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미국식 요격 시스템이 설치되었다. 물론 진짜 THAAD가 설치된 건 아니다. SK 새 감독 트레이 힐만의 수비 시프트 이야기이다. 사실 KBO에서도 수비 시프트가 귀한 사례는 아니다. 이미 많은 팀들이 번트 타구 대비, 내야 전진 수비, 5인 내야 등의 시프트를 사용해오고 있다. 특히 두산의 경우 준수한 수비력을 갖춘 2루수를 후진시켜 우측 강한 타구에 대비하는 시프트를 즐겨 사용한다.

힐만의 시프트 역시 특별하지 않다. 주로 당겨치기를 잘 하는(자신의 타석 쪽으로 타구를 보내는) 타자들을 상대할 때 그 반대편을 비워두다시피 넓히는 시프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많은 구단에서 채택하고 있고, 실제로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가 많은 피츠버그 등의 구단들이 효과를 누렸다.

거포들에게 많은 시도, 성공률은 65% 정도

SK도 제법 재미를 보고 있다. 4월 9일 NC전에서는 시프트를 통해 스크럭스의 타구를 땅볼처리하며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모습이었다. 1사 주자 2, 3루 상황에서, 유격수 박승욱을 정상 수비 위치보다 상당히 좌측으로 배치시켰다. 3루 주자의 득점을 막진 못했지만, 한 점을 지켜냄으로써 후속 이닝에서 살아날지 모르는 NC의 흐름을 일단 잘라냈다.

물론 성공률 100%는 아니다. 이어진 롯데와의 3연전에서 강민호는 아예 수비 시프트 사이를 뚫는 강한 타구를 보내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고, 이대호는 밀어쳐서 시프트를 무효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SK 쪽의 발표에 따르면 이미 성공률 65%를 기록하고 있고, 채병용을 비롯한 투수들 역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인터뷰가 나오기도 했다.

 우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시프트(상)과 좌타자 데이빗 오티즈의 시프트(하)

우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시프트(상)과 좌타자 데이빗 오티즈의 시프트(하)ⓒ 중계화면캡쳐


일반적으로 발이 느리고 잘 당겨치는 좌타 거포가 가장 불리

그렇다면 수비 시프트에 가장 고전할 타자는 누구일까. 보통 발 느리고 당겨치기에 능한 좌타 슬러거들이 피해자로 꼽힌다. 먼저 발 느린 타자들이 불리한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 우타 슬러거의 경우, 아무리 당겨치기에 능해도 1루수는 베이스를 지켜야 하는 만큼 시프트에 가담할 야수가 하나 줄어든다.

하지만 좌타 슬러거의 경우 3루수가 자유로우므로 시프트 가동이 훨씬 수월하다. 사진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상단의 사진은 우타 슬러거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대상으로, 하단의 사진은 보스턴의 좌타 슬러거 데이빗 오티즈를 대상으로 한 시프트이다. 로드리게스의 시프트에는 우측에 1루수가 지키고 있는 반면, 오티즈의 시프트에는 좌측이 텅 비어있다. 좌타자가 더 불리한 이유이다.

 큰 피해가 우려되는 박동원, 이승엽, 오재일(좌측부터)

큰 피해가 우려되는 박동원, 이승엽, 오재일(좌측부터)ⓒ 각 구단 제공


땅볼 많은 박동원, 발 느리고 밀어치기 약한 이승엽·오재일 타격 예상돼

그렇다면 KBO에서는 어떤 타자들이 안타를 빼앗길까. 먼저 박동원은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내야로 가는 타구를 4번째로 많이 만들어냈다. 당겨친 타구의 비율 역시 리그 5위에 해당된다. 그보다 많은 내야 타구를 만들어낸 타자들은 이대형, 손아섭, 김문호로 밀어친 타구들이 훨씬 많을뿐더러 발도 빠르다. 변수는 박동원이 밀어친 타구들의 타율이 나쁘지 않다는 것. 하지만 박동원은 언제나 자기 스윙을 가져가고 하위 타선에서 장타를 날려줘야 하는 타자이므로, 마냥 밀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승엽과 오재일 역시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다. 두 선수 모두 당겨치기에 능한 좌타 거포로, 지난해 당겨친 타구의 타율은 4할을 상회한 반면 밀어친 타구의 타율은 2할 초반대에 불과했다. 물론 둘 모두 땅볼보다는 뜬공을 더 많이 생산해내는 타자이지만, 발이 느리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이승엽은 이미 일본에서 시프트에 고전한 전력도 있다.

그 외 이홍구, 헥터 고메즈, 최정, 박정권 등 많은 타자들의 지난 시즌 데이터가 피해를 예측했으나,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SK의 유니폼을 입고 있거나 한국을 뜬 상태이다. 최소한 '힐만의 시프트'에는 걸릴 우려가 없다. 한편 기사에서 지목한 세 타자는 아직 SK와의 경기가 없었다. 이들은 과연 시프트에 맞서 어떤 타격을 보여줄까.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박윤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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