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치조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

<기치조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 ⓒ <기치조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캡처


쌍둥이 자매 시게타 토미코(오오시마 미유키), 시게타 미야코(안도 나츠)는 기치조지에서 '시게타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찾아오는 고객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대면서 기치조지에 자신들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곰곰이 이야기를 듣던 시게타 자매의 대답은 뜻밖이다. "그럼 기치조지에 사는 건 포기하자."

마키 히로치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2016년 4분기 TV도쿄에서 방영한 드라마 <기치조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는 시게타 자매가 기치조지가 아닌 그 주변 지역에 매물로 나온 집을 고객들에게 골라준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기치조지는 매년 일본에서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 1순위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시게타 자매는 인기 높은 곳보다 고객에게 어울리는 동네에 초점을 맞춘다.

삽화가에겐 만화 아톰의 원작자가 사는 집 주변을,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고객에겐 인기 식당가가 많은 동네를 추천한다. 소설가를 꿈꾸는 고객에겐 '문학의 거리'가 있고 출판사가 근처에 있는 동네를 선택해준다. 고객의 직업이나 성격 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환경을 골라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는 곳이 바뀌면 삶의 방식이 바뀐다. 둘이 하는 건 그 사람의 인생을 짊어지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라는 주변인의 대사가 눈에 띄는 이유다. 그렇게 이혼, 연애, 직장 내 고민, 인간관계에서의 실망 등 일상 속에서 상처를 안고 부동산을 찾았던 이들은 자신에게 알맞은 동네를 찾았을 때 안락함 속에 위로를 받고 다시 전진할 힘을 얻는다.

시게타 자매와 고객들이 집을 방문하기 전, 산뜻한 배경음악 속에 주변의 실제 식당과 서점, 카페 등을 이용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실제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지역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이 때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교양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줘 생생함을 전달한다.

작품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조시가야, 고탄다, 아키하바라, 나카노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지역들은 그 동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편리한 것들이 자꾸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80년이 넘었음에도 잘 보존돼 있는 만화가의 집, 50년이 넘은 만두가게, 200년이 넘은 디저트 가게 등 문화와 전통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일본 특유의 거리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젠트피케이션으로 위협을 받는 한국의 일부 동네를 생각할 때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시게타 자매가 52년 간의 역사를 뒤로하고 폐업한 옛 도쿄 다이신 백화점 건물을 보고선 "예전부터 있던 가게가 점점 없어져 가는 건 쓸쓸한 기분이 든다"는 대사가 쉽게 이해되는 이유다.

실제 직업이 코미디언인 오오시마와 안도의 활약도 눈여겨볼만하다. 고객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음식을 마구 먹는 등의 모습은 자칫 너무 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드라마 분위기의 균형을 잡아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mediasoo.tistory.com/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드라마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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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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