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린 로사리오가 가세한 한화 타선이 점점 완전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몰아치며 7-2로 완승을 거뒀다. 6.1이닝 동안 74개의 공을 던지며 kt 타선을 2실점으로 막아낸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시즌 2번째이자 통산 130번째 승리를 챙겼다.

팀 타율 8위(.257)에 올라 있는 한화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47득점에 그칠 정도로 지독한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오랜만에 시원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kt의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가 등판한 경기에서 '무려' 7점을 뽑아냈다. 한화 타선이 시즌 개막 후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린 날이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가 1군에 복귀한 날과 겹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화에서 17년 만에 나온 3할30홈런100타점 짜리 거포

한화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타자를 잘 선발하는 팀이다.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75홈런 215타점을 합작했던 댄 로마이어와 제이 데이비스 콤비는 오늘날까지도 한화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밖에도 제이콥 크루즈, 덕 클락, 펠릭스 피에 등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완전히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활용 선수'였던 틸슨 브리또나 카림 가르시아의 성적도 아주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2015년 야심차게 영입한 외야수 나이저 모건이 T세리머니 하나만을 남긴 채 초라하게 사라졌고 대체 선수였던 제이크 폭스도 외국인 선수의 성적으로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이에 한화에서는 작년 시즌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기 위해 13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빅리그 통산 447경기 출전에 빛나는 '거물' 로사리오가 한국땅을 밟게 되는 순간이었다.

로사리오는 루키 시즌이던 지난 2012년 콜로라도 로키스 유니폼을 입고 타율 .270 28홈런71타점을 기록하며 그 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를 차지했던 선수다. 비록 쿠어스필드를 사용하는 콜로라도 소속이라 실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배팅 파워 만큼은 쟁쟁한 빅리그 선수들과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선수를 영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화가 2016 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작년 시즌에도 초반 부진과 외국인 투수들의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문동환과 정민철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던 2007년을 마지막으로 한화는 벌써 9년 째 야구장에서 가을의 향기를 느껴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의 암울한 성적과는 별개로 로사리오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며 빅리거 출신 강타자다운 면모를 뽐냈다.

작년 시즌 127경기에 출전한 로사리오는 타율 .321 158안타33홈런120타점78득점을 기록했다. 2010년의 최진행(32개) 이후 6년 만에 나온 한화의 30홈런 타자였다. 3할30홈런100타점으로 범위를 좁히면 1999년의 데이비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38홈런104타점을 기록했던 2002년의 송지만은 타율이 .291였다). 작년 시즌 로사리오가 김태균과 함께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복귀전에서 큼지막한 홈런포, 한화 다이너마이트 장착 완료

한화 입장에서 로사리오는 당연히 재계약 대상이었지만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로사리오는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의 러브콜을 기다렸다. 하지만 포수로서의 수비 능력을 의심받으면서 로사리오는 기대와 달리 해외리그에서의 반응이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결국 로사리오는 작년보다 20만 달러가 인상된 150만 달러에 한화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시즌 대활약으로 인해 한화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지만 로사리오는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만 2안타1홈런1타점3득점으로 맹활약했을 뿐 개막 후 7경기에서 타율 .160 1홈런2타점의 부진한 성적에 그쳤다. 스프링캠프부터 로사리오를 괴롭히던 발목 통증이 원인이었다. 결국 로사리오는 지난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성근 감독은 로사리오가 없는 기간 동안 이양기, 송광민, 신성현(두산), 최진행, 이성열, 하주석 등을 5번에 배치했다. 하지만 어떤 선수도 .451의 출루율을 기록 중인 김태균 뒤에서 타점을 쓸어 담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를 소화하며 몸 상태를 끌어 올린 로사리오는 21일 11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로사리오가 없는 기간 동안 그의 부족한 근성에 불만을 토로하던 김성근 감독도 복귀 첫 날 로사리오를 5번 1루수에 배치했다.

로사리오는 첫 3타석에서 각각 내야를 채 넘기지 못하는 무기력한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균과 송광민의 맹타로 한화가 앞서 나갔지만 로사리오의 빈타는 김성근 감독을 걱정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로사리오는 5-2로 앞선 8회 4번째 타석에서 조무근의 2구째를 잡아당겨 좌측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초반 부진을 날리며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만한 기분 좋은 홈런이었다.

20일 이용규가 복귀한 데 이어 로사리오까지 가세한 한화 타선은 정근우-이용규-송광민-김태균-로사리오-최진행-장민석-하주석-최재훈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특히 상위 타선의 파괴력은 어느 구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로사리오가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 가장 멀리 있던 김태균이 로사리오를 격하게 안아준 것도 팀 타선이 비로소 완전체가 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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