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날두' 손흥민(토트넘)이 첼시를 상대로 다시 한번 '위대한 역사'에 도전한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23일 오전 1시1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첼시와 2016-17 잉글랜드 FA컵 준결승을 치른다.

두 팀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리그에서는 첼시가 그동안 여유있게 앞서나가는 흐름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첼시는 지난 32라운드 맨유전에서 0-2로 패하는 등 주춤하며 최근 5경기에서 3승 2패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최근 8경기 연속 실점을 허용하는 등 수비력도 예전같지 않다.

반면 토트넘은 파죽의 8연승(리그 7연승)을 질주하며 21승8무3패(승점 71)로 첼시(승점 75)와의 승점차를 어느덧 4점까지 좁혔다. 리그 6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만일 토트넘이 FA컵에서 첼시를 잡는다면 분위기를 타서 리그 우승 경쟁에서도 첼시를 더욱 압박할 수 있으며 내친김에 2관왕까지 노려볼 수 있다. 

최근 토트넘 상승세의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다. 손흥민은 최근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4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 기간 무려 5골 1도움을 몰아치는 맹활약으로 팀의 연승행진에 기여했다. 지난 9월에 이어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 '이 달의 선수'도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40경기 총 19골 8도움을 기록하고 있으며 90분당 공격포인트가 무려 0.99에 달한다. 특히 FA컵에서만 벌써 6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에 오를 만큼 이 대회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첼시전에서도 손흥민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흥민은 앞으로 1골만 더 넣으면 차범근 FIFA U-20 월드컵 대한민국 2017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의 기록을 뛰어넘어 아시아 선수 유럽무대 '한 시즌 첫 20골'의 대기록도 달성하게 된다. 또한 손흥민은 잉글랜드 무대 진출이후 총 27골을 기록하며 박지성(전 맨유)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선수 잉글랜드 통산 최다득점 기록과도 타이를 이루고 있어서 단 2년만에 신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축구 역대 최고의 전설로 꼽히는 차범근-박지성이 최전성기에 세운 기록을, 아직 25세의 손흥민이 한꺼번에 뛰어넘는 순간이 온 것은 한국축구사에도 길이 남을 뜻깊은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만일 토트넘이 첼시전을 승리한다면 손흥민의 생애 첫 우승의 기회도 눈앞으로 다가온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후 독일 함부르크-레버쿠젠과 각급 국가대표팀 등을 거쳤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최근 토트넘은 절정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으며 FA컵과 리그 중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우승컵을 충분히 들어올릴 수 있을 만한 전력이라는 평가다. 토트넘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56년만의 우승에 도전하고 있으며 FA컵에서도 1991년 이후 25년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토트넘과 같은 런던연고의 첼시는 손흥민에게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을 모두 남겨준 팀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막판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정작 토트넘은 첼시전에서 무승부에 그치며 역전 우승의 꿈이 최종적으로 좌절된 바 있다.

손흥민은 올해 초에는 주전경쟁에서 밀려있던 상황에서 후반 첼시전에 교체로 투입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팀은 2-0으로 이겼지만 정작 손흥민은 토트넘의 승리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주전들의 체력안배와 시간끌기용 교체카드에 불과했다. 손흥민에게는 굴욕에 가까운 기억이다. 선발출전이 유력한 이번에는 팀도 웃고 손흥민도 웃는 상황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FA컵 준결승에서 손흥민은 측면 공격수로 선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은 최근 주축 선수들이 한동안 줄부상에 쓰러지면서 시즌 중반 가동했던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회귀했다. 손흥민은 상황에 따라 측면과 중앙 공격수까지 넘나들어야했다.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다시 토트넘의 전술 변화 가능성과 함께 손흥민의 입지에도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팀의 상승세를 고려하여 포백 전술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토트넘은 최근 포백 체제에서의 경기력도 안정적이다. 8연승을 거두는 동안 토트넘은 전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는 등 무려 28골을 터뜨리는 가공할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원톱으로 섰을 때나 케인-빈센트 얀센과 함께 스리톱으로 섰을때도 꾸준한 골감각과 팀공헌도를 보여주며 다른 공격수들과 공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볼 없을 때의 움직임과 동료들과의 연계능력이 향상되며 갈수록 위력적인 공격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한때 철옹성같았던 첼시의 수비진도 최근에는 실점이 급격히 늘어나며 흔들리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케인과 손흥민-델레 알리로 이어지는 토트넘의 폭발적인 공세에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새로운 역사를 기대하는 한국 팬들의 시선도 이제 FA컵 준결승전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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