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의 '높이'가 고양 오리온의 '외곽슛'을 무너뜨렸다. 삼성은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승리로 가져갔지만, 3, 4차전에서 내리 패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마지막 5차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따냈고, 8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삼성이 지난 19일 오후 7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오리온과 경기에서 91-84로 승리했다. 삼성은 어처구니없는 실책과 오리온의 막판 집중력에 승기를 빼앗길 뻔했지만,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내내 부진하던 포인트 가드 김태술이 3점슛과 함께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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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엄청나다.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이날도 자신의 몫을 다했다. 2쿼터에 이미 더블더블을 달성했고, 막판까지 삼성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냈다. 총 37분 24초를 뛰었고, 32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2점슛 15개를 던져 13개를 성공시켰고, 자유투는 7개를 시도해 6개를 성공했다. 

크게 놀랍지는 않다. 라틀리프의 평상시 모습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삼성의 중심이자 핵심이다. 그가 없었다면, 삼성의 챔피언 도전은 있을 수 없었다. 그가 있었기에 삼성은 압도적인 리바운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고, 외곽이 강점인 오리온에 맞서 득점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라틀리프와 달리 꾸준하지 못했던 마이클 크레익도 삼성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도왔다. 크레익은 22분 36초간 코트를 누비며, 11득점 8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오리온의 강압 수비와 라틀리프에 대한 더블팀 수비로 팀의 공격이 답답하던 시점에 절묘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줬다. 외곽슛에 대한 답답함도 3쿼터 막판 버저비터 포함 3점슛 2방으로 해결해줬다.

사실 크레익은 6강 플레이오프 초반까지만 해도 무리한 일대일 공격과 패스로 실책만을 남발했다. 그를 대신해 김준일을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을 정도로, 팀에 도움이 되질 못했다. 그러나 크레익은 6강 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팀에 헌신하기 시작했고, 시즌 초반의 강렬함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적극적인 골밑 공략으로 라틀리프에 집중된 수비를 분산시켰고, 패스 능력을 활용하며 동료들의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국내 선수 중 최고의 힘을 자랑하는 이승현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크레익은 챔피언 결정전 상대인 안양 KGC와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매번 좋은 모습을 보였던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노장'의 힘을 보여준 두 남자

 지난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주희정이 돌파하고 있다.

지난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주희정이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는 '노장' 주희정과 문태영의 '헌신'이 숨어있다. 주희정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김태술을 대신해 사실상 주전 포인트 가드 역할을 하며, 팀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깔끔한 경기 운영과 정확한 패스로 라틀리프의 높이를 돋보이게 만들었고, 중요한 순간마다 터뜨린 3점슛은 삼성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캡틴' 문태영도 마찬가지다. 그는 정규리그 막판 당했던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슛감이 좋은 날에는 정확한 3점슛으로 외곽 지원에 나섰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적극적인 골밑 돌파와 투지 넘치는 수비로 팀을 이끌었다.

이들의 활약은 마지막 5차전에서도 빛났다. 주희정은 22분 17초간 코트를 누비며, 팀의 안정감을 더해줬다. 오리온의 분위기로 넘어갈 뻔했던 상황에서는 3점슛을 터뜨리며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고, 수비에서는 20대 선수 못지않은 투지를 선보였다.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문태영이 고양 문태종을 상대로 돌파 시도하고 있다.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문태영이 고양 문태종을 상대로 돌파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태영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풀타임에 가까운 36분 18초간 코트를 누볐고, 20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삼성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앞장섰다. 특히, 그는 파울트러블에 걸려 있었던 이승현을 상대로 득점 인정 반칙을 얻어내며, 오리온에 넘어갔던 분위기를 되찾아왔다. 이후 헐거워진 오리온의 골밑을 라틀리프와 함께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팀의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상민의 '믿음의 농구', 김태술을 깨우다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김태술이 점수 차이를 벌리는 3점슛을 성공한 뒤 백코트하고 있다.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김태술이 점수 차이를 벌리는 3점슛을 성공한 뒤 백코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챔피언 결정전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수는 김태술이 아니었을까.

사실 김태술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정규리그 막판 당했던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6강 플레이오프부터 출전을 감행했지만, 성적이 좋지 못했다. 불안한 경기 운영과 돌아오지 않는 슛감. 잦은 실책을 저지르며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고, 팬들의 비판도 받아야 했다.

그랬던 김태술이 시즌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었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부활을 선언했다. 이전과 달리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골밑슛을 성공시켰고, 득점 인정과 함께 반칙까지 얻어내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그리고 그는 4쿼터 종료 55.7초를 남긴 상황에서 4강 플레이오프 첫 3점슛을 성공시키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김태술이 이날과 같은 모습을 이어갈 수만 있다면, 삼성의 챔피언 등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삼성의 플레이오프 기간 주희정이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지만, 사익스가 이끄는 KGC 가드진과 맞서기 위해서는 주전 포인트가드인 김태술의 활약이 절실하다.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안정된 경기 운영, 적재적소에 뿌려주는 패스, 이날처럼 중요한 순간 터뜨리는 3점슛까지, 김태술이 중심을 잡아줘야만, 삼성은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더군다나 김태술은 누구보다 KGC를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즌 전주 KCC 유니폼을 입고 뛰지 못했던 챔피언 결정전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이현민과 다음 시즌 신인 지명권까지 내주면서 '한 물 갔다'던 자신을 영입했고, 마지막까지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던 이상민 감독을 위해서라도, 김태술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는 김태술이 챔피언 결정전 우승 트로피로 이상민 감독의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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