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아이유의 싱글 `사랑이 잘` 표지.  음원 순위 개편 이후에도 아이유의 신곡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유의 싱글 `사랑이 잘` 표지. 음원 순위 개편 이후에도 아이유의 신곡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지난 2월 27일 0시를 기해 온라인 음원 순위의 개편이 이뤄졌다. 멜론, 벅스, 지니 등 국내 모든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 집계 방식이 달라진 것. 당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발표된 음원에 한해, 실시간 차트 순위에 반영되지만 자정~오전 11시 발매 음원은 당일 오후 1시, 19시~23시 발매 음원은 익일 오후 1시 순위부터 차등 반영되는 구조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자정에 신곡을 내놓던 대부분의 가수들은 낮 12시 또는 오후 6시 신곡에 내놓는 것으로 방식을 바꾸고 있다.

개편 이후 근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과연 목적으로 내세웠던 '줄세우기 방지' 및 '공정성 확보'는 이뤄진 것일까?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순위를 제도 '개편 전 6주간' Vs. '개편 후 6주간'으로 나눠 신곡의 위세를 살짝 살펴봤다.

< 개편 이전 총 6주간 주간 순위 신규 진입 : 59곡>
1월 2주 5곡, 3주 11곡, 4주 5곡
2월 1주 11곡, 2주 5곡, 3주 14곡, 4주 8곡

<개편 이후 총 6주간 주간 순위 신규 진입 : 66곡>
3월 1주 11곡, 2주 11곡, 3주 10곡, 4주 11곡, 5주 5곡
4월 1주 9곡, 2주 9곡


개편 이전 6주간 주간 종합 순위에 이름을 올린 신규 진입곡(재진입 포함)은 총 59곡, 그 이후 지난주까지 총 6주간 새롭게 등장한 곡은 61곡이다.

얼핏 보면 개편 전후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지난 1~2월엔 방탄소년단(11곡), 자이언티(9곡)가 신보 발표와 동시에 주간 순위에 대거 이름을 올렸으니 개편 이후엔 신곡 진입의 기회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상세한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르다.

유명 스타 음악인들, 제도 개편 영향 없어

태연(7곡), 비투비(5곡), 하이라이트(4곡) 등의 기존 인기 가수들은 신작 공개 후 주간 순위에 대거 자신들의 노래들을 차트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록 예전처럼 실시간 순위에 1위로 등장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줄 세우기 현상은 여전했고 결과적으론 인기몰이에 큰 지장이 없었다.

여기에 버스커버스커, 10cm, 하이포+아이유 등 이른바 '봄 캐럴'이 대거 재진입했고 엠넷 <고등래퍼> 음원, 영화 <미녀와 야수> 주제곡 등이 각각 화제성에 힘입어 등장했음을 감안하면 실제 다른 가수들의 신곡들이 치고 들어갈 공간은 여전히 부족했다. 

게다가 5~6개월 이상 건재함을 보여준 "순위 롱런곡"들의 강력한 벽은 여전히 높기만 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신곡이 별로니까, 기존 인기곡들이 좋으니까..."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지만 과연 그런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음원 순위 제도 개편 이후 깜짝 인기를 얻은 정키의 싱글 `Empty` 표지

음원 순위 제도 개편 이후 깜짝 인기를 얻은 정키의 싱글 `Empty` 표지ⓒ 도우즈 레코즈


인지도 낮은 음악인들, 순위 진입 더욱 어려워져

개편 이전 신현희와 김루트, 마크툽, 치즈, 양다일, 바닐라 어쿠스틱 등 무명 내지 인디 성향 음악인들이 신규 진입 가수로 두각을 나타냈고 이중 신루트, 마크툽은 3개월 이상 순위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개편 후엔 정키, 장덕철, 길구봉구, 반하나, 산체스 등이 깜짝 등장했지만 그 빈도수는 다소 줄었고 정키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간 100위 진입 수준에 만족해야 할 만큼 인기의 힘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그나마도 일부 곡들의 성적은 해당 사이트(멜론)의 프로모션(자체 인터넷 방송 및 라이브 등)에 힘입은 결과물이었다.

 신인 그룹으론 보기 드물게 음원 순위에서 선전중인 프리스틴

신인 그룹으론 보기 드물게 음원 순위에서 선전중인 프리스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유명 보이그룹 강세 Vs 걸그룹 약세... 희비 엇갈렸다  

개편 이후 하이라이트, 비투비, 위너 등 두터운 팬덤을 지닌 보이그룹들은 큰 영향 없이 인기를 과시한 반면 러블리즈, 오마이걸, EXID 등 상당수 걸그룹 들은 음원 순위에서 전작 대비 고전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데뷔 1~2년 차 신인급 보이 및 걸그룹의 이름은 "범 아이오아이 계열" 프리스틴을 제외하면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상당수 음원 사이트 이용자들이 주로 실시간 순위 등재곡 위주로 감상을 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상당수 가수 및 그룹들은 자정 이후 이용자가 적은 시간대 실시간 순위 상위권에 어떻게든 이름을 올려놓고 많이 들어주길 기대하는 '버티기' 전략으로 인기 경쟁을 진행해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오후 시간대 공개로 인해 앞서 소개한 방식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따라서 소위 '가수의 이름 빨'이 아니라면 신곡 공개와 동시에 순위권 진입도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부익부 빈익빈... 개편은 정말 '공정'했을까?

올해 봄까지 이어진 탄핵 정국 및 대선까지 이어지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가요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사회적 상황 속에 주 수입원 중 하나인 행사들도 예년 대비 대폭 줄어들어 소위 '보릿고개'를 맞이한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 음원 순위마저도 유명 인기가수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여기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좋은 곡 만들면 된다"지만 지금은 좋은 곡조차도 그냥 묻히기 일쑤다. 최소한 개편의 목적으로 내세웠던 음원 순위의 '공정성'이 다른 면에선 '불공정'으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 현명한 판단과 더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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