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는 천재(지니어스)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단순히 계산 능력이 빠르고 암기나 이해력에 있어 남다른, 혹은 아이큐만 높은 그런 이가 아닌, 세상에 큰 발자국을 남겨두고 가는 그런 이들이 바로 지니어스라고 생각한다. 문학계에도 정말 너무나도 많은 천재들이 즐비하게 있다. 영화 <지니어스>에서는 천재성으로 독특한 글을 써 내려가던 작가 '토마스울프(Thomas Clayton Wolfe, 1990~1938)'와 그런 그의 천재성을 발견하여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시켜 준 스크리브너의 최고의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Maxwell Perkins, 1884~1947)'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물 작가의 글을 편집한 사람?

 영화 <지니어스> 스틸사진

영화 <지니어스> 스틸사진 ⓒ 서밋 엔터테인먼트


천재 소설가 토마스 울프는 그의 단어, 문장 모든것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글을 늘려가는 그를 설득하고 간결화 작업을 한 건 다름 아닌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 그의 첫 번째 소설 <천사여 고향을 보라>는 무려 9만 개의 단어를 제외한 끝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첫 번째 작품이 크나큰 성공을 이룬 작가들은 두 번째 작품에 많은 부담을 안기 마련이다. 특히 첫 번째 작품으로 평론가들 사이에서 천재라고 불린 토마스 울프라면 더더욱 심한 심적 부담감을 안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끊임없이 원고에 살을 붙여, 5천장이 넘게 영감을 표출하던 토마스 울프의 작품을 정리하고 정리하여, 2년에 걸친 공동 작업 끝에 세상에 선보인 건 다름아닌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였다.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수많은 격렬한 언쟁을 벌였는데 그로 인해 끝내는 울프가 맥스웰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1938년 너무나도 일렀던 울프의 죽음 이후 맥스웰 퍼킨스가 유저 관리자 (사망한 저작가의 미발표 작품이나 저작물의 관리를 위탁 받은 사람)가 되었던 걸 보면 둘은 서로를 굳게 믿고 신뢰하고 있었던 건 분명한 것 같다.

대중들이 작품을 변형시키는 편집자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지 않고, 작가의 생각만으로 본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게 해야한다고 믿었던 편집자 맥스웰퍼킨스. 본인이 작품을 변형 시키는 게 아닐까 라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던 맥스웰 덕분에 수많은 위대한 작품들이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천재성을 가진 비범한 작가들의 영감, 가치관, 신념, 생각 등이 들어간 글을 일반인 대중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그의, 편집자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위대한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로 인해 빛을 발한 또 다른 위대한 작가들로는 <위대한 개츠비>(1925)의 F.스콧 피츠제럴드와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있다. 그리고 <고인 조지 애플리>로 퓰리처상을 받은 존 마퀸드와 브로드웨이에 극화되어 7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공연된 <타바코로드>의 어스킨 콜드웰을 처음 발굴하기도 하였다.

맥스웰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들까지 비판하는 데 거침이 없었던 괴팍하고 신랄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성공과 실패를 끝까지 곁에서 지켜봐 준 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지나고 10년 만에 출간한 작품은 평론가들의 혹독한 질타를 받았지만, 그런 비평을 뒤로하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에게 퓰리처상 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까지 안겨준 작품 <노인과 바다>를 완성시킨다. 안타깝게도 맥스웰은 10여 년이 넘게 걸렸던 <노인과 바다>의 완성과 성공은 보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헤밍웨이는 그에게 본 작품의 영광을 바치기도 했다.

'편집자'의 세계를 엿보는 기회

 <지니어스> 스틸컷

<지니어스> 스틸컷 ⓒ 서밋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모든 것이 흑백이었던 세상에 주인공 토마스 울프의 주변으로 하나 둘 색이 들어오는 장면부터 시작하는데,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던 그를 맥스웰이 인정해 주면서부터 변한 그의 세상을 시작점으로 보여주었다.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걷고 이동하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논하고 열정적으로 대화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이들의 표정을 관찰해보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식사할 때나 잠옷을 입고도 모자를 벗지 않던 맥스웰이 단 한번 직접 모자를 벗는데, 관객들에게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강조한 이 장면을 포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영화 <지니어스>에는 영국 신사의 아이콘이자, <킹스 스피치>로 영국비평가 협회의 남주주연상을 수상한 콜린퍼스가 20세기 초 뉴욕의 문학 르네상스를 빛날 수 있게 공헌한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로 분하였다. 그리고, 맥스웰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았던 천재 소설가 토마스 울프 역에는 주드 로가 열연하여 본인의 인생작을 완성시켰다. 두 배우는 두 인물의 성격, 억양 그리고 몸짓까지 완벽히 맥스웰과 토마스로 분하여 그들의 열정적인 문학에 대한 애정, 작품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야수와 같은 광기까지 모조리 대중에게 보여 주었다.

<디 아워스>로 영국 아카데미와 미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니콜 키드먼이 토마스 울프를 위해 가정과 모든 것을 버린 '엘린'으로 분하여 질투와 절망감에 휩싸여 있는 여인의 심리를 완벽히 표현하였다. 맥스웰의 아내인 루이스 퍼킨스로는 <러브 액츄얼리> <킨제이 보고서>의 로라 리니가 열연 하였고, 맥스웰이 발굴한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F. 스콧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로는 가이 피어스와 도미닉 웨스트가 각기 출연하여 주인공들의 성격과 당시 시대적 상황들을 표현하는 데 기여했다. 

전미 개봉 10주차인 <지니어스>는 비록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두 인물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급의 배우들이 참여하여 열연했을 만큼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림자에 묻혀 있는 편집자의 역할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가 간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마치 실과 바늘 같은 그들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대중들에게 인지시켜 줌은 물론, 처음으로 편집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준 영화기도 하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세계문학사에 지워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긴 이들을 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기를 바란다.

 영화 <지니어스> 포스터

영화 <지니어스> 포스터 ⓒ 서밋 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현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13suj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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