, 이번에도 문재인 저격? 

난타는 문재인 후보가 맞았는데, 후폭풍은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로 향했다.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도 넘은 비판으로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를 공격했다. 그만큼 문 후보에게 쏠린 지지자들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난 2차 토론에서 4대1 문재인 청문회에 동참했던 심 후보의 스탠스가 자아낸 부작용 혹은 일부 진보층 유권자들의 고질병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은 심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을 이어 나갈지, 아니면 '돼지 흥분제'로 논란이 된 홍준표 후보를 필두로 여타 세 후보에 대한 저격 역시 병행해 나갈지 말이다. 진보층 유권자들은 물론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 역시 이 점에 촉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 하루 전날인 22일 저녁, 심상정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불량후보, 시대착오적 캠페인, 묻지 마 정권교체로 대한민국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돼지 흥분제'로 논란이 된 홍준표 후보, 각 캠프의 네거티브 공세, 또 문재인 후보 측의 '대세론' 모두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 심 후보가 예의 그 '모두까기' 전략을 각 후보들에게 얼마나 골고루 구사할지 지켜보도록 하자. 최근 심 후보의 지지율은 4~5%까지 올랐다.


태그:#대선TV토론, #문재인, #심상정, #홍준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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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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