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미국,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고 있는 52세의 레이(마이클 키튼). 하루에 믹서기를 한 대 팔기도 녹록치 않다. 어느날 캘리포니아 한 식당에서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무려 6대나 주문한 것이 놀라워 그곳에 찾아가 본다. 그 식당은 맥(존 캐롤 린치)과 딕(닉 오퍼맨)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고 있는 햄버거 전문점 '맥도날드'였다.

주문한지 30초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적이고 빠른 시스템. 식당으로 몰려드는 엄청난 인파. 그리고 강렬한 '황금아치(M)'에 매료된 레이는 며칠 뒤 맥도날드 형제를 찾아가 그들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를 제안한다.

하지만 맥도날드 형제는 이미 프랜차이즈를 시도했다 실패했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레이는 끈질기게 두 형제를 설득해 계약에 성공한다. 레이는 자신의 전재산인 집까지 걸고 사업을 시작하고 프랜차이즈를 늘려가지만 맥도날드의 작은 변화도 용납하지 못하는 맥도날드 형제 때문에 갈등을 빚는다.

게다가 프랜차이즈는 늘어가지만 레이의 낮은 배당금과 수익으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다. 어느날 레이에게 해리(비제이 노박)라는 사람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방식을 제안하는데….

맥도날드의 진정한 창업자는 누구인가?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상징과 같은 맥도날드를 최초로 만든 건 리차드와 딕 맥도날드 형제다. 이들은 효율적으로 주방의 동선을 설계하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이브인(Drive-In)' 형태의 식당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주문한지 30초만에 음식이 나오는 '스피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또한 햄버거와 감자튀김, 탄산음료로만 메뉴를 구성하고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이 아닌 직접 걸어들어올 수 있는 '워크업(Walk-Up)' 레스토랑으로 탈바꿈시킨다. 영화는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던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맥도날드의 탄생 스토리를 들려주며 흥미를 돋운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를 탄생시킨 레이 크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내마저 지지해주지 않는 레이 크록의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개척기는 미국인들의 개척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험난했지만 결국 레이는 맥도날드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만드는데 성공하고 만다. <파운더>는 각자 다른 영역에서 맥도날드를 키운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의 스토리를 들려주며 누가 진정한 맥도날드의 창업자인가를 묻고 있다.

영화는 창립자가 아님에도 스스로를 맥도날드 창립자라 부르고 1961년 거금 270만 달러에 맥도날드 상표를 인수해 맥도날드 역사를 써내려간 레이 크록이 진정한 창립자라고 말하고 있다.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은 고집과 열정, 창의적인 사고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결과적으로 처음 맥도날드를 만든 맥도날드 형제는 'The Big M'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영업을 해야하는 신세가 되고,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를 집어삼키고 세계적인 CEO로 명성을 날렸을까?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종이 살아남는다

영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변화에 대한 수용이다. 맥도날드 형제는 레이 크록의 사업적 아이디어를 "그것은 맥도날드가 아니다"라며 변화를 철저히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룩한 것에 만족하고 그 결과물이 타인에 의해 변화하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레이 크록은 달랐다. 그는 변화를 추구했으며 일면식도 없는 해리(훗날 맥도날드 CEO가 된다)의 조언을 받아들여 '직영 체인점'(회사가 부동산을 매입해 체인점을 늘리는 방식)의 경영 전략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다. 또 직원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며 자기 사람들을 늘려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레이 크록의 도전 정신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사업 방식은 현지화를 통해 전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 올라서게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은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맥락의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여기서 강한 종은 맥도날드 형제이며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종은 레이 크록인 셈이다. 감독의 연출은 특색이 있지는 않지만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창립 비화를 알게 해주는 재미와 한 번쯤 곱씹어 보게 만드는 메시지들로 약점을 커버하고 있다.

마이클 키튼은 주인공 레이 크록을 맡아 한남자의 열정과 신념 그리고 냉정하다 못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악마적 모습까지 담아내는 명연기를 펼쳤다. 식당에서 피아노를 치며 'Pennies from heaven'를 부르는 모습도 상당이 인상깊다.

지난 20일 개봉한 <파운더>는 레이크록의 자서전을 기초로 로버트 시겔이 각본을 썼고 <블라인드 사이드>, <루키>, <세이빙 MR.뱅크스>에 이르기까지 실화영화 만들기를 사랑하는 감독 '존 리 핸콕'이 연출을 맡았다. 또 <스포트라이트>와 <버드맨>의 마이클 키튼이 주인공 레이 크록을 연기했으며, 존 캐롤 린치와 닉 오퍼맨이 맥도날드의 창업자 맥과 딕 맥도날드를 맡았다. 제작비 2500만 달러가 투여된 <파원더>는 1월 20일에 개봉되었고 북미에서 1278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이야깃 거리

톰 행크스가 레이 크록의 역할을 거절하면서 마이클 키튼에게 역할이 돌아갔다고 한다. 재미난 점은 과거 그 반대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1993년작 <필라델피아>의 앤드류 벡켓역할을 마이클 키튼이 거절하면서 톰 행크스에게 돌아갔는데, 톰 행크스는 그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을 얻었다. 많은 작품들이 하루 12시간 이상 촬영을 하지만 <파운더>의 경우 8~10시간 정도에 끝났다고 한다. 존 리 핸콕 감독이 매우 잘 준비한 덕택이라고. 전체 영화가 단 22일만에 촬영됐는데 매우 드문 경우이다. 마이클 키튼은 레이 크록이 피아노 연주를 좋아했던 사실을 알고 나서 영화 준비를 위해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의 각본은 지난 2014년 가장 좋으면서도 제작되지 않은 각본을 선정하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상에는 레이와 에델에게 아이가 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들에게 한 명의 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