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밥 딜런이다."

비굿(B.Goode) 매거진 한경석 편집장은 로열 앨버트 홀 공연을 수록한 'The Real Royal Albert Hall 1966 Concert' 앨범 해설지를 위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했다. 실제로 밥 딜런은 지난 10년간 여느 아티스트보다 많은 앨범을 발표했고, 공연을 펼쳤다. 현재의 밥 딜런에 별 관심 없는 팬들도 잊을 만하면 발매되는 부틀렉 시리즈와 박스세트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 지난 2월에는 한국 팬들을 위한 베스트 앨범 'Bob Dylan Gold'가 출시되기도 했다.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 ⓒ 소니뮤직


밥 딜런을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올려놓은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은 국내 출판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밥 딜런의 가사 387편이 수록된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부터 로버트 셸턴의 평전 <밥 딜런의 삶과 음악>까지 6개월 사이에 무려 일곱 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됐다.

노벨 문학상 수상이 확정됐을 당시 밥 딜런은 한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무수한 추측을 낳았으나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놀라운 소식"이라는 소감으로 기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상장과 메달은 약 3주 전 스톡홀름 공연을 앞두고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직접 받았다. 또한, 그즈음에 새 앨범 '트리플리케이트(Triplicate)'를 발표했다.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Triplicate'는 밥 딜런의 38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Til the Sun Goes Down', 'Devil Dolls', 'Comin' Home Late'라는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진 앨범의 디스크당 평균 재생시간은 30분을 조금 넘긴다. 이는 'LP에 최적화된 길지 않은 앨범'을 만들고자 했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아메리칸 스탠다드 명곡 30곡을 수록한 앨범 ‘트리플리케이트’

아메리칸 스탠다드 명곡 30곡을 수록한 앨범 ‘트리플리케이트’ ⓒ 소니뮤직


밥 딜런의 고전 재해석은 처음 시도된 것이 아니다. 2015년 <섀도 인 더 나이트(Shadows In The Night)>, 2016년 <폴른 앤젤스(Fallen Angels)>도 아메리칸 스탠다드 명곡이 담긴 앨범이었다. 이 앨범들은 "지난 25년간 들려준 보컬 중 최고"라는 찬사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새 앨범의 지향점은 완벽함이 아닌 자연스러움이다. 순조롭게 녹음을 마친 프랭크 시나트라의 'The September of My Years'이나 'The Best Is Yet to Come'처럼 말이다. 7년 전 내한공연에서 거친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노래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부드럽고 정제된 보컬을 선사하는 'Once Upon a Time', 'My One And Only Love'과 같은 곡은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비틀즈 노래로 널리 알려진 'P.S. I Love You', 셀 수 없이 많은 뮤지션이 커버한 고전 'As Time Goes By'의 여운은 깊다. 제임스 하퍼의 빈틈없는 편곡이 돋보이는 'Stormy Weather', 빅밴드의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Braggin'', 로맨틱한 발라드 'There's a Flaw in My Flue'도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어느덧 70대 중반에 접어든 밥 딜런이 열성을 다해 노래한 'Triplicate'는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들을 돌이켜보는 회고록이 아닌, 생생한 현재를 담아낸 기록이다. 전혀 녹슬지 않은 특유의 예술적 감각과 독창적인 해석력은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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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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