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방법도 이 정도면 창의적이다. 가뜩이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또 한번 패배하는 과정에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삼성은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에서 1무 2패로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개막 이후 벌써 6연속 루징시리즈다. 그래도 두산과의 3연전은 내용상 쉽게 밀리지않고 꽤 접전이었다. 1차전에서 12회 연장 혈투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해고, 2차전에서는 두산 김재호에게 9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1-2로 석패했다. 3차전에서도 경기 종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으나 2-2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8회말에 터진 양의지에게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2-4로 패했다.

마운드는 선전했다. 선발로 등판한 윤성환과 패트릭이 나란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19일에는 선발 우규민이 타구에 맞아 1회 교체되는 돌발상황속에서도 김대우와 권오준의 역투로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으나 시리즈 내내 타선이 철저히 침묵했다. 삼성은 3연전동안 19안타를 때려냈으나 단 6점에 그치는 극심한 빈공에 시달렸다.

삼성은 올시즌 경기당 3.64점(전체 8위)을 뽑아내는데 그치고 있다. 17경기를 치러서 3점 이하의 득점에 그친 경기가 11차례나 되고 이중 영봉패만 4번이다. 팀타율(.244)과 출루율(.310)도 9위에 불과하다.

특히 가장 압권은 3연전 최종전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나왔다. 2-4로 끌려가던 삼성은 9회초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두산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선두타자 이승엽의 좌전 안타, 조동찬의 볼넷으로 모처럼 무사 1, 2루의 천금같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최소한 동점, 한 방이면 역전까지도 노려볼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헛된 희망고문은 더 큰 상처만 남겼다. 삼성은 이후 세 타자가 잇달아 허무하게 물러났다. 득점은 커녕 진루타 하나 때려내지못하고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원석 타석 때 대타로 투입한 박한이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 뒤를 이은 이지영은 어처구니없게도 쓰리 번트 아웃으로 물러났다. 마지막 타석에 또다시 대타로 투입한 강한울마저 내야 땅볼에 그쳤다.

단순히 타자가 못쳐서 진 것이라면 벤치로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할 수 있는 것도 다 못해보고 찜찜하게 물러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날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역시 이지영의 쓰리번트 장면이었다. 이지영은 7회말 수비 때부터 권정웅과 교체 출전하여 이날이 첫 타석이었다. 이지영은 이날 경기전까지 타율 .241(54타수 13안타) 5타점에 그칠 만큼 타격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병살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고 해도 번트를 세 번이나 시도한 것은 무모했다.

처음부터 얌전하게 진루를 위한 희생번트에 집중한 것도 아니었다. 어설프게 기습번트를 시도하다가 잇달아 두 번 실패(파울-스트라이크)한 것도 뼈아팠지만, 일단 볼카운트가 투 스트라이크까지 몰렸으면 어쩔 수 없이 강공으로 전환해야할 타이밍이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무리한 번트를 고집하다가 뜬공이 되며 결국 방망이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물러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아웃카운트만 공짜로 하나 헌납한 꼴이었다.

이지영은 이날 손목 부상 때문에 선발명단에서도 제외된 상태였다. 번트를 세 번이나 시도했다는 것은 벤치의 작전이든 선수의 판단이든 그만큼 이지영에게 정상적인 타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랬다면 차라리 이지영의 타석에서 다시 대타를 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김한수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권정웅과 이지영을 모두 소모하며 엔트리에 다른 포수 자원이 없는 상태였다. 만일 삼성이 이지영을 교체한 뒤 9회말 수비에 들어간다면 포수 마스크를 쓸 선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최소한 9회초 공격에서 동점이나 역전을 이룬다는 전제가 성립되었을 때나 의미가 있는 시나리오다. 2점차에 1사 1.2루 상황에서 번트가 설사 성공했다고해도 후속타자 역시 확실한 결정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지나치게 소심한 작전이었다.

이지영이 그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권정웅을 성급하게 교체했으면 안 됐고, 기왕 9회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면 가능한 모든 승부수를 띄웠어야했다. 김한수 감독의 어정쩡한 용병술은 결국 죽도 밥도 되지 못했다. 한편으로 그만큼 빈곤하기 그지없는 삼성의 선수층에서 '역대 최약체 전력'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삼성은 이로서 3승 1무 13패, 승률 1할 8푼8리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뜩이나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않는 삼성의 열악한 현재 상황 속에,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감독의 미숙한 용병술까지 더해지며 삼성에게 하위권 탈출은 당분간 요원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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